사상 최악 실적에 신용등급 하락까지 ‘잔인한 봄’ 예고

[일코노미뉴스=김승유 기자]건설사들이 오는 3·4월 회사채 만기물량 집중으로 속앓이중이다. 장기 경기침체로 인해 국내 건설업계가 실적 쇼크에 직면한 가운데 주요 건설사 24곳이 발행한 회사채 중 5조여억원이 만기가 도래해 건설사들이 이를 소화할 수 있을지 우려감이 감돌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사마다 다양한 방법으로 자금 확보를 위해 동분서주 하고 있지만 신용등급 하락 및 잇단 악재에 상황은 여의치 않은 모습이다. 또한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회사채 차환 발행 여건도 녹록치 않아 설상가상으로 사면초가에 놓여있다. 특히 건설사 중 올 상반기 만기되는 회사채 규모가 가장 롯데건설은 4천500억원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장기 침체로 인해 국내 건설업계가 실적 쇼크에 직면한 가운데 조 단위의 만기 회사채로 인해 혹독한 봄날을 맞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상 최악의 실적을 나타낸 건설업계는 올 상반기 도래하는 회사채 만기 물량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몇몇 건설사들은 유동성 자금 확보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태지만 신용등급 하락 등 잇따른 악재에 곤혹을 치르는 모양새다. 
 
건설사 가운데 일부는 은행차입금인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신청할 가능성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건설사 경영권 상실 위험마저 도래하고 있어 건설사들에게 3~4월은 잔인한 봄날로 여겨지고 있다.
 
지난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건설사 24곳의 회사채 만기도래 일정을 분석한 결과 연내 회사채 만기 물량 가운데 약 40%가 오는 3∼4월 한꺼번에 도래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업종(기계·조선업)을 겸하거나 법정관리 및 워크아웃(기업개선 작업) 절차를 밟는 건설사를 제외한 주요 건설사 24곳이 발행한 회사채 가운데 올해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는 총 5조2290억 원이다.
 
월별로 살펴보면 만기 도래 일정이 특히 집중된 시점은 3월과 4월이다. 오는 3월에는 11개사의 7827억 원 어치 회사채 만기 물량이 도래하고, 4월에는 이보다 많은 8개사의 1조2600억 원 규모 회사채가 만기를 맞는다. 결국 3∼4월에 도래하는 건설사 회사채의 만기 물량은 모두 2조427억 원으로 올해 전체 회사채 만기 물량의 39.1%에 해당하는 셈이다.
 
올 상반기 만기되는 회사채 규모 가운데 가장 큰 곳은 롯데건설 4천500억으로 나타났다. 뒤이어 현대산업개발 3천500억 원, 삼성물산 3천억 원, 두산건설 2천350억 원 순으로 조사됐다. 
 
만기회사채비율로 따져보면 한화건설이 건설사 가운데 가장 높은 324.9%로 나타났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708억 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화건설 측은 “차환발행을 할 계획이다”고 답했다. 하지만 잇따른 건설사 악재 소식으로 신용등급이 하락한 가운데 사실상 차환발행이 어렵다는게 관련 업계의 전언이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건설사 잠정 실적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저하된 상태인데 이런 불신이 쉽게 해소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이하의 건설사들은 차환 발행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이어 그는 “업황부진이 가장 큰 이유”라며 “대형 건설사들마저 지난해 실적이 줄줄이 악화된 상황에서 자칫 건설사들의 성장동력마저 약회될 것이라는 우려마져 감돈다“고 덧붙였다. 최근 신용평가사들이 건설사의 신용등급을 강등하거나 하향조정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도 건설업계 회사채에 대한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올 1월 말 한국기업평가는 대우건설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A+’(안정적)에서 ‘A’(안정적)로 내렸다. 한국신용평가 역시도 같은달 28일 “건설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주택사업과 관련한 잠재적인 부실들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에 예정사업뿐만 아니라 진행 및 준공 사업장의 부실 가능성과 자금소요 등 주택사업과 관련된 리스크가 건설사 신인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처럼 건설사들의 돌아오는 만기 차환을 두고 유동성 자금 확보에 나선 가운데 얼어붙은 투자 심리가 다시 회복세로 바뀔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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