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아들이 논산에서 훈련을 마치는 날이었다. 수료식장 주변은 3주간의 훈련을 마친 아이의 모습이 궁금한 부모들로 붐비고 있었다. 모두 비슷한 마음이라 말 붙이기가 쉬웠다. 가까이 계신 분께 "우리 때보다 훈련이 많이 쉬워졌는데도 약해진 아이들이라 견디기 힘들어하네요"라며 말을 걸었다. 그때 그분의 대답이 아직도 선명하다. "훈련이 아무리 쉬워졌어도 힘들게 느껴지는 건 우리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고통의 크기는 가해진 힘의 크기가 아니라 받은 느낌의 총량이다. 현재 밀레니얼들이 느끼는 막막함, 애를 써도 반복되는 실망
딸의 전화기가 꺼져 있다. 지금 마음이 힘들거나 지쳐 있다는 신호다. 윗사람이 섭섭하고 실망스럽다며 대화해 볼 것이라고 하던데 잘 풀리지 않았나 보다.딸은 스타트업에서 근무한다. 스타트업은 작아서 성공한다. 성공하고 성장하면서 기능과 역할이 나뉘고 절차와 시스템이 갖춰진다. 외부와의 교류도 넓히고 더 많은 정보와 조언과 제안들이 리더에게 들어온다. 사실 그것들은 리더가 매우 필요로 하는 것들이다. 그런데 리더가 내부보다 외부의 말에 귀를 더 기울이고 외부 사람을 더 믿으면서 문제가 생긴다. 딸의 하소연은 다음 이야기와 비슷했다.사업
전 세계 직장인의 85% 이상이 가족기업에서 일한다고 한다. 딸의 예전 회사도 회장의 강력한 지배하에 자녀들이 자회사를 나누어 맡는 가족회사였다. 어느 날 회장의 따님이 상무로 발령되어 내려왔다. 경영권 승계의 일환이었다. 오너 회장의 조치였으니 누가 토를 달겠는가만은 문제는 상무가 관리자로서의 준비가 거의 안 된 사람이라는 것. 잘 돌아가던 업무가 꼬였고 직원들은 엉뚱하게 휘둘려 힘들어했다. 기획과 경영관리를 맡고 있던 딸애와의 부딪힘도 점점 많아졌다.얼마 후 회사 창립기념일. 직원 모두가 동원되어 준비와 진행, 손님 응대에 바쁜
부모 역할은 등산과 비슷하다. 언덕 하나를 숨이 차게 넘었더니 더 큰 언덕이 끝없이 이어지는 등성이를 넘어야 한다. 자질구레한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넘어 대학이라는 언덕에 올랐으니 이제 좀 쉴 수 있겠지 했는데 웬 걸, 취업이라는 더 높은 절벽이 떡하니 앞을 가로막는다. 그래도 취업을 하고 아침에 출근하는 딸의 뒷모습에 마음을 놓으며 돌아서는 순간, 퍼뜩 또 다른 생각이 머릿속을 스친다. 저 성질머리가 직장에 적응은 잘할지, 능력이 부족해서 뒤처지고 혼나지 않을지, 동료들과는 잘 지낼지 생각이 복잡하다. 안보이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