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소비에서 식자재 구매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5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1인 가구가 늘며 집에서 요리해 먹기보다 외식이나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들이 늘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1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1∼3분기 가계의 명목 국내 소비지출액(656조86억 원) 가운데 11.42%(74조8천956억 원)가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를 사는 데 쓰였다. 1∼3분기 기준으로 2014년(11.39%)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가계 소비에서 채소, 육류 구매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소득이 높을수록 낮아지는 특징이 나타났다. 소득이 늘면 집에서 먹고 마시는 필수적인 지출 외에 여행이나 오락 씀씀이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농축산물 가격 등락이 큰 만큼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영향도 많이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에서 식자재 구입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4년 11.39%를 나타낸 후 2017년 11.55%로까지 치솟았다. 그 해에는 여름철 폭우, 폭염에 조류 인플루엔자(AI)가 더해지며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47%까지 뛴 영향이 컸던 것. 이후 2018년 11.53%로 소폭 하락하더니 작년에는 더 떨어졌다. 

이는 가계 소비가 전체적으로 늘어났다기보다 농산물 가격이 하락하고 집밥 대신 외식이나 배달을 선호하는 문화가 커진 결과로 해석된다.

가계가 돈을 얼마나 썼는지를 보여주는 가계의 국내 소비지출액은 작년 1∼3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2.67% 늘어나는 데 그쳤다. 증가율은 2015년 1∼3분기(2.10%) 이후 가장 낮다.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의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역대 최저인 0.05%까지 낮아지면서 이 분야에 대한 가계의 지출액도 1.69%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대로 외식이나 배달 등이 포함된 음식점 및 숙박 서비스 지출액은 68조5천71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8% 늘었다.

이는 1인 가구가 늘며 집에서 요리해 먹기보다 외식이나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들이 늘었고 대형마트에 가서 식료품을 사더라도 간편 조리식품을 소량으로 사는 경향이 강해졌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국내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소비 트렌드 변화' 보고서를 통해 "39세 이하 가구주에서 식재료 등 식료품 구입 비용은 감소하고 외식 등 음식·숙박 지출이 늘었다고 있다"고 밝혔다.

가계 소비에서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엥겔지수'라고도 하는데 최근 1인가구가 늘고 외식과 배달을 이용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어 엥겔지수로 한 나라의 생활수준을 직접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은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외식, 배달, 집밥 지출을 구분하지 않고 식비지출로 여기곤 한다"며 "과거와 달리 엥겔지수의 효용성은 낮아진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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