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어서 결혼 못하는 것도 서러운데 연말정산 생각하면 갑갑하다"

3년차 직장인 김모(30)씨의 하소연이다. 김씨는 이번 연말정산을 조회한 결과 오히려 토해내야 한다는 소리에 말문이 막혔다. 

김씨는 지난해 매월 200만원 가량을 꼬박꼬박 저축했다. 이유는 단 하나. 결혼 준비 자금 마련을 위해 목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아껴썼다는 이유로 김씨는 이번 연말정산에서 50만원 가량을 토해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김씨는 "연말정산간소화를 돌려봤다가 눈을 의심했다"면서 "단지 저축하고 아껴썼을 뿐인데 연말에 세금폭탄을 맞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털어놨다.

연말정산은 김씨처럼 싱글족들에게는 불리하다. 기혼자에게 자녀와 부양가족이 있을 경우 세금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이를놓고 일각에서는 '이게 사실상 싱글세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씨 뿐만 아니라 직장 8년차 임모(38) 씨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임씨는 "결혼자금 마련을 위해 1년동안 소비를 최대한 줄이고 저축만 열심히 했다. 400만원 월급 중 70%인 280만원 가량을 모았고, 작년 3월엔 연말정산에서 소득공제 혜택이 있는 연금저축도 들었지만 결국 20만원을 토해내야 한다"며 "정부는 경기 부양을 한다고 소비하는 사람들에게만 혜택을 줄뿐, 저축을 많이 하고 절약하는 사람들에겐 돌아오는 게 없다. 그래 놓고 결혼하라, 애 낳으라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꼬집었다.

미혼 직장인들은 연말정산이 싱글족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다고 주장한다.

현 연말정산 시스템에선 결혼, 주택마련, 출산을 앞두고 가장 돈 모으기 바쁜 알뜰한 젊은층이 가장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는 소리다. 

실제 연말정산 소득공제 중 규모가 가장 큰 것은 부양가족 인적 공제로 연간 소득금액 합계액이 100만원(근로소득만 있는 경우 총급여 500만원) 이하인 배우자와 부양가족에 대해 1명당 150만원씩 과세대상 소득에서 제외한다.

세법이 가족을 중심으로 설계돼 출산장려정책에 대한 공제 항목이 많아 ‘1인 가구’의 경우 기혼자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는 경우가 적지않다. 

기자 주변의 또 다른 직장인 박모(28)씨는 "13월의 보너스는 바라지도 않는다"면서 "가뜩이나 빡빡한 사회초년생인데 연말정산이 두번 울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따라 기혼자들에게 유리한 연말정산 시스템은 출산율을 높이겠다는 정부 정책과도 동떨어져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가 돈 쓸 여력조차 없는 청년들에게 ‘돈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세금을 다시 걷어가는 것은 결혼이나 주택마련을 위해 필사적으로 저축을 해야 하는 2030대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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