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예산도 대폭 삭감…사업 추진 지연 우려

기공(起工)은 공사를 시작한다는 뜻인데요. 건설사업에서 첫 삽을 뜨는 행사를 할 때 기공식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착공(着工) 역시 같은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사의 시작을 알린다는 것은 계획상으로만 있던 사업이 본격화됐다는 의미로 전해지고, 이는 곧 수혜 지역 부동산에 영향을 줍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개발호재로 집값이 크게 요동치는 시기를 3단계로 나누는데요. 계획 발표, 착공, 완공입니다. 그만큼 기공식이 갖는 의미가 크죠.

그런데 동북선 경전철 사업에서 기이한 현상이 발견됐습니다. 기공식을 해놓고 정작 첫 삽도 못 뜨는 황당한 일이 생긴 것이죠.

서울시가 기공과 착공을 구분 짓고 별개로 진행하는 바람에 생긴 혼란입니다. 기공식부터 하고 착공에 들어가도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 여겼던 것인지, 아니면 일부의 주장처럼 표심을 노린 기만행위인지는 모릅니다.

분명한 것은 차량기지 부지 편입을 두고 땅 소유자와 소송전이 벌어졌다는 사실입니다. 심지어 서울시는 수용 대상지 소유주인 두양주택과 두양엔지니어링이 낸 행정소송에서 패소했습니다. 시는 올 1월 법원의 지적에 따라 절차를 보완 후 차량기지 실시계획 재승인을 재고시했는데요. 이 역시도 문제가 제기되고 있고, 땅 소유주는 끝까지 싸우겠다며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이 문제가 쉽게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서울시는 올해 편성한 예산을 재조정하는 과정에서 동북선 경전철 토지수용 예산 중 77%를 삭감했습니다.

사실상 동북선 경전철 사업은 기공식을 하고도 표류를 이어가야 하는 셈입니다. 서울시는 내년 예산으로 협상 진행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이는 현실성이 떨어집니다.

차량기지 부지 토지 수용 문제도 해결점 찾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차량기지 편입부지는 전체의 37%입니다. 해당 부지에서 자동차운전면허학원을 운영하던 사업자는 서울시의 일방적인 행사에 사업이 막히면서 학원 문을 닫았습니다. 맹지가 돼버렸으니 땅 소유주는 보상을 위해 끝까지 싸운다는 입장입니다. 서울시는 여전히 차량기지 편입부지를 제외한 잔여부지 보상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와 땅 소유주 간 소송전으로 사업 본격화를 기대하며 '헛바람'만 들어간 시민들은 한숨을 짓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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