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연 동물활동가 

“9살 어린이를 여행용 캐리어에 가둔 계모의 살인 사건과 하동 당나귀 학대 사건은 복사판” 

9살 어린이는 살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1달 전 응급실에 실려 온 아이를 본 의사는 문제가 된 머리 상처 뿐 아니라 온 몸에 나 있는 흔적을 보고는 학대가 의심된다며 기관에 알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동보호기관은 가정과 아이를 분리시켜야 할 정황이 없다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한술 더 떠 경찰은 전화로만 아이 상태를 확인했을 뿐이었다. 기관과 경찰은 부모의 진술에만 의존하였고 그렇게 훈육차원이라는 주장을 받아 들였다. 또 아이가 부모와 떨어지는 것을 싫어했다는 주장을 뒤늦게 하고 있으나 아이가 죽었기에 증명할 길은 없었다. 아이를 즉시 분리하고 정서적 상담을 통해 솔직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면 어떠했을까?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지 않았을까? 

유사사건은 이전에도 있었다. 4년 전 학대신고가 있어 부모와 일시적으로 떨어져 있다 가정에 복귀한 9살 아이는 한겨울에 아파트 베란다, 찬물이 담긴 어린이용 욕조에 속옷만 입힌 채 방치되어 숨졌다. 복귀조치 11개월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말 못하는 동물학대 사건도 똑같다. 하동 당나귀 학대 사건은 당나귀 등에 어린 2-3개월 어린 강아지를 올려놓고 당나귀와 개 둘 다 하루 종일 꼼짝 못하게 하는 호객형 마차행위로 돈을 벌어 온 학대자의 사건이다. 어린 개가 4살이 될 때까지 당나귀는 개를 태우고 하루 종일 먹지도 마시지도 못한 채 묶여 있어야 했다. 마차를 탈 손님이 있으면 아파서 절룩거리는 다리로 쇠수레를 끌어야 했고 힘들어 움직이지 못하면 매를 맞았다. 등 위에 올라 탄 개는 고정된 자세로 하루종일 배설조차 참으며 인내해야 했기에 고관절에 문제가 생겼고 장에 배설물이 꽉 차 막힌 상태로 구조됐다. 

동물학대로 항의민원이 들어간 이후, 담당 공무원들은 경찰에만 사건 조사를 넘긴 채, 경찰 조사결과가 나오기 전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며 방치했다. 하여 당나귀 주인은 여전히 영업 행위를 했고 당나귀의 몸 상태는 점점 더 나빠졌다. 또 한 마리의 당나귀는 훈육차원이라며 입 안에 재갈을 며칠이나 물려 놓고 뒷다리 두 개를 모두 밧줄로 꽁꽁 묶어 놓았다. 밧줄은 입 안 재갈과 연결되어 배 밑을 통과해 두 다리를 조였다. 얼굴도 돌리지 못하게 해 놓은 것이다. 동물보호법 상 신체적 고통을 주는 행위에 해당됐다. 
 
그러나 케어와 함께 현장에 있던 공무원들과 경찰들은 수의사의 진단 (걷는 것 자체가 고통 )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학대행위로 규정하지 않았다. 수의사 진단에 학대라는 단어가 없기 때문에 학대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신체적 고통을 주는 행위, 도구를 사용하여 상해를 입히는 행위, 오락목적으로 상해를 입히는 행위로 조사할 가치가 충분한데도 무조건 학대가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격리조치를 한다하더라도 다시 당나귀 주인에게 돌려주겠다고 했다.

공무원과 경찰의 이러한 태도로 학대자는 더욱 당당해졌고 결국 2박 3일간의 현장 대치 속에서 어렵게 당나귀들을 구할 수 있었다. 법적 권한이 없는 시민단체가 적극적으로 싸우지 않았다면 당나귀들은 영영 구조되지 못했을 것이다. 

이 두 사건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단지 의료기관일 뿐인 의사와 수의사는 피해자 입장을 고려해 합리적 의심과 소신진단을 내렸지만 관련법을 관장하는 행정기관과 사법기관은 오히려 가해자 입장을 고려하여 문제를 풀어갔다는 것이다. 즉 피해자 중심주의가 아닌 가해자 중심주의로 사건을 판단했다는 것이며 이러한 태도는 언제나 피해 대상의 입장에서는 소극적 대처로 일관되기에 피해자를 제대로 구할 수 없는 불합리한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더욱이 동물은 피해사실에 대해 진술할 수 없기에 더더욱 피해대상 입장에서 사건을 적극적으로 조사할 필요가 있음에도 말이다. 

또한 원가정으로 복귀해야 한다는 아동학대처벌법의 목적처럼, 피학대동물역시 소유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동물보호법은 존재하지 않다. 일시격리조치가 받아들여진다 하더라도 소유자가 원하면 언제든 비용을 지불하고 데려갈 수 있다. 

보건복지부 통계 조사결과 조사를 받은 뒤 82%의 아이가 집으로 다시 귀가조치 됐으며 학대조사 뒤 집에 돌아갔다 '재학대'로 신고된 아동은 69%에 이른다. 말 못하는 동물의 경우는 더욱 높은 수치가 나올 것이다. 

아동보호기관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아동을 분리하고 상담했다면, 경찰이 더 적극적으로 수사하고 결과를 빠르게 냈다면 9살 어린이는 죽음만은 면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동의 공무원과 경찰이 12시간 동안 학대자에게 교육 듣듯 서서 피학대동물은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고 방관하던 그 태도는 결국 사람 약자를 대상으로 오늘 이 순간에도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학대받는 약자들에 대한 사회 구조적 문제 개선과 더불어 관련법이 재정비되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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