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로 인한 예상치 못한 변수로 다시 한번 집을 찾아야 할 시기가 왔다. 취준생의 마음으로 돌아가 다시금 나를 성심성의껏 소개해야 할 때이다. 독일에서는 세입자가 권리가 강하게 보장되기 때문에 임대인 세입자를 까다롭게 선별한다. 그래서 집을 구할 때는 제대로 자신을 홍보하고 세심하게 서류를 준비해야 한다. 

독일의 강력한 세입자 보호제도는 유럽 내에서도 유명하다. 지난 세계대전 이후에 심각한 주택난을 겪은 독일은 1960년대부터 민간자본시장이 주택공급을 주도함과 동시에 민간임대시장에 대한 엄격한 규제정책을 시행했다.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한 임대차 보호법을 통해 월세의 적정 가격이나 임대료 인상에 대한 범위 등을 규정하고 있다. 또한 최소 거주기간이 명시된 경우는 있으나 임대기간을 따로 정해두지 않음으로써 계약 해지 사유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세입자의 거주권이 계속해서 보장된다. 이때 계약해지 사유라고 하면 임대인이 정당하고 납득할 만한 근거로 인해 집에 직접 거주하거나 임차료의 미지급 등의 타당한 근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임대인은 임차료가 두 달 이상 지불되지 않은 경우 세입자 일방적 계약해지를 통보할 수 있었으나 독일 정부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어려움에 처한 세입자를 보호하는 임시 규정을 발표했다. 4월 1일- 6월 30일 사이에 임대인에게 임차료가 지급되지 않았더라도 주택 및 사업장 임대계약을 해지할 수 없으며 이 규정을 통해 세입자는 임차료 지불을 위한 2년의 유예기간을 제공받는다. 

임대인이 세입자를 고를 때 요구하는 서류는 신용도 증명서, 수입증명서(지난 3개월 월급 증명서), 신분증 , 집세 채무증명서 등이며 정기적인 수입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에는 별도의 보증인을 요구하거나 처음부터 세후 급여가 월세의 3배가 되는 세입자를 찾는 곳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참고로 집 계약시 보증금은 보통 월세의 3개월분으로 한국에 비해 상당히 낮은 편이다.

지난 2주간 온오프라인에서 찾은 마음에 드는 매물을 찾아 여러 곳의 임대인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실제로 외국어 이름을 가진 이민자는 독일에서 집을 구하기가 조금 더 어렵다는 통계가 있듯 낯선 외국어 이름은 집 찾기에 딱히 장점으로 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내가 어떤 일을 하는지, 얼마나 신분이 확실한지 또 월급은 얼마인지 등 월세를 지불한 충분한 능력이 있음을 강조하며 나를 소개했다. 다행히 몇 곳에서 집을 방문해도 된다는 연락을 받았다. 

내심 가장 기대했던 집이었던 좋은 동네에 합리적인 월세의 집에는 당연하게도 많은 세입자들이 몰려들었다. 물론 1차 서류 심사 합격자들만이 초대를 받은 것이지만 나를 포함한 약 30 명의 비슷한 또래의 싱글 남녀가 집을 보기 위해 1.5미터의 간격으로 줄을 서 있는 것을 보고 나니 최종 합격 통지를 받는 게 너무나 어려워 보였다. 

2018년 통계에 따르면 독일 세입자의 평균 거주기간이 8년이라고 한다. 강력한 세입자 보호제도로 인한 장기거주 그리고 싱글가구 증가로 인한 1인 가구 주택 부족 현상으로 인해 필자의 예산에 맞는 괜찮은 집을 구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언어가 익숙하지 않았던 독일 생활 초창기 혹은 일정한 수입이 없던 학생 때와 비교하면 모든 과정이 수월한 것은 확실하지만 새로운 임대차계약서에 서명하는 그때까지는 이 모든 절차를 통하여 쟁취했지만 직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떠나온 나의 이전 집이 생각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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