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크레인 붕괴 현장./사진 = 뉴스1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크레인 붕괴 현장./사진 = 뉴스1

"삼성중공업 크레인 붕괴사고 피해자 김영환입니다. 2017년 5월 1일 노동절에 거제조선소 마틴링게 작업현장에서 일하다 크레인 붕괴로 하청 작업자분들이 사망하고 상해를 입은 것을 목격한 사람입니다. 사고 후 제대로 된 조치, 사과, 배상은 일절 받지 못했고, 2017년 9월경 스스로 정신과병원을 방문해 치료를 받다가 2018년 5월경에야 산재로 인정받았습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는 1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죽음, 파괴된 삶, 지속되는 고통'을 주제로 산재사망·재난참사 피해자 증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근무 중 발생한 중대재해로 고통 속에 남겨진 피해자들은 사고 후 아무런 처벌도 달라진 모습도 보이지 않는 기업들의 실체를 증언하고 사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 피해자인 김영환씨는 "삼성중공업은 사고 후 협력업체 관계자를 통해 사고피해자에 관한 정보 피드백을 수집한다며 피해를 호소하는 하청 노동자들에게 피해를 입었지만, 치료는 안 받아도 된다는 각서를 받기 시작했고 각서를 요구하는 현장 분위기는 각서를 작성 안 하면 저는 물론 제가 속해 있는 팀을 해체시키고 쫓아버리겠다는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고 후 김영환씨는 매일 밤 악몽에 시달리고 무기력증과 우울감에 빠졌고, 이는 결국 폭력성으로 나타나 가정생활에도 악영향을 줬다. 

김영환씨는 "지난 6월부터 아내의 이혼 요구를 받고 있다. 산재 사고 인한 가정불화 가정해체가 저에게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현실에 절망감을 느낀다"고 호소했다. 

그는 사고 발생 후 스스로 정신병원을 방문해 치료를 받기 시작했지만, 해당 기업은 물론 근로복지공단, 노동부 등에서도 산재 사실을 외면했다고 전했다. 결국 김영환씨는 민간단체인 산재추방연합회로부터 도움을 받아 산재인정을 받았다. 

김영환씨는 "삼성중공업 크레인 붕괴 사건의 2심 재판에서 삼성측 변호인이 '이제는 이 고통을 끊자'고 말했다고 한다"며 "고통에 '고'자도 모르고 책임회피만 하는 자들이 어떻게 저런 말을 하는지 이해를 할 수 없다. 삼성중공업은 산재사고의 책임을 인정하고 사죄하라"고 주장했다. 

이날 삼성중공업이 중대재해 기업으로 거론된 이유는 그간 수많은 중대재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2012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발생한 중대사고만 11건이다. 추락, 감전 등으로 하청노동자가 목숨을 잃거나 다친 경우다. 사망자만 해도 무려 16명에 달한다. 

김영환씨가 목격한 2017년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크레인 붕괴사고의 경우 무려 6명의 하청노동자가 목숨을 잃었고, 2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당시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삼성으로 하여금 이번 사고 원인이나 책임 규명은 물론 사후에 필요한 문책이나 보상 문제도 적극적으로 유가족 등을 만나 합의하도록 저희가 나서서 하게끔 해드리겠다"며 "사고원인을 규명해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게 해야 할 뿐만 아니라 위험한 업무를 하청업체에 떠넘겨서 정규직보다 하청 노동자의 산재 사망률이 높은 현실을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중공업 크레인 붕괴 사고에 대한 1심 법원의 판단은 2년여 뒤인 2019년에나 나왔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소장, 중간관리자, 하청업체 대표는 '무죄'를 받았다. 반면 골리앗크레인 신호수를 비롯한 말단 직원 9명은 최대 1년6개월 금고형 또는 벌금 500만~700만원을 받았다. 

이후 2심에서 법원은 무죄를 받았던 당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소장, 중간관리자 등 간부 4명에게 원심을 깨고 금고형 또는 벌금형을 선고했다. 2심에서 삼성중공업은 "기존 안전대책으로도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며 사고 책임을 현장 근로자에게 돌리려 했다. 

올해도 삼성중공업에서는 하청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심지어 그동안 조직적으로 하청사에 갑질을 해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심지어 최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삼성중공업이 공정위 제재 이후에도 아무런 조치를 하고 있지 않다"며 "협력사를 울리는 삼성중공업을 처벌해달라"는 청원글이 올라온 바 있다. 

하효열 사회활동가는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선 진정어린 사과와 대책 마련, 진상규명이 필수적"이라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기업에 이를 강제하는 첫 번째 단초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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