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가 'GA매니저' 직급을 폐지하기로 하면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력단절 여성의 채용문으로 불렸던 GA매니저 직급 폐지에 힘없는 계약직 여성 상당수가 일자리를 잃거나, 갑작스러운 직무 변경을 경험해야 하는 처지에 내몰렸다. 

그런데 GA매니저 폐지 배경을 두고 논란이 나왔다. 삼성화재 노조는 사측의 '노조 와해 공작'이라며 목소리를 높였고, 사측은 금융당국의 지시를 따른 것뿐이라며 오해라는 상반된 입장이다.  

10일 [1코노미뉴스]가 삼성화재에 취재 결과 회사는 기존 계약직 형태로 운영했던 GA매니저를 없애고 위촉직 설계사로 전환키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 지난 7월부터 기존 GA매니저를 대상으로 설득작업과 의견수렴을 진행했고 오는 11일 최종 동의서를 접수할 계획이다. 

GA매니저는 보험대리점에서 보험설계사에게 삼성화재 상품 설계지원을 해주는 업무를 한다. 오전 10시에서 오후 5시까지 근무하며 보조직 개념으로 업무 강도가 강하지 않아 보험회사 경력이 있는 경력단절 여성이 주로 채용된다. 2년 계약직으로 입사해 능력에 따라 추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다. 다만 비정규직인 만큼 임금조건은 낮다. 현재 400여명이 계약직으로 있고 130여명이 무기계약직으로 채용돼 있다. 

이혼 후 홀로 생계를 이어가는 1인 가구 A씨 역시 계약직 GA매니저 중 하나다. A씨는 "장기간 경력이 단절된 상태라 생계를 이어가려면 소득은 적어도 이만한 일이 없다. 이제 1년 넘으면서 일도 손에 익고 추후에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도 된다고 해서 열심히 해왔는데 직무 전환을 받아들이던가 사실상 프리랜서인 위촉직 설계사를 하던가 선택하라니 억울한 마음"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실제로 삼성화재에 확인 결과 사측은 이들 GA매니저에게 '위촉직 설계사'로 전환하거나 기존 업무와는 다르지만 내근직 직무를 선택해 새로 배치를 받거나 선택하라고 했다.

삼성화재 노조는 이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무기계약직의 경우 근로자로 노조 활동이 가능하지만, 위촉직 설계사는 특수고용직으로 노조 활동이 불가능해서다. 

오상훈 삼성화재 노조위원장은 "삼성화재는 노조가 있음에도 근로자의 생존을 한 번도 상의 없이 결정했다"며 "위촉직 설계사가 되면 노조 가입 대상이 안 돼 결국 조합원을 빼가는 것과 같다. 이는 명백한 노조 와해 행위이며 노조를 고사시키려는 수작"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GA매니저는 육아와 가사를 병행할 수 있고 집 근처(보험대리점)에서 근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입사가 가능한 이들"이라며 "이들에게 내근직 선택과 임의로 인사발령을 내고 다른 직무 전환에 동의하라는 조건을 일방적으로 강요하고 있다. 내근직을 소화할 수 있는 이가 몇이나 되겠냐"고 토로했다. 

또 "위촉직 설계사를 선택하면 위로금을 주겠다고 사측이 제시했다. 그러나 이들은 특수 고용직이다. 노동법이나 근로기준법 보호를 받지 못하고 보험 설계사 업무 경험이 없다면 버텨내기도 어렵다"며 "노조는 사측의 GA매니저 폐지를 반대하며 추후 이를 강제하거나 불이익을 줄 경우 단체행동도 불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조 와해 공작을 주장하는 노조측 입장과 달리 사측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GA매니저는 타 사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직급"이라며 "금융위가 내년부터 보장성보험에 대해 가입 후 첫해 모집수수료와 해약환급금의 합계액을 납입보험료 이내로 제한하면서 GA매니저 직급을 폐지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부터 수수료 규정이 1200% 이하 지급으로 변하면 GA매니저가 받는 실급여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며 "이에 따라 현재 GA매니저를 위해 위촉직 설계사 또는 직무전환, 두 가지 조건을 제시하게 된 것으로 결코 노조 와해 공작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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