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선 칼럼리스트
정희선 칼럼리스트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집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고령자들의 건강에 비상등이 켜졌다. 외부 활동과 외출의 빈도가 급격히 줄어들고 재활 시설이 운영을 중지하는 등 고령자들이 신체를 움직일 기회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1인 고령가구는 신체적 건강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 기회도 줄어들어 정신 건강마저 악화되는 경우도 있다. 고령자의 커뮤니케이션 부족은 심한 경우에는 치매로 진행되기도 한다. 최근 일본에서는 고령자들의 ‘코로나 노화’를 막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가 등장하고 있다. 

쇼핑하면서 재활 활동

쇼핑과 재활을 결합한 새로운 콘셉트의 소위 ‘쇼핑 재활’이 주목을 끌고 있다. 고령자가 슈퍼마켓에서 쇼핑을 하면서 재활훈련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이다. 

쇼핑 재활은 다양한 측면에서 고령자의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우선 고령자의 운동 능력을 개선시킬 수 있다. 쇼핑 재활은 고령자가 넘어지지 않도록 특별히 고안된 쇼핑 카트를 이용하기 때문에 평소에 잘 걷지 못하는 고령자도 카트에 의지해 걸으면서 걷는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고령자 중에서 코로나 확산 후 집 안에만 지내면서 팔다리 근육을 사용하지 않게 된 사람이 많은데,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둘러 보면서 걷는 행동은 고령자들에게 좋은 운동이  된다. 

또한 무엇을 살 지 생각하고, 금액을 계산하는 행위들은 인지능력 향상으로 연결된다. 뿐만 아니라 함께 쇼핑 나온 고령자들과 대화를 하면서 사회적 교류도 증가하게 되고 자신이 직접 쇼핑을 했다는 점에서 자신감도 상승한다. 

쇼핑 재활이라는 콘셉트는 한 작업 치료사에 의해 고안되었다. 서비스 요금은 주 1회 쇼핑 즉, 월 4회 쇼핑을 나가는 경우 1인당 월 1,700엔 (약 18,000원)이다. 

고령자들의 집 앞까지 버스가 직접 고령자를 데리러 갈 뿐만 아니라 작업 치료사가 동행함으로써 건강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효율적으로 쇼핑 재활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 

쇼핑 재활은 고령자가 건강해지는 것뿐만 아니라 국가와 지역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고령자의 건강이 증진되면 국가가 부담하게 되는 간병비와 의료비가 줄어든다. 게다가 고령자들이 나와서 쇼핑을 함으로써 지역 경제의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 

고령화가 심각한 일본에서는 거동이 불편하여 쇼핑을 가지 못하는 소위 ‘쇼핑 난민’이라 불리는 고령자들이 많다. 이들의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최근 트럭을 이용한 이동 슈퍼도 증가하고 있는데, 쇼핑 재활은 1인 고령 가구의 ‘쇼핑 난민’ 문제의 해결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원격 로봇 통해 커뮤니케이션 촉진

1인 고령자들의 가장 큰 문제는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외출 빈도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커뮤니케이션도 줄어든 점이다. 

필자의 지난 칼럼에도 소개한 적이 있는 ‘뉴미’라는 아바타 로봇은 최근 1인 고령자들의 커뮤니케이션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도구로서도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일본 니가타현에 사는 올해 93세의 미나가와씨는 매일 밤 도쿄에 사는 아들과 원격 로봇으로 대화를 한다. 미나가와씨가 별다른 조작을 할 필요는 없고, 도쿄의 아들이 시스템을 가동하면 대화가 시작된다. 원격 로봇 시스템이 가동하면 로봇에 달린 태블릿 화면을 통해 아들의 가족과 대화를 시작한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통한 비디오 통화의 조작 방법을 어려워하는 고령자들이 많은데, 아바타 로봇은 별다른 조작이 필요없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도쿄의 가족들이 아바타 로봇을 움직여 집안 곳곳을 살피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고령자의 생활 상태를 확인하는 것도 가능하다. 

게임과 e스포츠 통한 뇌 트레이닝

게임은 젊은이들이 주로 하는 것이라는 고정 관념을 깨고e스포츠를 활용하여 고령자의 심신 쇠약을 돕고자 하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노인층에 특화된 e스포츠의 보급을 진흥하기 위한 협회 (사이타마 시민 실버 e스포츠 협회)도 발족되어, 고령자들에게 e스포츠에 참여하기를 권장하고 있다. 이는 최근 e스포츠와 게임이 고령자의 뇌를 활성화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많이 보고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토호쿠 대학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비디오 게임으로 ‘뇌 트레이닝’을 수행한 고령자의 인지능력이 향상되었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시행한 실험에서도 고령자에게 자동차 경주 비디오 게임을 4주간에 걸쳐 12시간 시행하도록 한 결과 여러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는 ‘멀티태스킹 능력’이 향상 되었고, 이 능력이 반년이 지나도 유지된 채 남아있었다. 

즉, 적절하게 설계된 게임으로 훈련을 실시하면 노화에 의해 쇠약해진 인지 능력을 개선할 수 있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외부 활동이 어려운 이 때 e스포츠는 두뇌를 훈련시키기 위한 방법의 하나가 될 수 있다. 

코로나로 인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1인 고령가구들이 정신적, 신체적으로 쇠약해지기 쉬운 환경에 놓여있다.  한국도 ‘코로나 약자’인 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집 안에서 혹은 집 근처 생활 반경 내에서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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