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증가에 맞춰 기업들은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선보인 데 반해 정부 정책은 제자리걸음이다. 코로나19 등에 밀려 1인 가구 관련 사업이 지연되거나 축소돼서다. 이에 1인 가구는 여전히 정책 지원에 갈증을 느끼고 있다. 주거, 복지, 안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책 필요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1코노미뉴스]는 이러한 1인 가구의 목소리를 담아 <신년기획>으로 '신축년 1인 가구가 바라는 정책'을 다뤄봤다. -편집자 주

#. 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지영씨(가명)는 얼마 전 이사를 했다. 혼자 살던 지영씨의 집 앞을 낯선 남성이 서성이다가 도주했기 때문이다. 경찰에 신고했지만 도착 전 모습을 감춘 남성을 찾을 수 없었다. 늘 불안에 살다가 결국 이사를 선택했다.

#. 서울 마포구의 원룸에서 거주하는 직장인 호선씨(가명)는 뉴스 중 성범죄 관련한 사건이 발생하면 스마트폰으로 주변 '성범죄자 알림e'앱부터 검색한다. 인근에 성범죄자가 거주하는지, 새로 이사를 온 것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런 습관은 몇 해 전 한 남성이 귀가하는 여성의 집에 따라 들어가려고 한 '서울 신림동 주거침입' 사건을 접한 뒤부터 생겼다. 혼자 살다 보니 늘 불안감에 검색이라도 해야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 경기도 수원시에 사는 대학생 혜진씨(가명)는 "누구세요","현관 앞에 두세요","그냥 가세요" 등이 담긴 '보이스 가드'에서 남성 목소리를 다운 받았다. 택배 기사도 무섭다는 게 혜진씨의 말이다. 

여성 1인 가구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정부 정책은 1인 가구의 증가세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1인 여성 가구가 증가하면서 혼자 사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각종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0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따르면 여성 1인 가구의 57%가 범죄발생에 대해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6명이 '불안감'을 안고 사는 셈이다. 

이런 여성 1인 가구는 안전 구축을 위한 대책 마련 요구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성 1인 가구는 '데이터를 활용한 범죄예방시스템 구축','여성 1인 가구 밀집지역 밀착 관리','여성범죄 관련 통계개선','취약 1인 가구 안전 시책 마련 지자체 인센티브 검토' 등 범죄 노출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전문가들은 여성을 위한 안전망 구축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구체적으로 '안전' 보다는 '안심'과 가까운 정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여성민우회 성평등 복지팀 류형린 팀장은 "여성 1인 가구가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게 현실"이라며 "여성 1인 가구 범죄 예방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이 필요하다. 범죄가 발생했을 때도 중요하지만 이후 범죄 예방을 위한 중요성이 강조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류 팀장은 "예를 들어 법 개정이나 범죄가 발생하기 전 주거 안전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불안정한 주거 환경일수록 범죄에 노출되기 쉽다"고 덧붙였다. 

여성 1인 가구 범죄 예방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자 여성가족부와 지자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여성 1인 안심점포./사진=관악구
관악구 안심점포./사진=관악구

서울시 관악구는 지난 7일 여성 1인 가구 안심마을 조성사업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구는 민선7기 출범 이후 여성가족부 주관 '여성친화도시'에 선정, 전국에서 여성 1인 가구 비율(27.4%)이 가장 높은 지역적 특성을 반영해 '여성 1인 가구 안심마을 조성사업'을 진행했다.

안심마을 조성사업은 '여성의 행복과 안전' 구현을 위해 관악구 거주 여성 1인 가구에 ▲안심홈세트 ▲안전방범창·방충망 ▲안심벨 등 설치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먼저 구는 전국 최초로 안전한 주거생활을 위해 원룸, 다가구, 다세대 주택 등 거주환경이 열악하고 안전에 취약한 거주지를 대상으로 안전방범창, 안전방충망 지원사업도 실시했다.

초기 시범지역으로 청룡동, 신원동, 서원동, 서림동 4개 동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이후 구민의 요청으로 전동으로 확대하고, 110가구의 신청을 받아 현장방문을 통해 설치가 가능한 80개소에 지원했다.

또한 여성 1인 가구 대상 범죄 예방을 위한 안전물품인 안심홈 3종 세트(현관문 보조키, 문열림센서, 휴대용비상벨)를 250가구에 지원해 혼자 거주하는 여성이 느끼는 범죄불안 감소에 노력했다.

박준희 관악구청장은 "여성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여성 1인 단독(점주) 운영 점포 25개소에 안심 비상벨을 지원하고, 안심점포 인증현판을 부착해 여성 1인 점주의 경제적 활동 지원 및 범죄사고 예방에도 기여하겠다"면서 "전국 최초로 지적장애인 여성 배회감지기 지원, 동 주민센터 불법 촬영 카메라 자가 점검 장비 대여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박 청장은 "여성 1인 가구를 위한  안심 귀가 스카우트 운영, 여성 안심 원룸 2개소 조성 등 여성 범죄 예방 프로그램을 선보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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