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 노인들이 앉아있다./ 사진=1코노미뉴스

"장군!" "에이, 말을 여기에 놓으면 안 되지!" "어르신, 이거 커피 한 잔 드셔"

9일 오전 종로구 탑골공원에는 어르신들이 머물렀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탑골공원 내부는 폐쇄된 상태였음에도 탑골공원 주위에는 어르신들이 한 자리씩 꿰차고 있었다. 

어르신들 대부분은 장기를 두거나 의자에 앉아 멍하니 지나가는 사람들을 지켜보며 시간을 보낼 뿐이었다. 어떤 어르신들은 초면인 노인에게도 십년지기 친구처럼 거리낌 없이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이들의 주된 걱정거리는 끼니 해결이었다.

"아침 점심은 여기 자판기 커피로 때울 때도 많아. 이거 먹으면 속은 든든해. 요즘은 뭐 물가가 비싸서 한 끼 먹기도 벅차"

이날 만난 김원호(79)씨는 부산이 고향이라고 말했다. 가족과의 불화로 서울에서 혼자 생활하기 시작했다는 김 씨는 오늘도 자판기 커피로 아침을 해결했다. 하루 끼니 해결이 가장 걱정이라는 게 김 씨 말이다. 

또 다른 자리에서 만난 권순호(68)씨는 정부에서 마련한 노인일자리 참여자였다. 일자리가 있음에도 권 씨는 생계비 유지에 많은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저번 주만 해도 지역복지관 소개로 청소 일했었는데 그것도 서로 하겠다 난리라서 이번 주는 여기 와 있다"면서 "그것도 쪽방 월세 15만원, 밥 먹는 거 빼면 없지 뭐. 빨리 다시 일해야 되는데"라며 한숨을 내셨다.

탑골공원 주위에는 두 곳의 고물상이 있다. 기자가 찾아간 곳에서 김형원(81)씨가 수레에 겹겹이 쌓인 박스를 힘겹게 내리고 있었다. 그는 "이런 거라도 해야지 밥이라도 먹고살지"라고 짧게 말했다.

탑골공원 노인들 모습./ 사진=1코노미뉴스

우리나라 독거노인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독거노인은 2010년 105만 6000명에서 2018년 140만 5000명으로 증가했다. 2035년에는 30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문제는 이들이 생계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큰 부담감을 느낀다는 점이다. 최근 노인일자리가 늘어나면서 노인들의 경제참여율이 높아지고 있지만, 대부분은 '생계비 마련(73.9%)'이 목적이었다.

보건복지부의 '2020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11월까지 노인 1만 97명을 조사한 결과 65세 이상 노인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2008년 30.0%에서 2020년 36.9%를 기록했다. 그중 65세~69세는 2008년 39.9%에서 2020년 55.1%로 집계됐다. 노인의 경제활동 이유에 대해서는 생계비 마련(73.9%)이 높았고, 대부분 독거노인(78.2%)이 여기에 해당했다.

노인일자리사업 참여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2008년 3.3%에서 2020년 7.9%로 증가했고, 개인 소득 변화도 2008년 700만원에서 2020년 1558만원으로 증가했다. 아울러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노인 중 41.5%는 주 5일 근무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절반 이상은 월 소득이 150만원에 미치지 못했다. 노인층 절반 가량이 식비 관련 지출(46.6%)에 가장 큰 부담을 느꼈고, 주거관리비 관련 비용(22.3%), 보건 의료비(10.9%) 등이 뒤를 이었다.

국민연금공단 자료를 보면 65세 이상 독거노인 기준 한 달 평균 생활비로 식료품비, 의료비 등 총 129만3000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늘어나는 고령인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노인일자리를 포함 33조6000억원을 투입해 일자리 사업에 투자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해결책에 집중하지 않고 숫자 늘리기에만 급급하다고 꼬집었다. 정부가 내놓은 노인일자리는 대부분 환경미화와 같은 공공형 일자리다. 실제로 노인일자리로 마련된 교통안전 시설물 조사원, 전통시장 환경미화원 등 업무량에 비해 너무 많은 인원이 배치되거나, 사실상 무슨 일을 하는지 모호한 일자리에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됐다는 것이다.

종로구 낙원상가 인근 노인들 모습./ 사진=1코노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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