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진의 리더십 읽기 -삼국지편② 

디자인=안지호 기자
세상이 복잡하다고 느낄 때 다시 꺼내어 보는 것이 역사다. 그것을 들여다보면 세상 돌아가는 이치가 보이고 앞으로 어찌 되어갈지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극이 인기를 끈다. 춘추전국시대와 삼국지 이야기는 그 중 으뜸이다. 삼국지는 망해가는 한나라가 배경이다. 난세에는 망하게 하는 인물과 세상을 구하는 스타가 함께 등장한다. 조조 유비 손권은 최후의 승자이고, 초기에 두각을 나타낸 대권주자들은 따로 있다. 그들은 모두 대권 경쟁에서 실패하고 사라졌다. 원소, 원술, 공손찬, 유표, 여포 등이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배경이나 세력 능력 어느 것 하나 뒤지지 않고 도리어 더 뛰어난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왜 승자가 되지 못하고 무너졌을까? 역사의 패자들을 살펴보면 엄격한 경쟁 속에서 실패의 위험을 피할 수 있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그 사람을 알려면 목적을 위해 어떤 방법을 선택하는지 보라. 방법을 고르고 선택할 때 그는 자신의 지식과 경험, 인품, 세계관, 도덕관 모두를 동원한다. 정적을 제거하려고 괴물을 끌어들인 것, 자신의 이익을 챙기느라 시대적 사명을 추구하는 연합군을 소멸시킨 것, 거짓과 배신으로 은인의 소유를 강탈한 것 이것을 보면 원소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리더는 뛰어난 사람이다. 따르는 사람들은 리더가 자신들보다 뛰어나다고 인정해서 따르는 것이다. 리더로 성공하려면 지적 능력과 기술적 능력 모두 뛰어나야 한다. 그런데 그것은 필요조건일 뿐이고 경쟁자들도 모두 가진 것이다. 더 뛰어난 리더가 되려면 방향을 제시하면서 목표를 달성하는 차별화된 능력이 더 필요하다.

바로 감성 능력이다. 사람을 대할 때 자신을 잘 통제하면서 상대방을 사려 깊게 대하고 도우면서 마음을 이끄는 힘이다. 많은 연구가 기술적 능력보다 감성 능력이 리더의 성공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주고 있다. 물론 감성 능력이 위험을 막아 주지는 못한다. 때로는 주위의 부추김에 휩쓸리면서 더 위험한 상황을 초래하기도 한다. 

그래서 가치관과 도덕을 갖춘 리더에게 감성 능력이 더해졌을 때 빛이 난다. 

리더는 목표나 과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주요 가치관과 대립하거나 충돌할 때를 종종 마주한다. 만일 리더가 잘못된 가치관과 도덕 기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가 가진 카리스마와 영향력은 매우 위험하며 파괴적인 것이 되기도 한다. 

진정으로 뛰어난 리더는 일련의 건강한 가치관 위에 도덕 기준을 세우고 있어서, 리더의 힘이 파괴적인 방향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방지하는 안전장치 역할을 한다.

그래서 인사청문회와 같은 리더의 발탁과 선정 과정은 더욱 신중하고 치밀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자주 쟁점이 되는 법률적 결격 기준이란 어떤 면에서는 시험의 낙제 기준과 비슷한 것이다. 법률적으로 결격이 아니라는 말은 낙제는 아니라는 말일 수 있다. 법은 채워야 할 최소한의 조건을 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낙제를 면한(최악이 아닌) 수준의 사람이 아니라 최고 수준의 사람이 우리를 이끌어주기를 바란다. 그런 면에서 낙제 여부 검증에 매달리는 현재의 청문회를 최고 수준을 확인하는 청문회로 바꾸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연구와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이러한 리더십의 요건을 원소에 대입해 보면 그가 무너진 이유가 나온다.

가장 큰 부분은 ‘도덕지능’ 부족이다. 도덕지능은 ‘보편적인 원칙과 상식, 양심에 따라 옳고 그름을 구분하는 능력’이다. 성공하고 존경받는 사람 대부분 도덕지능이 높다. 성공한 리더도 잘못을 저지른다. 특히 활동 초기에는 보통 사람보다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보통 사람과 그들이 다른 점은 실수했다는 것을 알면 인정하고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또 그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한 걸음 더 성장하고 전진한다.

원소는 그의 실수를 일깨우는 주위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도리어 추구하는 목표와 명분을 내세우면서 합리화했다. 그리고 다시 실수를 저질렀다. 대권주자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이른바 황태자 의식, 많이 배우고 대단한 배경을 가진 자의 자만심,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도 된다는 사고방식이 결합해서 행동으로 나타난 것이 아닐까. 나중에 가장 믿었던 부하가 배신하고 세 아들까지 분열한 것을 보면 세상에는 공짜가 없고 빚은 반드시 갚게 되며 내가 한 짓은 내게로 돌아온다는 교훈을 다시 한번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요즘 리더에 대해 관심이 매우 높다. 모두 지도자가 되려 하고 자녀와 부하 모두를 리더로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투자한다. 아쉬운 것은 노력과 투자 대부분이 지적 능력과 기술적 능력에 집중된다는 점이다. 경쟁이 치열하고 성공과 승리가 최고의 가치인 현대 사회에서 능력은 가장 중요한 요소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감성 능력과 도덕적 소양을 키우기는 쉽지 않다. 그러더라도 관심과 노력을 줄이지 않아야 한다. 지적 능력과 기술적 능력에만 치중한 리더 육성은 자칫 싸움닭 또는 현대판 원소를 키우는 것일 수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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