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1인 가구 고독사 문제가 심각하다. 스스로가 만든 섬에 갇혀 고립되어버린 청년들, 경제적·정신적 한계에 몰린 이들이 홀로 쓸쓸한 죽음을 맞고 있다. 20·30대 사이에서 '이번 생은 글렀다'는 말이 유행한다. 포기에 익숙해진 청년층은 삶마저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청년층의 우울감, 자살률은 '적신호'가 켜진 지 오래다. 그런데도 정부 정책은 느리기만 하다. 청년 고독사, 차근차근 풀어나가기에는 지금 당장 사라져가는 젊은이들의 목숨이 너무 많다. [1코노미뉴스]는 시급한 정책 과제로 다가온 청년 고독사 실태와 방향을 두 편의 기획시리즈를 통해 다루고자 한다. - 편집자 주

국내 1인 가구 수는 지난해 기준 664만3000가구다. 이 중 20·30대가 238만3000가구다. 1인 가구의 36%가 청년인 셈이다. 청년 1인 가구 증가 요인은 취업난, 생활고 등으로 20·30대가 연애, 결혼, 출산 등을 포기하면서 '싱글'로 남아서다. 

문제는 홀로 살아가는 청년 1인 가구의 삶이 '행복'하지 않다는 데 있다. 비자발적 1인 가구는 삶의 만족도가 떨어진다. 외로움, 우울감 등으로 인한 심리적 압박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경제적 빈곤으로 어쩔 수 없이 홀로 사는 이들도 있다. 

경제적 빈곤, 주거난, 생활고에 지친 청년이 받는 압박감은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지기 쉽다. 타인에게 일상을 공유하고 과시하는 문화가 상대적 박탈감을 불러오고, 자존감을 떨어뜨려서다. 

스스로 고립된 삶을 선택한 청년들은 사회적 지원이나 위로마저 거부하곤 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청년 고독사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경기도 김포에서는 한 30대 후반 남성이 주검으로 발견됐다. 원룸에 홀로 거주하던 이 남성은 일주일이 넘도록 출근을 하지 않았고, 이를 이상하게 여긴 직장 동료에 의해 사망한 지 나흘이 넘어서야 발견됐다. 계약직 근로자였던 이 남성의 집에서는 밀린 세금 독촉장과 제때 버리지 않은 쓰레기가 한가득 발견됐다.

지난 4월에는 20대 배우지망생 조모씨의 안타까운 사망 소식이 전해졌다. 조씨는 단돈 200만원이 안되는 돈을 보이스피싱으로 잃고 홀로 괴로워하다 고통 없는 삶을 선택했고 뒤늦게 지인에게 발견됐다. 

또 한 오피스텔에 거주하던 31세 청년이 죽은 지 사흘이 지난 뒤에 발견된 사연이 보도되기도 했다. 고인은 오피스텔 관리비를 3개월이나 내지 못하는 등 생활고에 시달리다 삶을 포기했다. 그의 집에서는 이력서 150장이 나왔다. 

이처럼 청년 1인 가구 고독사가 흔해지고 있다. 

나눔과나눔에 따르면 지난해 무연고 사망자는 2880명을 기록했다. 2016년 1820명에서 1000명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 중 청년 무연고 사망자는 97명이나 된다. 

무연고 사망자는 가족이 없거나 가족이 있어도 시신의 양도를 포기한 사망자를 말한다. 홀로 거주하다 사망한 이후 가족이 나타난 경우에는 무연고 사망자 통계에서 제외된다. 따라서 실제 청년 1인 가구 고독사 수는 이를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청년 자살률은 여전히 심각하다. 통계청의 사망원인통계 집계를 보면 2019년 자살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26.9명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이 중 20대는 19.2명, 30대는 26.9명이다. 

대체로 자살은 삶의 만족도와 연관된다. 따라서 고용불안, 주거불안에 코로나19 확산까지 겹친 2020년과 2021년 청년 자살률은 더욱 악화했을 가능성이 높다. 

앞서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에서도 지난 2분기 기준 20대와 30대의 우울도는 심각성을 보였다. 우울 평균점수는 20대 5.8점, 30대 5.6점을 기록했다. 20대는 조사 초기인 지난해 3월 이후 급증했고, 30대도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20대, 30대 우울 위험군 비율은 각각 24.3%, 22.6%로, 50대‧60대(각각 13.5%)에 비해 1.5배 이상 높았다. 

여기에 자살생각 비율도 20대와 30대가 17.5%, 14.7%로 가장 높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고독사 문제가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사가 나왔음에도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에 계획한 고독사예방법에 따라 실태조사 후 정책을 수립할 계획이다. 문제는 아직까지 실태조사에 들어가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복지부는 이를 위한 연구용역만 발주한 상태다. 이대로라면 내년에야 실태조사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사태가 청년들의 삶을 위협하는 지금이 아닌 수년 후에나 정책이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달 말 발표 예정인 청년 종합대책에 고독사 관련 대책이 담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고독사 통계조차 없는 상황에서 실효성이 있는 대책을 기대하긴 힘들다고, 회의적 시선을 보냈다.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은 "1인 가구의 경우 자발적 고립을 선택해 지자체의 관심을 불편해하는 경우가 많다. 코로나19 상황이기에 대면이 필요한 관계 중심적 사업은 이뤄지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정부, 지자체의 노력과 함께 이웃의 관심이 더해져야 한다"고 전했다. 

박진옥 나눔과나눔 사무국장은 "1인 가구가 증가하고 다양한 문제들로 사회적 고립을 경험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사회복지 영역에서 고독사를 해결하려면 기관 중심의 지원 정책에서 벗어나 각 지역 내 고립가구를 발굴하고 돌봄을 제공할 수 있도록 주민 조직을 만들어 지속가능한 지원 네트워크 안전망을 꾸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앱,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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