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의 심각한 노인범죄

60대 노인에게 '담배셔틀'을 요구하는 10대 청소년들./사진=유튜브 캡쳐
60대 노인에게 '담배셔틀'을 요구하는 10대 청소년들./사진=유튜브 캡처

60대 노인에게 이른바 '담배셔틀'을 요구하고 조롱한 10대 고등학생들이 공분을 사고 있다. 최근 청소년들의 노인혐오·폭행 등이 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앞서 지난 25일 유튜브 등 SNS를 통해 공개된 영상에는 11시 30분경 여주시 홍문동의 한 거리에서 교복을 입은 10대 청소년 4명 중 한 명은 노란 우의를 입고 앉아있는 노인에게 "남자친구 있어? 헤어졌냐? 헤어졌어?"라며 반말을 한다. 거기에 더해 국화로 보이는 꽃으로 노인의 머리, 어깨, 팔 등을 때리며 조롱한다. 이에 노인이 저항하자, 해당 학생은 "XX 만지지 말고"라고 욕설까지 내뱉는다.

그러면서 학생은 "아니 그럼 담배 사줄 거야, 안 사줄 거야, 그것만 딱 말해"라며 노인을 괴롭힌다. 노인은 자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어나 떨리는 목소리로 "나이가 몇 살이야, 학생 신분 아니야?"라고 말하자 학생은 "열일곱, 열일곱, 열일곱"이라며 조롱을 이어간다. 해당 영상을 촬영한 여학생은 "XX 웃겨"라며 웃었다.

특히 학생들이 휘두른 꽃은 인근 위안부 소녀상에 놓인 추모용 국화라는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더했다. 평화의 소녀상은 여주 출신 위안부 피해자 이용녀 할머니를 기리기 위한 것으로 지난해 8월 여주시 창동 시장 앞에 세워졌다.

1일 SNS 등에는 그 이후의 만행이 담긴 영상이 추가로 게재됐다. 공개된 영상에는 노인이 자리를 뜨려고 하자 한 남학생이 노인 어깨에 팔을 올리며 "왜 어디 아파? 많이 아파?"라며 조롱한다. 남학생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노인의 손수레를 발로 툭툭 치더니 남학생 두 명이 번갈아 가며 손수레를 힘껏 걷어차기까지 한다. 이에 노인의 짐은 쏟아졌고, 노인은 위험천만한 도로 한가운데서 짐을 다시 정리해야 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캡쳐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캡쳐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분노했다. "저런 거 기록으로 남겨서 진학, 취업, 결혼 같은 인생 중대사 때마다 터트려 피눈물 흘리게 해야 한다", "엄벌이 꼭 필요하다", "내 부모님이 아닌데도 이렇게 화가 나는데, 피해자의 자식들은 울분이 터질 것", "애들을 이렇게 키운 부모들을 공개하라"며 울분을 토했다.

분노를 참지 못한 한 누리꾼은 가해 학생들의 신상 공개와 처벌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게재했다. 청원인은 "선을 넘어도 너무 넘었습니다. 10대 강력처벌과 신상공개를 촉구합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일부 청소년들의 노인을 향한 범죄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대가 변화면서 노인 공경 등 문화·인식 차이가 발생하고 있어, 범정부차원의 인식 개선 노력이 요구된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대한민국은 노인 차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5개 국가 중 2위다. 이미 노인 차별이 만연한 상황이다. 여기에 온라인을 중심으로 노인혐오까지 퍼지면서 노인을 향한 범죄로 이어지고 있다. 

김주현 충남대 교수는 지난 4월 열린 제4차 연령통합·세대연대 정책포럼에서 '2019년 노인혐오차별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노인혐오 심각성을 지적한 바 있다. 김 교수는 "20~50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온라인에서의 노인혐오표현이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면서 "이는 곧 범죄로 이어질 수 있어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9 노인혐오차별실태조사에 따르면 온라인에서 노인혐오표현과 관련해 20~30대는 87%, 40~50대는 82.7%가 '심각', 또는 '매우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특히 노인혐오표현은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반응에 대해 20~30대는 82.0%, 40~50대는 88.6%가 '그렇다' 또는 '매우 그렇다'고 답했다.

더 심각한 부분은 노인혐오 표현을 접하는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2019년 인권위원회가 청소년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혐오표현 경험과 인식조사에 따르면 68.3%가 혐오표현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중 82.9%는 SNS나 커뮤니티, 유튜브, 게임 등 온라인에서 혐오표현을 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청소년 중 23.9%가 혐오표현을 직접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혐오표현을 사용한 이유에 대해서는 '남들도 사용해서', '재미나 농담' 등이 과반수를 넘기도 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사회적 변화에 발맞춰 특정 세대의 과업이 아닌 사회가 같이 책임질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세대 간의 나이, 위계 등에 따른 권위주의, 사회적약자에 대한 처벌과 배제에서 가치관 충돌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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