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플 때 더 서러운 1인 가구…병원 동행 등 돌봄 정책 확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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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플 때 더 서러운 1인 가구…병원 동행 등 돌봄 정책 확대해야
  • 안지호 기자
  • 승인 2021.09.13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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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혼자 산다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1인 가구가 주된 가구 형태로 자리 잡은 지 수년이 흘렀지만, 범정부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변화한 것이 없어, 돌발 변수가 발생할 때마다 곤란한 일을 겪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아플 때'다. 정서적으로 서럽고, 외로움을 느끼는 것은 번외로 치더라도 신체적, 제도적으로 고충을 겪게 된다. 증세가 급격히 악화된 상황이나, 물리적으로 외출이 힘들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때, 1인 가구는 홀로 이 난관을 헤쳐나가야 한다. 고령층의 경우 돌봄체계가 어느 정도 갖춰져 있어 혼자 사는 어르신은 지자체 등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청년, 중장년 1인 가구의 경우 사각지대에 있어 가까운 데에 가족, 지인 등이 없다면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힘들다. 

여성가족부가 조사한 '2020 가족실태조사'에서도 1인 가구의 34.4%가 '질병·건강 악화'를 혼자 살면서 예상되는 어려움으로 꼽았다. 또 30.9%가 '아프거나 위급할 때 대처'가 어렵다고 답했다. 여기에 1인 가구 상당수가 의료비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의료비는 1인 가구의 생활비 지출 항목 중 3위(22.7%)를 차지한다. 

1인 가구를 필요로하는 정책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드러난다. 

실제로 서울 강서구에서 홀로 거주하는 임모씨(32)는 "최근 일요일 밤에 극심하게 복통이 느껴져 밤새 홀로 아픔을 참아야 했다"며 "당장 연락할 곳도 없고 119에 전화를 해야 하나 망설이다가 겨우 잠들고 눈을 떠보니 월요일 아침이었다. 회사에 전화해 급하게 병가를 내고 병원을 갔지만 큰 병이 아니었다. 회사에 보고하니 마치 혼자 꾀병을 부린 것처럼 비쳐 더욱더 서글펐다"고 토로했다. 

인천 남구에 거주하는 박모씨(41)는 "토요일 아침에 축구 모임 나갔다가 발목을 접질렸는데 괜찮겠지 하고 집에 그냥 왔다가 주말 내내 혼자 고생했다"며 "부기가 심해지면서 고통도 심해지고 발 딛는 것조차 힘들어 병원에도 갈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다행히 지인이 연락을 받고 도와주러 와서 밤늦게 응급실에 갈 수 있었다. 혼자 산다는 게 어떤 건지 절실히 깨달은 주말이었다"고 전했다. 

서울 잠실에 사는 이모씨(43)는 "한밤중 고열과 복통이 찾아와 119에 전화를 걸어 가까운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충수염으로 즉시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었기에 당장 보호자의 동의가 필요했다. 그러나 이혼 후 혼자 살다보니 당장 보호자가 없어, 몇 시간을 응급실에서 고통 속에 기다려야 했다. 결국 용인에 사는 동생이 전화로 구두 서명을 했다"며 "주변에 아무도 없이 홀로 고통 속에 방치된 기분, 홀로 수술실에 들어가는 기분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면 서럽다'는 것은 모든 이들에게 적용되지만, 당장 기댈 곳이 없는 1인 가구에게 더 크게 다가온다. 이에 서울시가 오는 11월 첫 시행에 들어가는 '1인 가구 병원 동행 서비스'가 주목을 받는다. 

이 서비스의 가장 큰 특징은 '도어 투 도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콜센터로 신청하면 요양보호사 등 동행자가 3시간 안에 시민인 원하는 장소를 찾아가 병원 출발·귀가 시 동행해주고, 병원에서 접수, 수납, 입·퇴원 절차를 지원한다. 원하는 경우 진료받을 때도 함께해 준다. 

서비스 이용 대상도 특정계층이 아닌 1인 가구 누구나 받을 수 있다. 다만 서비스 비용은 유료다. 시간당 5000원이다. 

유사 형태의 민간 병원 동행 서비스의 경우 시간당 2만원의 비용을 받는 점을 고려하면 저렴한 편이다. 여기에 돌봄SOS센터 지원 대상자 중 중위소득 65% 이하 시민은 올 연말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이 서비스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1호 공약인 1인 가구 지원 종합 대책 중 하나다. 치열한 예산 공방전을 통해 따낸 사업이다. 예산상의 한계로 연 6회까지만 이용할 수 있다. 

서울시는 2020년 기준 1인 가구 비중이 전체 가구의 34.9%(139만명)로 급증했다. 1인 가구 증가는 서울시만의 현상이 아니다. 지난해 국내 총가구 수는 2092만7000가구로 이 중 1인 가구는 664만3000가구를 차지했다. 전체의 31.7%다. 전년 대비 무려 1.5%포인트나 급증했다. 

이에 따라 선도적 정책 추진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전문가들은 1인 가구에 특혜를 주는 정책이 아닌, 1인 가구가 독립적이고 안전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한미영 동대문구건가 사무국장은 "혼자 살다 보면 주변에 도움이 필요한 때가 있다. 1인 가구 지원 사업이 꼭 필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앞서 서울시의회 1인 가구 지원 조례 개정 토론회에 참석한 김영정 서울시여성가족재단연구위원도 "1인 가구는 다른 가구구성원이 없음으로 큰 위기상황을 맞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안전, 경제, 건강, 돌봄 등 여러 면에서 어려움을 미리 예방하고 문제적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단기 사업에 그치지 않고 근본적 변화를 도모하는 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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