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치매환자 주택수 221만 호... 40년 후 27% 증가

정희선 칼럼니스트 

고령화 시대의 커다란 문제인 치매 환자의 증가는 치매 환자 본인과 가족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과제를 불러일으킨다. 일본에서는 치매를 앓는 사람이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치매 환자가 소유한 주택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일본 사회에 또 다른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다이이치생명 경제연구소가 주택•토지통계조사 및 세대수의 장례 추계, 연령별 치매 유병률 등으로부터 추산한 자료에 의하면 일본의 치매 환자가 소유하는 주택은 2018년 기준 210만 호로 이미 총주택 수의 3%를 넘게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이 수치는 2021년에는 221만 호, 40년에는 현재보다 약 27% 증가한 280만 호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한다. 

문제는 치매로 의사능력을 상실한 경우, 원칙적으로 본인이 자택을 매각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렇게 집을 매각하는 것이 어려워지게 되면 치매 환자가 가진 자산을 간병 비용에 활용할 수 없게 되고 가족들의 심리적 부담뿐만 아니라 경제적 부담이 커진다. 

물론 질병, 노령 등으로 정신적 제약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후견인을 선임하는 제도인 ‘성년후견제도’를 사용하면 자산의 매각을 인정해주는 예는 있다. 하지만 일본의 대법원에 따르면 2020년 말 시점 성년후견제도의 이용자는 단지 23명뿐이다. 제도에 대한 낮은 인지도와 수속의 복잡함이 낮은 이용률의 이유로 꼽힌다. 

치매에 걸리면 간병시설에 입주해야 할 경우가 많아 자녀의 경제적 부담이 늘어난다. 이때 치매 부모가 가진 집의 매각이 안 되면 간병 비용 부담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치매 간병 시설에의 입주비는 부담할 수 있다 치더라도 집을 빈집으로 방치하게 되면 관리비와 수선비가 나가게 된다. 가족 입장에서는 빈집 처리와 간병, 이중으로 압박을 받게 된다.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는 치매 환자가 보유하는 금융자산 또한 2030년도에는 215조 엔 (약 23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뿐만 아니라 치매 환자가 보유한 금융자산 또한 처분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최근 치매 환자의 금융자산 관련한 대응이 진행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전국은행협회는 2월, 성년후견제도를 이용할 수 없는 경우, 일정 조건 아래 친족 등이 치매 환자의 예금을 대리 인출하는 것을 제한적으로 용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자택 등 부동산에 대해서는 이러한 대응이 아직 거의 없다.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의 연구원에 의하면 “예금은 ‘의료비 등 치매 환자의 이익에 합치하는 분만큼’ 분할해서 대응할 수 있지만 자택 등 부동산에서는 이러한 대처가 어렵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한다. 즉, 예금의 경우에는 치매 환자의 치료비로서 일정 금액을 인출하는 등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지만, 주택과 같은 부동산의 경우에는 일부만 매각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매각에 따른 절차도 예금보다 훨씬 복잡하다. 연구원은 “주택과 관련된 치매 문제는 금융자산 이상으로 심각해질 수도 있다”라며 염려한다. 

2018년 시점에 일본 전국의 빈집은 벌써 약 849만 호에 달한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집의 해체를 포함하여 전국의 빈집을 줄이기 위한 대책이 강력히 진행되지 않으면 2038년 일본의 빈집은 2,254만 호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한다. 자연스럽게 치매 환자가 소유한 빈집 또한 증가하고 처분 곤란한 집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치매 환자가 소유한 빈집 문제의 대응책은 무엇일까? 바로 치매에 걸리기 전에 준비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자택 등 부동산을 포함한 부모의 자산 관리를 자녀에게 맡기는 가족 신탁제도를 이용하는 것이다. 

가족 신탁제도는 후견제도보다 자산을 유연하게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이 이점이다. 계약 내용에 따라서는 치매에 걸린 뒤 간병시설에 들어갈 때 자녀의 판단으로 부모의 집을 파는 것도 가능하다. 부모와 자식 간의 결정이지만 보통 법무사 등 전문가에게 수수료를 지불하고 조언 및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가족 신탁은 치매 대책으로서 유효성이 높아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단지 치매가 되기 전에 일련의 계약을 끝내 둬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의 연구원은 “하지만 개인이 정보를 수집하고 대책을 강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치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라며 경종을 울린다.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한국에서도 귀 기울여 들어야 할 의견일 것이다. 

<위 글은 외부 기고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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