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진의 리더십 읽기 -삼국지편⑥

디자인=안지호 기자
세상이 복잡하다고 느낄 때 다시 꺼내어 보는 것이 역사다. 그것을 들여다보면 세상 돌아가는 이치가 보이고 앞으로 어찌 되어갈지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극이 인기를 끈다. 춘추전국시대와 삼국지 이야기는 그 중 으뜸이다. 삼국지는 망해가는 한나라가 배경이다. 난세에는 망하게 하는 인물과 세상을 구하는 스타가 함께 등장한다. 조조 유비 손권은 최후의 승자이고, 초기에 두각을 나타낸 대권주자들은 따로 있다. 그들은 모두 대권 경쟁에서 실패하고 사라졌다. 원소, 원술, 공손찬, 유표, 여포 등이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배경이나 세력 능력 어느 것 하나 뒤지지 않고 도리어 더 뛰어난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왜 승자가 되지 못하고 무너졌을까? 역사의 패자들을 살펴보면 엄격한 경쟁 속에서 실패의 위험을 피할 수 있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관도대전은 적벽대전과 쌍벽을 이루는 삼국지 속 최대 전투다. 천하 권력 판도의 분수령이 되는 중요한 전투다. 이때를 정점으로 대권의 선두주자인 원소가 무너지고 조조-유비-손권이 주도하는 삼국시대가 막을 올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도대전 속 원소를 보면 리더십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다. 

첫째, 반드시 강자가 전쟁에서 이기지 않는다.
 
원소군은 조조군에 비해 거의 10배나 컸지만, 전쟁에서 참패했다. 역사 속의 많은 전쟁도 그렇다. 대부분 강자가 전쟁을 시작한다. 약자는 살기 위해 싸울 수밖에 없다. 이때 강자의 가장 큰 약점은 교만과 방심이다. 원소군이 그것을 잘 보여준다. 숫자로만 밀어붙여도 쉽게 이긴다는 교만과 방심이 소홀한 전략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자신의 룰이 아니라 상대방의 룰에 따라 게임을 했다. 그래도 이긴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기려면 자기의 룰대로 싸워야 한다. 덩치의 크기와 상관없다.
 
둘째, 원소는 전쟁 이전에 사람을 쓰는 것에서부터 졌다. 

원소는 최고의 모사들을 데리고 있으면서도 하나의 목표로 집중시키지 못했다. 모사들은 서로 반목하고 대립하면서 자신의 이익(?)에 우선순위를 두었다. 반면 조조 진영의 순욱, 곽가, 정욱은 ‘원소 타도’라는 하나의 초점에 집중하고 수도의 관리와 후방 보급, 현장에서의 보좌 등으로 역할을 맡아서 서로 협력했다. 열 명의 천재보다 열 명의 평범한 사람이 더 나은 경우를 보여 주었다.
 
셋째, 틀린 의사결정보다 늦은 의사결정이 더 나쁘다.

원소는 체면이나 남의 이목에 신경을 쓰느라 중요한 순간마다 의사결정에 늦었다. 주위의 자극이나 참언에도 쉽게 흔들렸다. 심지어 본인의 결정을 번복할 때도 많았다. 반면 조조는 자신이 먼저 상황을 파악한 뒤 모사들의 의견을 충분히 경청해서 종합한 다음 최종 결정을 내리고 모두 그것을 따르게 했다. 실행은 머뭇거리지 않고 신속했으며, 주위의 자극이나 참언에 흔들리지 않았다. 리더의 이런 의사결정 행동의 차이는 두 집단의 성과 차이로 연결됐다. 리더가 한 번 흔들리면 부하들은 두 번 세 번 더 흔들린다.

넷째, 조직에 대한 신뢰 부족은 실패로 이어진다. 

리더는 ‘의심스러우면 쓰지 말고 썼으면 믿고 맡기라’는 말을 기억해야 한다. 결정적인 정보 누락과 제안 거부, 허위 보고, 핵심 모사와 장수의 이탈 그리고 배반 등을 보면 원소의 부하들은 그를 목숨 걸고 믿고 의지할만한 리더로 생각하지 않은 듯하다. 리더는 자신을 믿고 의지하는 부하만 움직일 수 있다. 믿지 않는 부하는 움직이지 못한다. 아니, 움직이지 않는다. 

많은 리더가 부하의 신뢰를 얻지 못해 실패한다. 그런 리더들은 ‘왜 나를 안 믿는지 모르겠다’며 답답해한다. 자기를 믿지 않는 부하는 잘못된 부하, 틀린 부하, 부하 자격이 없다고 한다. 당연히 리더를 믿고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당신은 믿을만한 사람인가’라고 질문하면 멈칫한다. 자신이 신뢰받을만한지, 신뢰받게 행동하고 있는지는 말하지 않는다. 

리더에 대한 신뢰에는 세 가지 측면이 있다. 

첫째는 사람. 리더가 어떤 인격을 가졌는가, 어떤 품성과 도덕관념, 어떤 가치관과 인간성을 가진 사람인가 하는 문제다. 그래서 많은 책과 전문가가 리더가 갖춰야 할 내면의 요소를 이야기한다. 자기 계발을 위해 노력하는 리더의 모습은 이 측면의 신뢰를 높인다. 

둘째는 능력. 리더가 무엇을 알고 할 수 있고 어떤 것을 이루었는가 하는 문제이다. 경험과 경력, 성공, 성과가 큰 역할을 한다. 또한 부하는 리더가 이루려는 것의 가능성이 얼마인지, 즉 미래의 가능성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긍정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능력 없고 가능성 없는 리더를 따르고 싶어 할 부하는 없다.

셋째는 역할수행. 조직을 어떻게 이끄는지, 얼마나 공정하게 역할수행을 할지 등이 관련된다. 방향이 틀리거나 방법이 잘못되었거나 비효율적이거나 불공정하게 이끄는 리더는 이 측면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 

부하는 이 세 가지 측면의 평가를 동시에 종합적으로 해서 리더에 대한 존경과 몰입의 수준을 결정한다. 결국 부하가 어느 정도 리더를 따를지는 부하 스스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리더가 무엇을 얼마나 어떻게 주었는지에 따라 결정된 결과다.

조직은 성공하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한다. 성공과 실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성공이라 자만하지 않고 실패라 좌절하지 않으며 그것을 통해 배우고 성장하는 것이다. 구성원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협력하면서 변화에 적응하고 생산적으로 경쟁하면서 학습하고 성장하게 이끄는 존재가 리더다. 원소는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리딩은 수준 낮고 전략은 졸속이었다. 

'일에 대한 실패는 용서받을 수 있으나 사람에 대한 실패는 용서받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원소는 일과 사람 모두에서 실패했으며, 사람에 대한 실패는 자신의 내면에서 나온 결과다. 요즘 우리 사회의 리더라는 사람들을 보면 관도대전 속 원소가 보인다. 실패는 리더 안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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