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미리캔버스,뉴스1/디자인=안지호 기자

 

#. 1인 가구 이모씨(39)는 경기도 안산의 한 물류창고에서 지게차를 운전한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직장을 잃고 어렵게 얻은 자리다. 물론 계약직이다. 이씨는 앞으로가 걱정이다. 아르바이트와 다를 바 없어 언제든 잘릴 수 있어서다. 이씨는 하루하루가 불안하다.

#. 인천에 홀로 거주하는 박모씨(36)는 지난 9월 떡볶이 가게를 차렸다. 샵인샵 개념의 소자본 창업이다. 오랜 기간 혼자 살았고, 음식에는 자신 있던 박씨는 주위의 반대에도 가게를 오픈했다. 1년 넘게 취업에 실패한 박씨는 "당장 몸은 힘들지만, 더는 취업 스트레스를 안 받고 오히려 미래를 그릴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 방송계에서 5년 이상 경력을 쌓아온 여성 1인 가구 임모씨(35)는 작가의 꿈을 접었다. 임씨는 코로나19 이후 1년 넘게 방송일을 하지 못했다. 생계유지를 위해 가끔 SNS 등으로 물건을 만들어 팔던 임씨는 향수, 디퓨저, 캔들을 전문으로 하는 온라인쇼핑몰을 차리기로 했다.

코로나19 확산이 이후 30대의 고난이 계속되고 있다. 경제 허리인 30대가 일자리를 찾지 못해 방황하고 있다. 학자금 대출에 전월세 대출, 카드빚까지 어깨가 무거운 30대가 받는 고용 스트레스는 심각하다. 특히 30대 1인 가구는 물질적·정신적 빈곤에 허우적대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월 고용동향을 두고 "취업자 수가 코로나19 직전의 99.9%까지 회복했다"며 "모든 연령대의 고용률이 3개월 연속 상승했다. 15~29세 사이 청년층 취업자수가 8개월 연속 증가한 데다 고용률은 45.1%로 2004년 이후 10월 기준으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30대도 인구감소에 따른 취업자 자연감소분을 감안한 실질적인 취업자 수는 증가, 고용률이 3개월 연속 상승했다"고 자평했다.

확연한 경제회복이 이뤄졌다는 것인데, 정작 30대는 고용난이 갈수록 심각하다고 느끼는 걸까.

지난 10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고용동향을 보면 30대 취업자는 525만2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만4000명 감소했다. 월별로 보면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2월 이후 20개월 연속 감소세다. 연령대별로 봐도 30대만 감소했다. 

표 = 통계청
표 = 통계청

홍 부총리의 말처럼 인구감소에 따른 자연감소라고 설명했지만, 30대만 유독 감소해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다. 오히려 정책적 지원 사각지대를 만든 일자리 정책의 폐해에 가깝다.

실제로 한 중소기업 대표는 "올해 2명을 신규 채용했는데, 모두 20대였다"며 "경력을 갖춘 30대를 채용하면 즉시 투입이 되고 좋지만, 연봉이 높다. 능률은 조금 떨어져도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20대 신입을 채용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일자리 질도 떨어진다. 이달 36시간 이하 취업자 수는 1084만명을 기록했다. 전년 동월(562만6000명)과 비교하면 두 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양질의 일자리라 할 수 있는 36시간 이상 취업자 수는 1만6526명으로 21.2% 감소했다. 여기에 서비스종사자(13만5000명), 단순노무종사자(12만9000명)가 각각 4.5%, 3.3% 늘었다. 종사자 지위별로도 고용원이 없는 1인 자영업자가 425만6000명으로 1.1% 증가했다. 반대로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2만6000명으로 1.9% 줄었다.

이외에도 일할 능력은 있지만, 경제활동에는 참여하지 않은 30대 '쉬었음' 인구는 29만6000명으로 3.0% 증가했다. 대부분 몸이 좋지 않거나, 원하는 일자리가 없거나, 일자리 자체가 없어 쉬고 있는 이들이다. 

표 = 통계청
표 = 통계청

전문가들은 아르바이트와 같은 단기 일자리를 반복하면서 하루하루 생계를 이어가기에 버거운 상황이 이어지면, 물질적·정신적 압박감에 불안을 느끼게 된다고 설명한다. 특히 경제적으로 독립된 생활을 하는 1인 가구가 불안한 고용환경에 놓여 있을 경우 우울증·자존감 하락으로 사회적고립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 등록센서스 방식 집계결과를 보면 2020년 기준 국내 1인 가구는 총 664만3000가구다. 이 중 30대는 111만6000가구로 전체의 16.8%를 차지한다. 20대(19.1%), 70세 이상(18.1%)에 이어 3번째로 많다.  

정재훈 서울여자대학교 교수는 "이 시대 보통 청년들은 'N포 세대'로 불린다. 이들의 문제는 개인의 무능력이나 게으름 때문이 아닌 사회구조 차원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비자발적 청년 1인 가구가 안정적 일자리, 주거, 사회적 관계망을 홀로 유지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비자발적 청년 1인 가구에 대해 우리 사회가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1코노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