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TV시청으로 무료한 시간 보내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경로당 출입도 못해

안유리나 기자
안유리나 기자

20년 사이 우리나라 1인 가구는 눈에 띄게 증가했다. 혼밥·혼술·혼영 등 단어가 더 이상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각 세대별을 띄어넘어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통계청의 '2021 고령자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주 연령이 65세 이상인 고령자 가구는 473만 2000가구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1인 가구는 166만1000가구(35.1%)에 달한다. 고령자 1인 가구의 비중은 2015년(32.9%)부터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는 중이다. 가구 수 역시 5년 전에 비해 약 438만 가구(35.8%) 늘었다.

고령 1인 가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 고령 1인 가구를 위한 문화생활 지원은 많지 않다. 서울시 각 권역별마다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된 청년과 중장년 1인 가구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하루 동안 혼자 여가시간을 보내는 세대는 오히려 고령 1인 가구가 가장 길다. 대부분의 고령 1인 가구는 TV 시청으로 여가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취미생활로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 적다는 소리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조사한 '2020 국민여가활동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60대 54.9%, 70세 이상 59.6%가 여가활동을 혼자 한다고 답했다. 

이는 곧 고령 1인 가구의 고독과 사회적 단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로 이어지게 된다.

단편적인 예로 노인복지관 등에서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할 때 인원이 대체로 꽉꽉 찬다. 그만큼 노인들의 수요에 비해 절대적인 문화복지 프로그램 수가 부족하다는 의미다. 이마저도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경기도 남양주시 김순례(73세) 할머니는 하루 일과 중 대부분을 TV 시청으로 보낸다. 가끔 인근 경로당을 찾을 때도 있지만 코로나로 발길을 끊은지 한 달이 지났다. 김 할머니는 몸도 아프지만 시골에서 할 수 있는 여가 프로그램이 많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전문가들은 가장 긴 여가시간을 보내는 고령 1인 가구를 위한 다양한 여가활동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코로나로 지친 고령 1인 가구 위한 다양한 대책들이 나온다. 

정희선 일본 전문 칼럼니스트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집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고령자들의 건강에 비상등이 켜졌다. 외부 활동과 외출의 빈도가 급격히 줄어들고 재활 시설이 운영을 중지하는 등 고령자들이 신체를 움직일 기회가 없어졌기 때문"이라며 "특히 고령 1인 가구는 신체적 건강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 기회도 줄어들어 정신 건강마저 악화되는 경우도 있다. 고령자의 커뮤니케이션 부족은 심한 경우에는 치매로 진행되기도 한다. 최근 일본에서는 고령자들의 '코로나 노화'를 막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가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게임은 젊은이들이 주로 하는 것이라는 고정 관념을 깨고 e스포츠를 활용하여 고령자의 심신 쇠약을 돕고자 하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라며 "고령자들에게 e스포츠에 참여하기를 권장하는 이유는 최근 e스포츠와 게임이 고령자의 뇌를 활성화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많이 보고 되고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정 칼럼니스트는 "코로나로 인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1인 고령가구들이 정신적, 신체적으로 쇠약해지기 쉬운 환경에 놓여있다.  한국도 '코로나 약자'인 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집 안에서 혹은 집 근처 생활 반경 내에서 건강을 지키면서 다양한 문화생활를 할 수 있는 아이디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연말이다.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고령 1인 가구를 위한 여가 프로그램 선정이 절실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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