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인년 새로운 근무형태로 워케이션(Workcation)이 떠오르고 있다. 워케이션은 일(Work)과 휴가(Vacation)의 합성어다. 일상화된 원격근무와 집을 벗어나 여행지에서 휴식을 취하고 싶은 욕구가 맞물리면서 생겨난 근무형태다. 지난해 일부 기업이 워케이션을 도입하기 시작해 코로나19 3년차를 맞은 올해 한층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워케이션에 가장 적극적인 수요층은 1인 가구다. 홀몸이다 보니 이동이 자유롭고 생활공간과 시간 변화에 대응하기 유리해서다.  

이미 보안 등의 문제에서 자유로운 1인 가구의 경우 주말에 여행을 떠난 후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여행지에 장기 체류하며 원격근무를 하는 이들이 많다. 회사에서 워케이션을 실시하지 않아도 자율적으로 워케이션을 하는 셈이다. 

직장인 한아름(32, 가명)씨가 대표적이다. 한씨는 지난 연말 한 달가량을 강원도 고성에서 보냈다. 직장과 집 모두 서울에 있지만, 전면 재택근무에 들어가면서 최근 푹 빠져 살고 있는 서핑을 즐기기 위해 고성으로 향한 것이다. 점심시간과 퇴근 후 가볍게 서핑을 즐기고, 낮시간 바다를 바라보며 근무를 하니 일도 삶도 만족스러웠다. 

한씨는 "혼자 집에서 재택근무를 하다 보니 답답하고 배달음식에 살만 찌는 거 같아서 더 스트레스를 받았었다"며 "그런데 워케이션을 해보니 하루하루가 즐겁고 스트레스가 확 줄어서 그런지 일 능률도 올랐다. 재택이 끝나서 서울로 돌아왔지만, 다시 기회가 되면 워케이션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 

지난해 강원도관광재단에서 주관한 강원워케이션 프로그램에 참여한 김효연(33, 가명)씨도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씨는 "회사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 준 덕분에 3박4일간 워케이션을 다녀왔다. 역 앞에 업무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편하게 일하고 퇴근 후 휴가를 즐길 수 있어 너무 좋았다"며 "마음이 편안하니 업무 효율도 높아진 기분이었다. 실제로 워케이션 기간 진행한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회사에서도 올해 워케이션제를 본격 도입하는 것을 고려하게 됐다"고 말했다.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업무효율성을 고민하는 기업들도 이러한 변화에 주목했다. CJ ENM은 지난해 제주 월정리에 거점 오피스를 오픈하고 시범운영을 시작, 올해부터 정식 운영을 시작한다. 또 야놀자, 토스, 라인플러스 등 IT 기업들도 워케이션을 도입했다. '삼쩜삼'으로 유명한 자비스앤빌런즈도 워케이션을 도입했다. 회사에서 비용으로 개인당 303만원도 지원한다. 종합물류기업 로지스올은 올해 워케이션 제도를 신설했다. 

앞서 호텔스닷컴이 지난해 11월 진행한 워케이션 관련 설문조사에서도 직원 응답자의 73%가 '유익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고용주들 역시 86%가 '유익할 것'이라고 답했다. 워케이션 장점으로는 정신건강 관리(45%), 영감 및 창의력 향상(42%), 집중력 및 업무 생산성 향상(36%) 등을 꼽았다.

한 IT업계 HR 관계자는 "인사관리의 핵심은 직원 스스로가 집중도 있게 업무에 참여하고 혁신적으로 일해 근무 생산성을 높이도록 돕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업은 유연근무제 등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며 "재택근무를 통해 원격근무가 가능하다는 점이 입증되면서 기업 입장에서도 보다 효율적인 제도 도입을 생각하게 된다. 거점 오피스나 워케이션이 대표적이다"고 전했다.

이처럼 워케이션이 실현 가능한 새로운 근무형태가 되면서 정부와 지자체 등도 워케이션 수요 잡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한국관광공사가 강원도관광재단과 손잡고 '2021 워케이션 포럼'을 열었다. 전라남도는 목포, 여수, 강진을 워케이션 최적지로 선정했다. 전라북도도 워케이션을 주제로 '전북 한 달 여행하기'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지난 4일 '소확행 공약' 38번째 시리즈로 소멸 위기 지역에 워케이션 센터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직장과 동일한 업무 환경을 구현하도록 예산을 지원하고 워케이션 센터를 활용하는 기업에 기업이 부담하는 근로자 휴가지원비를 추가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