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옥 나눔과나눔 사무국장
박진옥 나눔과나눔 사무국장

설날 직전인 지난달 28일 2021년 무연고사망자 현황이 공개됐다. 국회 서일준 의원은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근거로 2020년 3,000명을 넘어선 무연고사망자가 지난해에는 3,159명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국회는 이처럼 해마다 급증하는 무연고사망자 대책의 하나로 지난해 12월 관련 법인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사법’)」 일부를 개정했다. 이번 법 개정의 특징은 무연고사망자 공영장례의 행정책임을 국가 차원까지 확대한 것과 이를 위해 ‘무연고사망자 장례지원’을 장사지원센터 업무 내용으로 명시한 것이다. 그렇다면 무연고사망자를 위한 장례지원의 ‘컨트롤타워’는 출범하는 것일까?

법률로 명시된 무연고사망자 장례지원 

현재 무연고사망자를 위한 공영장례는 지방자치단체별로 조례를 제정하여 지원한다. 이는 무연고사망자의 행정책임 주체를 시장 등으로 규정하기 때문이다. 이번 「장사법」 일부 개정으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무연고사망자를 위한 장례비용을 지원할 수 있게 됐다. 

즉, 무연고사망자의 공영장례에 대한 지방자치단체별 지원에 관한 내용을 법률로 상향한 것과 동시에 매년 증가하는 무연고사망자를 위한 표준화된 장례서비스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국가가 장례비용을 지원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또한 이를 위해 장사지원센터의 구체적인 수행 업무로 무연고사망자 장례지원을 새롭게 추가하였다. 따라서 현재 장사지원센터의 기능을 위탁받아 운영하는 (재)한국장례문화진흥원(이하 ‘진흥원’)은 이번 「장사법」 개정에 따라 무연고사망자 장례지원을 총괄하게 됐다. 

예산도 인력도 없는‘컨트롤타워’

이번에 개정된 법은 올해 6월 22일 시행 예정이다. 제대로 된 시행을 위해서는 장사지원센터를 운영하는 진흥원에 무연고사망자 장례지원 수행에 필요한 예산·인력 등의 확보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진흥원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법시행과 관련해 편성한 예산 10억 원이 국회 예산심의 단계에서 삭감되어 난감한 상황이라고 한다. 예산도 인력도 없는 상황에서 신설된 무연고사망자 장례지원 업무가 어떻게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진흥원은 우선 ‘장사지원센터(진흥원) 무연고사망자 등 장례지원 업무 매뉴얼 개발’을 위한 3천만 원의 소규모 연구용역 사업부터 추진 중이다. 이번 연구용역은 법 시행일인 6월 전에 마무리하기 위해 3월부터 5월까지 3개월간 진행될 예정이다. 촉박한 일정이다. 이에 따라 연구용역 입찰 역시 지난달 28일 공고되어 오는 7일 마감이다. 설날 연휴 기간과 주말을 제외하면 4일 만에 입찰 제안서 작성 등 입찰절차를 모두 완료해야 한다. 촉박한 일정에 무리한 행정까지 우려스럽다.

진흥원의 무연고사망자 장례지원은 전국적인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하지만 충분한 예산도 인력도 없는 상황에서 단기간에 소규모 연구용역사업을 통해 제대로 된 매뉴얼이 개발될지, 또한 제안된 매뉴얼이 실제 현장에 적용할 수 있기는 한 것인지 따져봐야 할 지점이 여럿 있다.

무연고 장례지원의 구체적인 역할 범위는?

그동안은 급증하는 무연고사망자를 위한 국가 차원의 지원체계가 없었다. 이렇다 보니 무연고사망자 장례 지원과 관련해 상담하려고 해도 마땅한 곳이 없었던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전국에서 유일하게 공영장례 상담센터를 운영하는 ‘서울시 공영장례지원 상담센터’인 사단법인 나눔과나눔이 전국의 무연고사망자 관련 문의와 상담의 일부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다.

이번 「장사법」 개정에 따라 장사지원센터의 업무로 새롭게 추가된 무연고사망자의 장례지원이 제대로 수행되기 위해서는 진흥원의 구체적인 역할 규정이 명확해야 하며 전국적인 ‘컨트롤타워’로서의 자리매김 또한 핵심적인 부분이다. 

이를 위해서 첫째, 진흥원은 무연고사망자 장례 실태와 법과 제도의 미비점과 한계를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 그동안 무연고사망자의 장례는 ‘시신처리’ 수준이었다. 이를 존엄한 삶의 마무리를 위한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는 공영장례가 되기 위해서는 관행과 잘못된 상식으로 인해 ‘처리’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무연고사망자의 장례 실태를 파악하고 실제 무연고사망자를 위한 법과 제도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현장 중심으로 이해할 때 역할 범위를 제대로 규정할 수 있게 된다. 탁상에 가만히 앉아서는 무연고 장례지원을 제대로 할 수 없다.

둘째, 무연고사망자의 실태 파악이 중요하다. 한국 사회에서 누가 무연고사망자가 되는지, 무연고사망자가 되는 이유는 무엇인지, 그들의 생전 가족관계·주거형태·건강상태·수급자 여부 등 다양한 정보를 파악해야 한다. 해마다 보고되는 무연고사망자 현황을 통해서는 무연고사망자의 실태를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명확하다. 국가 차원의 무연고사망자 공영장례지원을 위해서는 이러한 실태 파악이 전제되어야 한다.

셋째, 무연고사망자 당사자 관점이 필요하다. 현재 조례를 통한 공영장례는 제공자 중심의 장례지원이라고 할 수 있다. 장례조차 없는 무연고사망자를 위해 장례식을 제공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제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는 공영장례는 누구의 관점에서 정의되고 설계되고 운영돼야 하는지, 실제 운영은 누구를 위해 진행되어야 하는지 본질적인 질문부터 시작해야 한다. 

2022년은 공영장례에 있어 중요한 변곡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한계는 있지만, 국가 차원의 무연고 장례지원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장사지원센터인 진흥원이 있다. 물론 현재 예산도 인력도 부족한 상황은 현실이지만, 더욱 본질적 질문부터 시작해 철저한 준비를 통해 제대로 된 무연고사망자 공영장례의 ‘컨트롤타워’의 기능을 기대해 본다.

<위 글은 외부 기고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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