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선 칼럼니스트
정희선 칼럼니스트

'2025년 문제'

제2차 세계 대전 이후에 태어난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를 일컫는 단카이 세대800만명이 75세에 도달하는 해가 2025년이다. 2025년이 되면 의료 및 간병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며 복지 예산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어 일찍부터 일본의 언론과 학계는 이를 ‘2025년 문제’라 부르며 경종을 울렸다. 이제 2025년까지 3년이 남았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문제점은 의료 및 간병 시설의 부족이다. 병상 뿐만 아니라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간병 수요는 높아지는 한편 간병 종사자는 턱없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후생노동성에 의하면 2023년에는 22만명, 2040년에는 69만명의 간병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따라 일본의 후생노동성은 간병 인원 관련 규제의 완화를 검토하기 시작하였다. 현재 기준에 다르면 간병 시설 입소자 3명당 적어도 1명의 간병 직원을 배치하여야 한다. 정부는 이를 간병 직원 1인이 4명의 고령자까지 대응 가능하도록 조정할 계획이다. 간병인력 부족 문제에 시급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직원 한 명이 담당하는 고령자의 수가 늘어나면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의 부담이 증가함에 따라 간병의 질이 떨어질 우려가 있기에 부실한 서비스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 정부는 규제 완화의 조건으로서 간병사업자에게 업무의 효율화를 높이고 간병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는 방안을 제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럼 어떻게 서비스 질은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간병 업무의 효율화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생산성 향상의 열쇠는 IT의 활용이다. 정부는 간병현장에서 획득하는 데이터를 인공지능 등을 사용해 분석함으로써 간병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한 선진적으로 IT를 활용한 업체는 모델 사업자로 인정해 다른 사업자에 같은 모델을 확산시키는 것을 계획 중이다. 

여태까지는 간병 현장에 최소 인력 배치 기준이 존재하여 IT를 활용한 업무 효율화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민간기업들의 투자 인센티브가 약했다. 하지만 최소 인력 배치 기준을 완화하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IT를 활용도록 촉진하면 자연스럽게 민간기업의 연구개발과 투자도 늘어난다. 

대표적으로 최근 간병 및 의료 현장에서는 센서로 환자들의 상황을 확인하거나 로봇이 간병 작업을 돕는 기술의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간병 서비스 사업을 운영하는 솜포 (SOMPO) 홀딩스는 침대에 센서를 설치해 원격으로 고령자를 지켜보면서 신체 정보를 계측한다. 고령자가 잠들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만 가능해도 직원들의 야간 순회를 줄이고 다른 업무에 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 

솜포 홀딩스 산하의 솜포 케어가 운영하는 한 요양 시설의 직원은 매일 아침 입주자 100명의 데이터를 체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컴퓨터 화면에는 'OOO 씨 : 불면 경향, 최근 3일간 수면 시간 43% 감소, OOO씨: 식사량 감소, 최근 2일간 39% 감소'와 같은 입주자 한 명 한 명의 컨디션이 나타나며  특별 관리가 필요한 경우에는 알려준다.  

침대의 센서가 모은 취침 상태의 데이터와 간병 직원이 스마트폰에 입력한 기록을 바탕으로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이다. 요양 시설은 기본적으로 입주자의 의견을 기초로 간병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간병 계획이 고령자의 상황에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 IT시스템을 활용하면 현재 행해지는 간병 서비스가 적합한지 아닌지를 진단해 주기도 한다. 데이터에 기초해 간병 서비스를 개선하거나 재검토함에 따라 직원들의 부담은 줄어든다. 

가켄 홀딩스 (学研ホールディングス)가 운영하는 간병시설에서는 AI를 탑재한 로봇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는 로봇을 소독 및 청소 작업에 활용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야간 순찰 등에 활용할 생각이다. 

“야간 인원 배치 등의 규제가 완화되면 IT를 활용함으로써 한층 더 생산성을 높이고 발생한 이익을 간병 직원의 임금 인상에 사용할 수 있다” – 가켄 홀딩스 관계자의 닛케이 신문 인터뷰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일본의 사회보장비는 2021년에 40조엔 (약 420조원)까지 늘어났다. 오래된 규제를 재검토해 생산성을 향상하고 비용의 팽창을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재정을 압박하는 사회보장비의 팽창을 억제하면서 간병 의료 분야의 일손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면 과감한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일본 내에서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간병 서비스의 질을 높일 기술은 이미 우리 손 안에 있다. 하지만 의료 및 간병 분야에는 편리성이나 생산성 향상의 벽이 되는 규제가 많다. 노동 인구가 줄어드는 가운데 기계나 IT에 맡길 수 있는 부분은 맡기고 정말로 필요한 일에 일손을 사용하는 것과 같은 대응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위 글은 외부 기고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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