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선 칼럼니스트
정희선 칼럼니스트

최근 일본에서는 1947년부터 1949년 사이에 태어난 단카이 세대가75세에 도달하는 2025년부터 간병에 대한 니즈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소위 ‘2025년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다. 

리서치회사인 후지 경제에 의하면 간병 관련 제품 및 서비스 시장 규모는 2030년에 1조 944억엔 (약 11조원)으로 2020년에 비해 40% 가깝게 확대될 전망이다. 반면 간병 시설이나 현장에서의 일손 부족이 커다란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디지털 기술이나 로봇을 활용하여 간병 현장의 업무 효율화를 높이려는 서비스들이 속속 등장하며 간병 현장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DX)의 대규모 실험장이 되고 있다. 인공지능의 활용, 로봇에 의한 건강 체크 등 디지털을 도입하여 간병의 효율을 높이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이는 일본 국내 간병 서비스 개선 및 일손 부족 해소로 이어질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고령화가 진행되는 인근 국가들에 비즈니스 모델을 수출하는 것도 기대해볼 수 있다.

간병 기록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클라우드 시스템, 웨어러블 단말기를 사용하여 건강 상태를 계측하는 등 소위 ‘개호 테크’로 현장을 지원하는 기업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로봇을 활용하여 커뮤니케이션 촉진

2021년 11월 중순, 정보통신연구기구 (NICT)가 개발한 강아지의 모습을 한 대화형 로봇 ‘미쿠사스 (MICSUS)’를 사용한 실증실험이 한 고령자 시설에서 시작되었다. 로봇과 고령자와의 대화는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로봇이 “입이 마르거나 하는 경우가 있습니까” 라고 질문하자 노인이 “있어요. 그럴 때 자주 호지차를 마셔요”라고 대답한다. 로봇은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찾아볼께요”라고 말한 후 웹사이트의 정보를 검색하여 “호지차는 90도 정도의 뜨거운 물을 사용하면 독특한 향이 강해져요”라고 답한다. 고령자 또한 이어서 대화를 진행해 나간다. 

미쿠사스 로봇은 고령자의 표정으로부터 감정을 추정하거나 고개를 끄덕이는등의 제스처를 인식해 고령자의 의식을 판단한다. 또한 미쿠사스는 AI 컴퓨터와 연결되어 40억개 이상의 웹페이지로부터 대화의 화제를 찾아오기에 고령자와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이는 간병사가 고령자의 자택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건강 상태나 생활습관을 체크하는 간호 모니터링을 로봇이 대신하려는 시도이다. 로봇에 의해 모니터링의 빈도를 늘리면 커뮤니케이션 부족으로 인해 인지기능이 악화되는 것을 억제할 수 있다. 

◇​간병 기록이 모두 저장되는 클라우드 시스템 

​일본의 간병 현장은 디지털화가 늦어지며 비효율적인 업무 프로세스가 유지되었던 영역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간병 업무의 디지털화와 관련된 IT서비스들이 현장에서 활용되기 시작한다.  

“오늘 열이 나서 목욕을 취소했어요” 

고령자의 집을 방문한 간호사가 스마트폰으로 사진과 메모를 입력하자 떨어진 곳에 있는 케어 매니저와 의사, 가족에게 클라우드를 통해 정보가 즉각 공유된다. 간병업무의 결과를 다시 입력할 필요 없이 개호 보험 청구까지 하나의 시스템으로 완결한다. 이러한 클라우드 시스템을 제공하는 곳이 카나믹 네트워크 (カナミックネットワーク)이다. 

여태까지는 간병 내용은 전용 용지에 수기로 기입하고 기입한 종이를 운반하는 것이 대부분이었으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단말기를 활용하여 효율화를 높였다. 고령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발행된 QR 코드를 단말기로 읽으면 화면에 간병 계획이나 순서가 표시된다. 예전처럼 간병 사업장으로부터 계획을 받거나 기록을 제출해야 할 필요가 없어졌다. 

이용료는 1개 사업소당 월액 2~3만엔 (약 20~30만원)으로 비용도 저렴한 편이다. 2021년 9월 시점에 약 32,000개의 사업소가 도입, 4년 전에 비해 1.8배로 늘었다. 

◇웨어러블 단말기와 센서로 고령자의 건강 체크 

조제약국을 운영하는 휘가 프라이머리 케어 (HYUGA PRIMARY CARE)는 고령자를 대상으로 손목시계형 웨어러블 단말기를 개발하였다. 체온, 혈압, 혈중산소농도 등을 24시간 기록하며 관련 정보는 근거리 무선 통신을 통해서 리얼 타임으로 PC에 표시되므로 간병사가 일일이 돌아다니며 고령자의 상태를 계측하거나 기입하는 수고를 줄인다. 

2021년 8월 도입 후 4개의 시설에서 약 150대가 가동 중이다. 특히 코로나 확산 뒤 혈중 산소농도를 간편하게 계측할 수 있는 점에서 이용 시설이 급증하였다. 

​솜포 (SOMPO) 홀딩스의 연구시설인 퓨처 케어 랩 (Future Care Lab in Japan)에서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스마트폰을 활용하여 복약 체크를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 뿐만 아니라 냄새 센서로 배설을 감지하고 배설 기록을 디지털화하는 패드도 개발하였다. 침대 이불 밑에 깔아 놓기만 하면 배설 패턴을 분석하여 최적의 기저귀 교환 타이밍을 스태프에게 알려 줌으로써 업무 부담을 경감한다.  

​세계 최고령 사회인 일본은 간병 현장에서 디지털을 활용한 다양한 실험을 진행 중이다. 아시아 국가들도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에 여기에서 얻는 노하우를 수출 산업으로서 키워 인근 국가에 제공할 수도 있다. 

간병업계에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를 통해 업무 부담을 줄이는 한편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면에서 노동집약형 산업인 간병사업의 디지털화는 피할 수 없는 추세다. 

<위 글은 외부 기고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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