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진 나음연구소 소장
강한진 나음연구소 소장

오랜만에 딸이 전화했다. 떨어져 사는 장성한 자식의 전화는 신호다. 좋은 일이 있거나 안 좋은 일이 있거나. 경험에 의하면 좋은 일과 안 좋은 일은 3대 7 정도, 안 좋은 일일 경우가 훨씬 많다. 그것도 잘 쳐서 그렇다. 이해한다. 나도 젊었을 때, 아니 나이 든 지금도 그렇다. 좋은 일 기쁜 일이 있을 때는 마음이 뜨거워 가까이 있는 사람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멀리 있는 부모 형제는 훨씬 후 순위가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안 좋은 일이 있거나 기분이 가라앉을 때는 조금 다르다. 차분히 가라앉고 혼자 있고 싶어 지고, 그러다가 누군가 의지할 만한 사람이 필요해진다. 그때 부모나 형제에게 전화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애인이나 배우자, 친한 친구가 없을 때, 슬픔과 같은 부정적 감정에 덜 휘둘렸을 때 얘기다. 감정에 크게 휘둘릴 때는 도리어 더 멀리 있으려 할 수도 있다. 그래서 딸과 통화할 때는 첫 목소리의 톤과 분위기에 더욱 신경이 집중된다.

딸의 목소리는 밝고 가벼웠다. 그런데 들어보니 힘들게 하던 일이 해결되어서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참 싫은 사람과 일하느라 한동안 힘들었는데 얼마 전에 해결되고 다시 겪지 않게 되어 편안해졌다는 것이었다. 전화를 끊고 나의 직장생활을 뒤돌아봤다. 

사실 직장인들에게 허용되는 선택은 매우 적다. 주어지는 장소와 비품, 환경 속에서 주어지는 사람과 업무, 목표, 조건을 받아들여야 하고, 주어진 절차를 따르고 주어지는 급여를 받는다. 유일한 자유로운 선택이라는 퇴사라는 것도 삶의 유지를 위해서는 완전히 자유롭게 휘두를 수 없다. 직장인에게 자유란 거의 없을 수도 있다. 그래서 직장인의 퇴근 후 시간과 휴일은 너무도 소중하며, 침해되면 안 되는 것이다.

자유가 없는 만큼이나 사람 또한 우리를 힘들게 한다. 일과 사람의 힘든 비율이 2대 8이라고 한다. 사람이 훨씬 더 힘들다는 것이다. 퇴사자와 면담을 했더니 사람이 힘들어서 그만두는 경우가 일이 힘든 것의 4배 이상이었다. 힘들게 직장을 옮겨 보지만 그곳에도 힘들게 하는 사람이 또 기다리고 있다. 여우 피하려다 호랑이 만난다는 말 그대로다. 

그런데, 우리가 직장에서 만나는 사람은 다음의 네 가지 유형 중 하나에 속한다.

제1유형 – 힘들게 하지 않으며,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

제2유형 – 힘들게 하지만,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

제3유형 – 힘들게 하지는 않는데, 함께 일하고 싶지 않은 사람

제4유형 – 힘들게 하고, 함께 일하고 싶지 않은 사람

이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떻게 지내는가에 따라 나의 직장생활의 행복도는 크게 좌우되게 된다.

제1유형 – 힘들게 하지 않으며,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

이런 사람만 주위에 있다면 직장생활은 일단 편하다. 부담 없이 직장생활을 할 수 있다. 왜 힘들지 않은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상대방이 나와 큰 관계가 없을 때 서로에게 부담이 덜 생긴다. 가깝다는 것은 어떤 형태로든지 부담을 주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나를 힘들게 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쩌면 상관없는 사람이라는 의미일 수도 있고, 그렇다면 없어도 무관한 사람일 수도 있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반면, 서로 호의적인, 서로 편하고 좋아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런 관계라면 자칫 신경을 덜 쓰거나 소홀하거나 편하게 여기는 실수를 범하기 쉽다. 서운함이 쌓이면 거리가 멀어지고, 깊어지면 회복하기가 힘들어질 수 있다. 있을 때 잘하라는 말은 이런 사람에게 평소에 더욱 조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해도 좋을 것이다. 예의를 지키고 성의를 다하는 대인관계의 태도는 가까운 사이를 더 오래 지속되게 한다. 특히 함부로 대하게 되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 좋다.

제2유형 – 힘들게 하는데,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

이 유형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 첫째는 능력 있고 배울 것이 있으며, 내게 약간의 좋은 마음을 가지고 있으며, 내가 존경하고 따르고 싶은, 그러나 엄격하거나 강경해서 나른 조금 힘들게 하는 부류의 사람이다. 그리고 내 속을 썩이고 힘들게 하며 가끔 손해를 입히기도 하지만 왠지 내 마음이 이끌려서 감수하고 기꺼이 도와주고 싶은, 이를테면 미워할 수 없는 죽마고우 또는 막내 같은 부류의 사람도 여기에 해당한다.

많은 직장인이 나를 조금 고생시키더라도 배우고 의지하면서 클 수 있는 상사 밑에서 일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그들 마음속에 강한 성장의 욕구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인데, 이 유형의 사람이 어느 정도 해당한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성공의 방법에는 성공한 사람을 모델링하는 방법도 있다. 이런 유형의 사람 또는 상사는 나의 우산이나 사다리가 되어주기도 한다. 어쩌면 나의 성장의 안내자 또는 조련사인 경우가 많으므로 소중히 여겨야 할 사람일 것이다.

제3유형 – 힘들게 하지는 않는데, 함께 일하고 싶지 않은 사람

살다 보면 주는 것 없이 미운 사람, 내게 큰 영향도 손해도 끼치는 것 없는데 함께 있기조차 싫은 사람도 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의욕 없고 방향도 없어서 함께 있으면 나도 혼란스럽고 김 빠지게 하는 사기 킬러가 있다. 그리고 개념 없고 눈치가 없어서 분위기나 산통을 깨는 무드 킬러도 있다. 또 수준 낮은 말이나 행동, 부적절한 처신을 해서 내가 속한 집단이나 조직의 품위를 떨어뜨리고 명예를 실추해서 내 마음속 자부심이나 자긍심에 금이 가게 하거나 불쾌한 마음이 들게 하는 부류도 있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나의 거부감이나 부정적 감정을 자극한다. 만일 자신이 하는 행동을 알지 못하거나, 자신은 당당하고 옳게 행동한다고 생각하거나, 내 권리라고 강하게 주장하는 사람이라면 문제는 좀 더 심각하다. 개인적 관계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 차원의 문제로 봐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사람은 관계 속에서 반응하는 존재다. 따라서 이 일이 나와의 관계에서만 일어나는 일인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똑같은 일이 일어나는지를 먼저 잘 살펴봐야 한다. 사람은 자극에 대한 반응으로 어떤 행동을 하곤 한다. 내게 심술궂은 사람이 다른 사람은 다르게 대하곤 한다. 

상대방을 싫어하는 나의 마음이 나의 오해나 취향, 또는 스타일이 다른 것 때문이 아닌지를 살펴봐야 한다. 좋고 싫은 느낌으로 사람을 가르고 걸러낸다면 우리는 세상 사람의 아주 일부와만 함께 살아가야 할지로 모른다. 

▶필자는 마음을 연구하는 곳 나음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소통이 필요한 분은 언제든 메일(hjkangmg@hanmail.net)을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필자소개]

나음 강한진 소장은 경북대학교 공대에서 전자공학을, 서강대학교 경영대학원과 상지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국내 기업에서 엔지니어와 관리자 경험을 쌓고 지금은 나음연구소를 세워 운영하고 있다. 대인관계와 소통, 특히 갈등을 긍정적인 계기와 에너지로 전환하는 지혜에 관심을 두고 연구와 강의 활동을 하고 있다. 우리의 미래는 가정과 학교, 청년에게 있다고 믿으며, 가족의 평화와 학교(교사-학생-학부모)의 행복, 청년의 활력을 키우기 위한 일을 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위 글은 외부 기고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무관합니다.>

저작권자 © 1코노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