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나눔과나눔/디자인=안지호 기자
사진=뉴스1, 나눔과나눔/디자인=안지호 기자
국가 차원의 체계적 고독사 예방 정책 필요성에 따라 제정된 '고독사예방법'. 긴 논의 끝에 국회 문턱을 넘은 이 법은 2021년 4월 1일 시행됐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키고, 1인 가구에 대한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 구축을 위한 대책이 시행된 이후 우리 사회는 무엇이 달라졌을까. [1코노미뉴스]는 고독사예방법 시행 1년을 맞이해,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 시행 실태를 점검해 봤다. - 편집자 주

2020년 3월 31일, 법률 제17172호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고독사예방법)이 공포됐다. 이후 1년 간의 유예기간이 지나고 지난해 4월 1일 고독사예방법이 시행됐다. 

그렇게 1년이 더 지난 2022년 4월, 우리 사회에는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한 발도 나아가지 못한 고독사예방

고독사예방법에 따르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고독사 위험자를 고독사의 위험으로부터 적극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 

또 보건복지부장관은 5년마다 제10조의 실태조사 결과를 고려해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그리고 복지부장관,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 시·도지사는 매년 기본계획에 따라 고독사 예방 시행계획을 수립·시행해야 한다. 그 결과는 매년 2월 말일까지 제출해 평가를 받아야 한다. 

복지부장관은 고독사 실태조사나 고독사 통계 작성을 위해 필요한 경우 경찰청장 등에게 형사사법정보의 제공을 요청할 수 있다. 

고독사 예방을 위한 상담·교육 기관은 고독사 예방을 위해 그 이용자 등을 대상을 정기적인 상담·교육을 실시하고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이에 필요한 비용의 일부 또는 전부를 지원한다. 

대상기관은 ▲상시근로자 30명 이상인 사업장 ▲공공기관 ▲병원급 의료기관 ▲지방공사 및 지방공단 ▲학교 ▲그밖에 고독사 예방을 위한 상담·교육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기관이나 단체다. 

핵심은 고독사 실태조사와 이를 바탕으로 한 기본계획 수립이다. 기본계획이 나와야 각 지자체의 고독사 예방 시행계획 수립과 시행이 이뤄져서다.

첫 단추가 고독사 실태조사인데 지난 1년간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국가가 법 시행을 발표하고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복지부에 확인 결과 고독사예방 실태조사는 현재 연구용역을 위한 계약만 마친 상태다. 아직 연구에 착수조차 안 했다. 법 공표 후 1년이나 유예를 주었지만 복지부는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당연히 고독사예방을 위한 기본계획은 물론 시범사업도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의 기본계획 수립이 없으니 각 지자체도 손 놓고 보기만 했다. 

쓰레기집 고독사 현장./ 사진=김완 대표
쓰레기집 고독사 현장./ 사진=김완 대표

◇고독사는 현재 진행형

그러는 동안 수많은 1인 가구가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쓸쓸히 홀로 죽음을 맞이했다. 

지난 2월 충북 청주에서는 20대 1인 가구 남성이 숨진 지 13일 만에 발견됐다. 집주인의 신고로 발견됐는데 고인의 집에는 쓰레기 더미와 대출 독촉장이 가득했다. 사인은 자살. 고인은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로 주변과 교류 없이 고립된 체로 지내다 결국 홀로 세상을 등졌다. 

이어 3월에는 서울 강동구 한 빌라에서 홀로 살던 70대 노인이 숨진 채 발견됐다. "악취가 난다"는 집주인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해 보니 당시 노인의 집에는 쓰레기 더미와 음식물 등이 방치된 상태였다. 고인은 기초생활보장수급자로 구청에 등록된 1인 가구 모니터링 대상자였다. 

이달에는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30대 남성이 숨진 지 한 달여 만에 발견됐다. 친척의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한 결과 자택 화장실에서 시신이 발견됐다. 기초생활수급자였던 고인이 홀로 집에 있다가 지병으로 숨진 것으로 보인다. 

고독사로 추정되는 무연고 사망자는 지난해만 3488명에 달한다. 2012년 1025명에서 3배 이상 급증했다. 올해는 그 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서울추모공원 승화원에 마련된 무연고 사망자를 위한 장례식장은 매일 예약이 꽉 차 있다. 장례를 치르려면 보통 한 달 이상은 기다려야 할 정도다. 승화원에서는 하루에 2회씩 무연고 사망자 장례가 치러진다. 

승화원 관계자는 "무연고 장례식이 치러지는 공간적 한계가 있어, 하루에 더 많은 고인을 받을 수 없다"며 "매일 최대치로 장례 절차가 이뤄지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고독사 연령대도 넓어졌다. 65세 이상 고령층은 물론 중장년, 청년층에서도 발생한다. 삶이 팍팍해진 탓이다. 취업난과 경제적 빈곤으로 인한 생활고, 자존감 하락으로 우울증을 느끼는 청년들이 세상을 등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회와 단절되기 쉬운, 고독사 위험층인 1인 가구 수도 2016년 539만8000가구에서 2020년 664만3000가구로 124만5000가구(23.1%)나 증가했다. 동기간 2인 가구는 79만8000가구, 3인 가구는 4만9000가구 증가에 그쳤다. 4인 이상 가구는 53만3000가구 감소했다. 다인 가구와 비교하면 확연히 빠른 속도로 수가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고립과 경제적 빈곤은 더욱 심화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오히려 고독사예방법 시행을 서둘러야 했다. 

쪽방촌 노인./사진=뉴스1
쪽방촌 노인./사진=뉴스1

◇ 고독사예방법, 언제 시행되나

복지부는 사회적거리두기 해제, 코로나19 감염병 등급 격하 등 정부가 위드 코로나에 돌입한 지금에서야 고독사예방법 시행을 위한 준비 단계에 돌입했다. 

우선 고독사예방 실태조사를 위한 연구용역 계약을 마친 만큼 조사를 본격화한다. 동시에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공모를 냈다. 조달청을 통해 외부기관을 선정해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여기에 실무협의회를 이달이나 오는 5월 진행하고 운영협의회도 올 하반기 추진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서둘러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올해 시범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기본계획이 각 지자체에 하달되면 지자체는 올해 안에 내년도 고독사예방 시행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고독사예방법 관련 절차가 다소 지연된 것은 사실"이라며 "지난해는 올해 시작을 위한 준비 단계였다. 연내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시범사업도 추진할 방침이다. 각 지자체 역시 그에 맞춰 내년도 계획을 세우고 시행하게 된다. 내년부터는 차질 없이 고독사예방법이 시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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