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디자인=안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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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차원의 체계적 고독사 예방 정책 필요성에 따라 제정된 '고독사예방법'. 긴 논의 끝에 국회 문턱을 넘은 이 법은 2021년 4월 1일 시행됐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키고, 1인 가구에 대한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 구축을 위한 대책이 시행된 이후 우리 사회는 무엇이 달라졌을까. [1코노미뉴스]는 고독사예방법 시행 1년을 맞이해,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 시행 실태를 점검해 봤다. - 편집자 주

사람은 누구나 죽음을 맞이한다. 그 마지막 죽음에서 홀로 지내다 죽는 경우를 우린 고독사(홀로 맞이하는 죽음)라고 부른다. 1인 가구 증가와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사회와 단절된 채 홀로 생활하다 숨을 거두는 고독사 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2014년 이후 우리나라는 고독사가 매년 1,000여 건 이상 발생하는 '고독사 사회'로 진입했다. 

과거에는 고독사가 주로 홀로 사는 노인층에서 일어나는 문제였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연령층에서 나타나 국가 차원의 체계적 예방 정책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지난해 긴 논의 끝에 국회 문턱을 넘은 고독사예방법은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5년마다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의무를 부여했다. 이 주기에 맞춰 정부는 고독사의 원인과 실태를 파악하는 조사도 해야 한다. 보건복지부 장관과 시·도지사는 또 기본계획에 따라 매년 고독사 예방 시행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을 마련하려면 우선 기초자료로 쓰일 고독사 관련 현황부터 파악해야 한다. 

결국 각 분야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댔다.

고독사예방법 전문가 참석자로는 송인주 박사(서울복지재단), 조미정 박사(부산복지개발원), 고숙자 박사(보사연), 정순둘 교수(이화여대), 이해우 교수(서울의료원), 김석중 대표(키퍼스코리아), 박진옥 상임이사(나눔과나눔)가 명단에 올라있다. 이들은 올해 보건복지부 주관으로 4~5차례 의견 교류가 이뤄졌다. 

일각에서 고독사예방법 시행 속도가 더디다는 목소리가 나오자 전문가들은 '차근차근 이행 중'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실태조사 착수 

전문가, 차근차근 계획한 대로 시행 중

올해 안으로 통계 수치에 대한 결과 발표 예정 

서울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소속 조미정 박사는 "제도나 정책이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2021년 4월 1일 고독사 예방법이 시행된 이후 나름에 많은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 물론 지금도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머리를 맞대고 고민중이다"라며 "다차원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과거에는 고독사를 노인에 한정해서 바라봤다. 독거노인과 취약계층을 위주로 다뤄져왔다. 문제는 2000년대 후반으로 넘어오면서 1인 가구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일본의 경우 고령화와 다양한 사회 복지 분야에서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었다. 일본은 40여년을 걸쳐서 이뤄낸 성과를 우리나라는 2000년대 접어들면서 하기 시작하면서 고작 20년 정도로 볼 수 있다. 한계가 있다는 소리다"라고 말했다. 

이어 조 박사는 "고독사 실태파악부터 다차원적으로 준비하고 있는데 제자리 걸음으로 비춰진다는게 안타깝다. 올 3월 보건복지부의 실태조사가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 사회적 고립이되는 가이드라인을 잡으면 그걸 가지고 '기본계획수립'과 동시에 실태조사 결과물이 나오면 기초연구가 들어간다. 언론이나 시민들이 봤을때 더딘 모습이지만 여러가지가 엉켜있어 하나씩 실타래를 풀어가는 과정이 있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고독사예방법 기본계획 수립에 있어 제약(制約)이 많다는 게 조 박사의 말이다. 

조미정 박사는 "문제는 복지부에서 고독사 예방에 대한 다양한 실태조사가 이뤄질 때 자살 부분만 보더라도 법적으로 해결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지역 고독사 (자살)의 경우 현재 경찰청에서 해당 자료를 갖고 있는데 이 내용이 공유 되질 않는다. 아주 간단하게 봤을 때 건강보험공단의 자료만 공유되더라도 많은 부분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안 된다. 따라서 중복된 부분은 걸러내고 부족한 부분은 채워서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계층의 접근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조 박사는 "복지 사각지대의 취약 계층 뿐만 아니라 당장 중산층 1인 가구가 사망했을 때 누가 인수를 할 것인가를 놓고 보면 고민이 많다"면서 "경제적으로 일정 수준이 되는 1인 가구도 고독사 문제에 자유롭지 못하다"고 꼬집었다. 

이화여대 정순둘 교수 역시 계획대로 이행 중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고독사예방법이 통과한 지 1년이 됐기 때문에 이제 그 법에 맞는 통계하고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중이다. 복지부 주관으로 4~5차례 전문가 회의를 통해 정확한 내용을 파악 중이다. 올해 안으로 통계 수치에 대한 결과 발표를 낼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다만 통계 작성에 있어서 정확한 데이터를 잡기가 어렵다는 게 정 교수 얘기다. 

그는 "보건복지부가 실태조사를 위한 설계 연구 용역을 발주했지만 정확한 수치를 찾기란 쉽지 않다"면서 "앞으로 몇차례 걸쳐 논의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나눔과나눔 박진옥 이사장은 정부 부처 담당자의 교체에 대해 언급했다. 

박 이사장은 "워낙 기대를 안 해서 그런지 관련 부처에서 고민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정부에서 움직이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성과가 있다고 본다. 다만 특화된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1~2월 담당 공무원이 바뀌면서 세팅하는 단계가 조금 지연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고독사예방법이 자살예방쪽에서 지역 복지로 넘어가면서 또 기간이 늘어난 바 있다. 관련 부처의 담당자의 경우 끝까지 맡아서 하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크다"고 덧붙였다. 

한편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고독사로 추정되는 무연고 사망자 수는 2017년 2천8명, 2018년 2천447명, 2019년 2천656명, 2020년 3천136명, 2021년 3천488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꾸준히 늘고 있다. 통계에서 빠진 경우를 생각하면 실제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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