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선 일본 전문 칼럼니스트
정희선 일본 전문 칼럼니스트

65세 이상 인구가 약 3700만 명에 달하며 고령화 비율이 28.4%를 기록하는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 된 일본에서는 최근 고령자에 의해 발생한 교통 사고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2021년 기준, 75세 이상의 운전자가 일으킨 사망사고는 346건으로 전체 사망사고의 약 15%를 차지하며, 핸들 조작의 실수, 브레이크와 액셀을 혼동해 일어난 사고가 대부분이다. 이에 따라 일본에서는 나이가 들어 운동 신경이 둔화되면 자진적으로 면허를 반납하고 운전을 그만두자는 캠페인이 행해지고 있다. 실제로 일본의 경찰청에 의하면 2019년 면허를 반납한 사람은 약 60만명으로 반납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면허를 반납하고 차를 팔아 버리면 이동이 불편해지고 삶의 의욕마저 없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에 따라 나이를 먹어도 안전하게 운전을 계속하고 싶다는 소위 '운전수명'을 늘리고 싶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으며 ‘운전 수명’을 늘리려는 대처가 확산되고 있다. 

우선 보험회사 등에서 실시하는 '뇌 트레이닝'이다. 아이오이 닛세이 동화 손해보험 (あいおいニッセイ同和損害保険)은 자체 개발한 뇌 트레이닝 앱을 통해 보험 가입자에게 '뇌체조'를 실시하도록 한다. 스마트폰에서 다양한 게임을 함으로써 대뇌 전두전야 (前頭前野)를 자극하는 것이다. 화면에 나타나는 2개의 표지판 중에서 숫자가 큰 쪽을 순간적으로 선택하는 것과 같은 게임이 주를 이룬다. 

또한 이 보험에서는 블랙 박스와 연동해 운전자의 영상을 해석, 안전 운전 점수를 매긴다. 법정 속도를 지키며 좌회전이나 우회전의 가속이 적절한 경우는 높은 점수를 받지만 속도를 초과하거나 급가속, 급핸들과 같은 불안정한 운전을 하면 낮은 점수를 받는다. 앱으로 뇌 트레이닝을 하는 사람은 트레이닝을 실시하지 않는 고령자에 비해 높은 점수를 받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특히 지방에서는 이동 수단이 한정되어 있어 고령자도 차를 포기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그러한 고령자를 지원하는 지자체도 눈에 띈다. 야마나시현 후지카와쿠치코에서는 2009년부터 '시니어 드라이버 지원 세미나'를 열고 있다. 세미나는 총 6회 이루어지며 매년 40~50명이 참가한다. 드라이브 시뮬레이터에서 강습을 받거나 전문가의 강연을 들은 후 젖은 노면에서 급 브레이크를 걸어 안전히 멈출 수 있는지를 도요타가 만든 교통 안전센터에서 체험한다. 

"운전 능력이 떨어지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2015년부터 매년 참가하고 있다. 가능한 오래 운전하고 싶다. 세미나는 안전운전을 명심할 좋은 기회"라며 참가자들이 감상을 전한다.  

운전 수명을 늘리기 위해 신체를 단련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서적들도 눈에 띈다. <운전수명을 늘릴 드라이버 체조 (運転寿命をのばすドライバー体操)>의 저자이자 피지컬 트레이너인 나카노씨는 "고령자는 중량 감각 (무게에 대한 감각)이 둔해져 핸들을 강하게 잡기 쉽다"고 지적한다. 너무 세게 핸들을 쥐면 조작이 쉽지 않아 위험이 발생할 당시 대응이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한다. 나카노씨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서 페트병을 사용한 체조를 권한다. 의자에 걸터 앉아 물을 넣은 페트병을 위로 던져 올리고 양손으로 잡는다. 1세트 20회, 1일 3세트를 실시함으로써 중량 감각을 기를 수 있다. 

​<안전운전수명을 늘리는 레슨 (安全運転寿命を延ばすレッスン)>이라는 책에서는 운전 자세도 신경 쓸 필요가 있다고 한다. 상체를 너무 눕히면 만일의 경우에 핸들이나 브레이크 조작이 어려워진다며 '좌석을 눕히지 않고 깊숙이 걸터 앉는 것이 기본'이라고 설명한다. 

​​물론 자신의 운전이 불안해지거나 주차 등에 실패하는 것과 같은 징조를 보인다면 면허를 반납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자신의 운전 능력을 객관화 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블랙박스의 영상을 통해 자신의 운전을 확인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고령 운전 관련 전문가인 야마나시 대학의 이토 야스미 교수는 닛케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고령이 되면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을지를 판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운전할 수 있는 지역이나 시간을 한정하는 면허를 마련하는 등 정부의 유연한 대처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운전수명의 연장은 건강수명과도 관계가 있다는 데이터도 있다. 국립장수의료연구센터의 조사에 의하면 운전을 그만둔 고령자는 운전을 계속한 사람에 비해 돌봄 서비스를 받아야 되는 상태에 놓일 위험성이 약 8배로 높아진다는 결과가 있다. '삶의 질 (Quality Of Life)'을 유지 및 향상하기 위해서도 운전 수명을 늘리는 시도는 중요하다. 

​하지만 인간은 언젠가 몸이 쇠약해지고 운전을 계속할 수 없는 시기가 온다. 단지 면허를 반납하도록 요구하는 것만이 아니라 반납 후 생활을 지원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특히 지방 도시에서는 차량을 대체할 이동 수단을 늘릴 필요가 있다. 운전을 그만두고 행동 반경이 좁아지면 인지 및 신체적 기능이 쇠약해지거나 사회적 교류가 줄어들 수 있다. 지역 사회 내에 정기적으로 다닐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어 주는 등 고령자의 외출을 촉진하려는 노력 또한 중요할 것이다. 

<위 글은 외부 기고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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