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이사./사진=LG유플러스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이사./사진=LG유플러스

ESG 경영을 실천하는 기업은 '착한 기업'이란 이미지를 갖는다. 환경을 생각하고, 임직원, 주주, 소비자와 함께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올바른 기업 경영을 추구해서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앞다퉈 ESG 경영을 선언하고 있다. 그런데 말로만 ESG 경영을 선포하고 실천하지 않는 기업이 있다. 온갖 '이유'를 들며 뒤로는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뻔뻔하게 한다. 그 결과 우리 사회에 새롭게 등장한 문제가 'ESG 워싱(세탁)'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민주유플러스노동조합이 지난 22일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LG유플러스 일방적 구조조정 저지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사진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민주유플러스노동조합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민주유플러스노동조합이 지난 22일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LG유플러스 일방적 구조조정 저지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사진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민주유플러스노동조합

◇노사 갈등, ESG 중 'S' 해당

국내 3대 이동통신사로 꼽히는 LG유플러스(대표이사 황현식)가 바로 이 'ESG 워싱' 논란에 휩싸였다. 

만 50세 이상, 만 10년 이상 근속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 데 이어 도매직영점 근무자를 소매직영점으로 전환 배치하기로 결정해서다. 

LG유플러스 직원들은 회사가 막대한 이익을 내고서도 사실상 강제적인 인력 구조조정으로 직원들을 내몰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반면 LG유플러스는 '전략상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일부 직원들의 주장처럼 강제적인 인력 구조조정이라면 이는 ESG 워싱일까. 

국내 대표 ESG 평가 기관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는 기업의 노사 갈등 등 노사관계는 E(환경), S(사회), G(지배구조) 중 S에 해당한다고 밝힌 바 있다. 

KCGS가 공개한 ESG 모범규준 중 사회 모범규준에서도 최고경영진은 사회책임경영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표명하고 이를 실천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특히 기업은 고용을 증진하고 유치한 인재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고, 건전한 노사관계를 유지해야 하며, 근로자가 일과 생활의 균형을 갖추고 양질의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즉, 강제적인 인력 구조조정으로 인한 노사관계 불화는 ESG 경영을 실천하는 기업이 해선 안될 일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민주유플러스노동조합은 "회사가 직원들과 소통 없이 갑자기 지난 6월 8일 이동 일정이 포함된 이동 계획을 발표했다"며 "앞으로 구조조정 저지를 넘어 폭력적인 임금구조 개선을 위해 싸워 나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집단행동의 일환으로 지난 22일부터 LG유플러스 용산사옥 앞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노동조합이 입수한 LG유플러스 도매 직영 채널 이동 방안 문서./사진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민주유플러스노동조합
노동조합이 입수한 LG유플러스 도매 직영 채널 이동 방안 문서./사진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민주유플러스노동조합

◇도매 → 소매 전환배치…노조, "퇴사 유도 전략"  

노조는 강제적 인력 구조조정이라며 몇 가지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먼저 17년간 이어온 '도매직영점' 업무 수행자 중 70%에 해당하는 인원을 '소매직영점'으로 이동시킨다는 일방적 인력이동이다.  

노조측은 "회사가 1년여간 준비했다고 하지만, 그동안 현장과 아무런 소통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올해 말까지 이동 인원의 교육, 현장 적응 훈련 등을 한다고 하지만, 정작 이동 인원이 근무할 장소는 기존 인원이 근무하던 공간 그대로다. 기존 5~6명이 근무하는 핸드폰 판매 매장에 직원만 10여명으로 늘어나는 건데, 누가 고객이고 직원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공간이 비좁다"고 지적했다. 

이동 계획 근거도 미흡하다는 주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가 말하는 생산성 판단 기준이 올해 3, 4월 실적인데 단지 2달 실적만으로 대규모 인력이동을 결정한다는 것은 근거가 미약하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노조는 사실상 퇴사를 유도하기 위한 조치로 보고 있다. 

노조는 "도매직영점은 주 업무가 직접 판매 영업이 아닌 도매대리점 관리다. 소매직영점은 직접 판매 실적에 따른 임금체계"라며 "사측은 전체 130개 소매직영점 수는 늘릴 계획이 없고 매장 크기만 확장한다는 전략인데, 결국 새로 이동되는 인원과 기존 인원간 실적 경쟁이 벌어지고, 도태되는 직원들은 퇴사할 개연성이 매우 높다"고 비난했다. 

또 "과거 LG유플러스가 소매직영점 대형화를 목표로 한다며 실시한 소매직영점 개소 축소는 실제로 해당 인원의 퇴사로 이어졌다. 타 채널로 이동 시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던 약속도 불과 3개월 만에 폐기됐다"며 회사를 믿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노조에 따르면 LG유플러스 소매직영점은 2020년 영업직(촉탁포함) 3000명에서 2021년 2300명으로 단 1년 만에 700명이 축소됐다. 

이외에도 노조는 올해 LG유플러스가 갑작스레 시작한 희망퇴직에도 우려의 시각을 보이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현재 희망퇴직 신청자가 수백명에 이를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회사는 강제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나이 많은 직원들에게 압박으로 다가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LG유플러스는 오는 7월 1일까지 만 50세 이상 '비조합원' 중 만 10년 이상 근속한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일반 조합원도 원할 경우 노조 탈퇴 후 신청할 수 있다. 

기업 실적 악화로 인한 희망퇴직 모집은 아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연매출 13조8511억 원, 영업이익 9조7901억 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바 있다. 

LG유플러스측은 "절대 구조조정이 아니며, 인원 감축 계획도 없고, 이동인력 안착을 위한 준비도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왼쪽에서 네 번째)이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왼쪽에서 네 번째)이 적시자사와 ESG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 = LG유플러스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 "사업적 의사결정 시 효율·재무성과 우선 안한다"

이처럼 LG유플러스 노조와 사측간 인력이동을 두고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노조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최종 인사권자인 기업 경영자의 ESG 경영 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이사는 ESG 경영을 강조해 온 인물이다. 지난해 사외이사 중심의 ESG위원회를 신설했고, 2021년 KCGS ESG 평가에서 'A' 등급을 받은 바 있다. 특히 사회적 가치(S) 구현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S 부문은 'A+' 등급을 받았다. 

황현식 대표는 지난해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ESG 경영을 정착시키겠다"며 "과거에는 사업적인 의사결정을 할 때 회사의 효율이나 재무성과를 우선시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더 큰 의미 있는 가치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의사결정을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의 이목도 LG유플러스를 향했다. 노사갈등을 일으킨 기업이 ESG 선도기업으로 남을지 ESG 위싱 기업으로 낙인찍힐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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