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백혜진 기자
사진=백혜진 기자

최근 금융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행태가 가관이다. '횡령'이 잇따라 터져 눈과 귀를 의심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궁금하던 것도 잠시 횡령 금액도 천차만별, 입이 떡 벌어진다. 

중요한 점은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할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올들어만도 벌써 여러 차례다. 

사고가 터질 때 마다 은행들은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국민들에게 약속해왔지만 연이은 사고 발생에 이젠 피로감마저 든다. 오죽하면 기자들 사이에서는 사건이 터질 때 마다 정해진 멘트가 있을 정도다.

바로 '개인 일탈'이다. 

금융사 횡령 사고의 원인으론 '직원 개인의 일탈'과 '시스템의 허점'이 꼽힌다. 은행 내부통제 시스템을 꿰뚫고 있는 직원이 허점을 노려 마음 먹고 회삿돈을 빼돌리면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시각이다. 허술한 금융사 내부통제와 관리·감독, 관련 제도 미흡 등의 문제다. 솜방망이 처벌도 횡령사고 재발의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고객의 자산을 보호해야 할 은행 직원이 오히려 고객 돈을 쌈짓돈으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신뢰가 무너졌다. 

무엇보다 은행 직원의 책임의식 실종이 주된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책임의식보다 한탕주의 문화가 뿌리 깊게 내리면서 횡령 사고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직후 주식 시장이 요동친 바 있다. 당시 일부는 주식, 코인 열풍에 편승해 큰돈을 벌어들인 파이어족(경제적 자립을 통해 빠른 시기에 은퇴)을 동경하는 분위기도 은행 횡령사고에 한몫했다. 최근엔 오히려 정년 퇴직을 목표로 오랜 기간 책임의식을 가지고 묵묵히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직원이 주변 입방아에 오르기도 한다. 

실제 얼마 전 발생한 농협  횡령의 경우 직원이 고객 돈을 빼돌리는 사건이 3차례나 발생했다. 해당 직원은 자금 출납 업무를 하면서 타인 명의 계좌로 공금을 수십 차례 송금하는 방식으로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를 받았다. 경찰조사 결과 이 직원은 횡령한 금액 대부분을 스포츠 토토 복권을 사는데 사용했고 일부는 주식과 코인 투자에 탕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은행권이 늘 외치던 ESG와 정도 경영에 부합하는 직원 윤리 교육에도 힘써야 한다. 

사회는 각 구성원이 자신에게 맞는 책임의식과 윤리의식을 지키며 이름값을 하고 살 때 제대로 작동한다. 윤리의식은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를 만드는 초석이다. 특히 은행 직원들은 고객의 돈과 개인정보를 다루는 만큼 그 어느 직업군보다 더 높은 윤리 기준을 요구한다. 더 이상 고객과의 신뢰가 무너져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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