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높을수록 삶의 만족도 높지만 시간 흐름에는 영향 미치지 못해
중고령자 1인 가구, 삶의 만족도 하락 추세

사진=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사진=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 2년째 서울에서 1인 가구로 사는 직장인 최수연(가명.42) 씨는 최근 정신과 상담 치료를 받고 있다. 가볍게 생각했던 우울증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아무런 이유 없이 감정 기복이 심해지고 무기력해지면서 하는 일에도 영향을 끼쳐 병원 상담 치료는 받게 됐다. 최 씨는 "불면증에 시달려 잠 못 이루는 날이 많아졌다"면서 "우울증 치료는 가족도 모른다"고 말했다. 최 씨는 다시 본가에 들어가서 살지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혼자 지내는 것 보다 가족과 함께 지내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다. 

실제로 혼자 사는 중고령자가 가족과 같이 사는 중고령자보다 삶의 만족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녀 간 차이는 남성이 여성보다 더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15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홍성표 가톨릭대 조교수와 임한려 서울대 연구교수는 학술지 '보건사회연구' 최근호에 게재한 '중고령자 1인 가구 삶의 만족도 변화 및 영향요인 분석'에서 이러한 결과를 내놓았다.

연구진은 만 40세 이상 중고령자 중 1인 가구 표본 1378명과 2인 이상 다인가구 표본 6382명을 대상으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삶의 만족도 변화를 살펴봤다. 혼자 사는 만 40세 이상 중고령자가 가족과 같이 사는 중고령자보다 삶의 만족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중고령자 1인 가구의 삶의 만족도 지수는 2017년 3.42에서 2018년 3.44, 2019년 3.43, 2020년 3.36으로 하락 추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다인 가구 중고령자의 삶의 만족도도 하락했지만, 2017년 3.61, 2018년과 2019년 3.60, 2020년 3.56으로 1인 가구보다는 높았다. 

혼자 살수록 소득이 높은 경우가 많다. 하지만 소득이 높을수록 초기 삶의 만족도가 높아졌지만, 시간 흐름에 따른 변화에는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고령자 1인 가구의 평균 소득은 1368만 원이다.

연구는 자아존중감도 이뤄졌다. 자아존중감은 1인 가구, 다인가구 중고령자 모두의 삶의 만족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자아존중감은 초기 삶의 만족도는 물론 시간에 따른 변화에도 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번 조사를 통해 연구진은 "특히 1인 가구는 가족과 관계적 네트워크가 취약해 가족과 함께 살며 다양한 교류를 하는 다인 가구보다 삶의 만족도가 상당히 낮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혼자 사는 1인 가구가 다인 가구보다 삶의 만족도가 낮은 것과 관련 전문가들은 1인 가구의 사회적 고립과 정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1인 가구가 겪는 사회 문제에 정부가 더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재 평택대학교 행정학과 겸임교수는 "1인 가구가 겪는 정신적 문제, 이른바 내면의 목소리에 우리 사회가 관심을 기울여볼 필요가 있다"며 "단순 1인 가구라는 이유로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체계적인 조사를 통해 수요를 면밀히 파악하고, 장기적으로 실현 가능한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민선 숲과나눔 1인 가구 연구원은 "1인 가구가 늘면서 관련 정책과 서비스도 늘었지만, 아직도 변화무쌍한 1인 가구의 환경에는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1인 가구 관련 서비스와 정책, 관련 통계가 늘어나고 있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의 서비스가 주민센터나 관련 홈페이지에 직접 찾아가 신청해야만 이용가능하다. 1인 가구 지원제도를 소개하는 지자체 정책이 1인 가구가 직접 알아보기에 편한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 정책의 기획과 실행만큼이나 정책의 성공에 중요한 것이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이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1코노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