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신림동 반지하 가족 참변 현장을 찾았다./사진=서울시, 미리캔버스
9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신림동 반지하 가족 참변 현장을 찾았다./사진=서울시, 미리캔버스

[요약]

서울시가 신림동 반지하 가족 참변을 기점으로 서울에서 반지하 주택을 없애겠다고 발표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반지하 주택은 안전·주거환경 등 모든 측면에서 주거취약 계층을 위협하는 후진적 주거유형으로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며 "이번만큼은 임시방편에 그치는 단기적 대안이 아니라 시민 안전을 보호하고 주거 안정을 제공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건축허가 시 지하층은 주거용으로 허가하지 않기로 했다. 기존 반지하 주택에 대해서는 일몰제를 추진해 10~20년 유예기간을 주고 순차적으로 없애 간다는 계획이다. 

또 현재 거주 중인 세입자가 나간 뒤에는 더 이상 주거용으로 사용하지 않도록 비주거용 용도 전환을 유도하고 건축주의 참여 유도를 위한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시는 반지하 주택을 비주거용으로 전환 시 리모델링을 지원하거나 정비사업 추진 시 용적률 혜택 등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서울시가 10일 발표한 '지하·반지하 거주가구 안전대책' 보도자료./사진 = 서울시
서울시가 10일 발표한 '지하·반지하 거주가구 안전대책' 보도자료./사진 = 서울시

[검증대상] 

◇서울시 '지하·반지하 거주가구 안전대책' 현실성 있는 정책인가

지난 10일 서울시는 지하·반지하 거주가구를 위한 안전대책을 발표했다. 

첫째 서울시 지하·반지하 '주거 목적의 용도' 전면 불허.

둘째 기존 '반지 주택 일몰제' 추진.

셋째 상습 침수 또는 침수우려구역 대상으로 정비사업 추진 및 기존 세입자 공공임대주택 입주 지원.

[검증방법]

서울시 '지하·반지하 거주가구 안전대책'을 언론 보도와 SH공사 임대주택 공급 현황 등을 통해 확인했다.

[검증내용] 

◇서울시 지하·반지하 '주거 목적의 용도' 전면 불허

건축법상 반지하는 불법이 아니다. 1970년 정부는 건축법을 개정해 전시에 방공호 또는 진지 등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건물 신축 시 지하실을 의무적으로 만들도록 했다. 

이후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인구가 몰리면서 집주인들이 지하실을 개조해 임대를 놓기 시작했다. 정부는 서울의 인구밀집에 따른 주택난을 고려해 지하실을 주거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없애지 못하고 최소한의 주거조건(채광, 환기 등)을 갖춘 경우 주거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1990년대에 합법화했다. 

서울시는 2010년 태풍 곤파스로 인한 강남일대 침수 피해 이후 반지하 주택 신축을 금지하고 나섰다. 2012년 건축법 제11조에 상습침수구역 내 지하층은 심의를 거쳐 건축 불허가 가능하도록 법을 개정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반지하 주택은 약 4만가구 추가로 건설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서울시 내 반지하 주택 수는 20만849가구로 시 전체 가구의 5%를 차지한다. 법 개정 전 서울시 반지하 주택 수는 30만여가구였다. 

신규 반지하 주택 건설이 중단되면 도시정비사업 등으로 기존 반지하 주택이 사라지면서 자연스럽게 총량은 감소할 전망이다. 

더불어 서울시는 주택 건축 시 주차장 설치 기준이 깐깐해 반지하 주택 증가를 억제하고 있다. 서울시 주차장 기준은 단독주택의 경우 시설면적 50㎡ 초과 150㎡ 이하 1대, 150㎡ 초과 시 100㎡당 1대를 설치해야 한다. 다가구주택, 공동주택(다세대주택, 오피스텔)은 세대당 1대에 미달할 경우 전용면적 30㎡ 이하는 0.5대, 60㎡ 이하는 0.8대 이상을 맞춰야 한다.    

이에 최근 신축 빌라는 필로티 구조를 적용해 주차장을 확보하는 추세다. 

다만 이 방법으로 반지하 주택 수를 줄이는 것은 수십년이 걸리게 된다. 

서울시 주차장 설치 및 관리 조례./사진 = 자치법규정보시스템
서울시 주차장 설치 및 관리 조례./사진 = 자치법규정보시스템

◇기존 '반지하 주택 일몰제' 추진

시는 10~20년 유예기간을 주고 순차적으로 20만여가구에 달하는 반지하 주택을 없애 나갈 계획이다. 시행 방법은 주거용 →비주거용 전환 시 리모델링 비용 지원, 정비사업 추진 시 용적률 혜택 등 제공을 검토할 예정이다. 또 세입자가 나가고 빈 공간으로 유지되는 반지하는 SH공사 '빈집 매입사업'을 통해 사들여 리모델링, 주민 공동창고나 커뮤니티시설로 활용하기로 했다.  

SH공사가 빈 반지하 주택을 매입해 지역 커뮤니티로 탈바꿈하는 계획은 물리적으로 현실성이 떨어진다. 

SH공사가 발표한 2017~2021년 연도별 임대주택 규모를 보면 2012~2018년 연간 매입 규모는 2000~3000가구에 그쳤다. 2019년 매입량을 크게 늘리면서 4412가구, 2020년 7200가구까지 확대했지만, 지난해에는 다시 4533가구로 줄었다. 

연간 매입 규모 중 일부를 반지하 주택에 돌린다 해도 최대 20년 유예기간 안에 매입 가능량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SH공사는 2020년 반지하 주택을 지역주민 커뮤니티시설로 탈바꿈하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SH공사는 기소유 빌라 반지하 공간 중 6곳을 지역주민 커뮤니티시설로 개조했다. 2020년 기준 SH공사가 소유한 반지하 시설은 670여가구다. 

SH공사 확인 결과, 현재 반지하 주택 지역주민 커뮤니티시설 조성사업은 구로구, 양천구, 은평구 등에서 총 12곳 진행됐다. 

서울시 반지하 주택 가격 역시 상당하다. 현재 서울 빌라 지하층의 평균 전세 보증금은 1억원을 넘어선지 오래다. 

SH공사는 지난해에만 4644억원 규모 임대사업 적자를 기록했다. 2017년부터 5년간 누적 적자만 2조132억원에 달한다. 재정위기를 눈앞에 둔 SH공사가 보증금만 1억원이 넘는 반 지하 주택 20만가구를 사들일 수는 없다. 

반지하 주택을 줄이기 위해 도시정비사업 용적률 혜택을 준다는 것 역시 어불성설이다. 서울도시계획포털에 따르면 현재 서울시내 1178곳이 정비사업구역이다. 

SH공사 유형별 임대주택 관리 현황./사진 = SH공사
SH공사 유형별 임대주택 관리 현황./사진 = SH공사

◇ 반지하 주택 세입자, 공공임대주택 입주 지원

현재 반지하 주택에 사는 사람들에게 임대주택을 공급한다는 계획도 실현 불가능하다. 전체 반지하 주택의 점유형태를 보면 80%가량이 세입자다. 자가는 5% 미만이다. 

그런데 SH공사가 현재 관리 중인 임대주택 수는 2022년 5월 31일 기준 23만7549가구에 불과하다. 

반지하 주택 세입자라는 이유로 임대주택을 공급할 경우 반발도 예상된다. 수재민에게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것과 전혀 달라 논란이 예상된다. 

SH공사 임대주택은 평균적으로 경쟁률이 수십, 수백대일을 기록할 정도로 지원자가 많다. 지난 41차 장기전세주택 입주자 모집에서 동대문구 청량리해링턴플레이스 전용 59㎡는 20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검증결과] 서울시 '지하·반지하 거주가구 안전대책'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정책

서울시 지난 8일 발생한 신림동 반지하 가족 참변 직후인 10일 발표한 신림동 '지하·반지하 거주가구 안전대책'에 대해 일부 누리꾼들은 '졸속 대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실제로 반지하 주택 일몰제 추진 계획을 보면 기존 주거용 반지하 주택을 비주거용으로 전환하기 위한 인센티브의 현실성이 결여됐다. 또 SH공사의 예산/재정 여력과 임대주택 공급 현황 상 반지하 주택 세입자의 주거 상향을 20년 내에 이뤄내는 것 역시 불가능에 가깝다. 이에 일부 누리꾼의 지적처럼 '보여주기 식'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

저작권자 © 1코노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