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유진우 노들센터 활동가.
사진=유진우 노들센터 활동가.

 

"장애인 1인 가구는 늘어나는데 뭐가 필요한지 정부는 돈이 없다는 핑계로 관심이 없다. 직접 와서 체험해보면 알 텐데... 장애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것을 포기하고 살아야 하는지를 잘 모른다"

지난 8일 혜화역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만난 유진우 활동가(27)는 1년 5개월째 이곳에서 장애인들을 위해 일하고 있다. 

유 활동가는 장애인을 위한 동료상담은 물론 지역사회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일상생활의 어려운 부분을 이야기하고 해결책을 모색한다. 

상담을 하다 보면 장애인들이 얼마나 많은 곳에서 핍박을 받는지 알 수 있다는 게 유 활동가의 말이다. 유 활동가 역시 지체장애를 갖고 있다. 

유 활동가는 "장애인 가족 돌봄의 어려움, 탈시설화 정책 등의 영향으로 장애인 1인 가구도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1인 가구의 주거, 돌봄, (정신)건강, 소득영역 등의 복합적 취약성은 장애인 1인 가구에서 더욱 심각하게 대두될 가능성이 크지만, 장애인 1인 가구는 장애인 정책과 1인 가구 정책에서 모두 소외되고 있다. 장애인 1인 가구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지난 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장애인 1인 가구 비율은 2011년 17.4%, 2014년 24.3%, 2017년 26.4%, 2020년엔 27.2%로 점차 증가하고 있다. 전체 1인 가구 비율은 2020년 기준 31.7%로 같은 시기 장애인 1인 가구 비율보다 높다. 비장애인 1인 가구와 비슷한 비율을 보인다.

지난 8일 혜화역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만난 유진우 활동가(27)는 1년 5개월째 이곳에서 장애인들을 위해 일하고 있다. /사진=1코노미뉴스 
지난 8일 혜화역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만난 유진우 활동가(27)는 1년 5개월째 이곳에서 장애인들을 위해 일하고 있다. /사진=1코노미뉴스 

 

유진우 활동가는 "우리나라 1인 가구가 처해 있는 환경은 좋지 않다. 1인 가구는 여성화, 고령화, 빈곤화의 특성을 나타내고 있다. 1인 가구의 증가는 전사회의 빈곤화와 소득불평등의 악화로 이어진다. 이러한 사회적 현상에 따른 문제해결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대책을 세우고 지원하고 있지만, 장애인 1인 가구를 위한 지원은 찾아볼 수 없다. 현재 시행하고 있는 1인 가구 지원으로 가장 많은 것이 거주지 지원이지만 이들의 주거형태는 원룸, 오피스텔 혹은 비어 있는 기존 주택이 대부분이어서 장애인의 접근이 어렵거나 이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주거복지의 혜택을 제대로 누리기 어렵다. 특히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에게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운이 좋게도 유진우 활동가는 SH공사를 통해 지금 보금자리를 얻게 됐다.

그는 "장애인들은 다양하지만 중증장애인의 경우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혼자 살아가기 어렵다. 대부분의 중증장애인들은 활동지원서비스를 통해 도움을 받고 있는데 활동가 선생님이 귀가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라며 "서울시에서 다양한 장애인 지원이 이뤄지지만 주거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지금 청년들을 위한 주거 정책 중 오피스텔 설립 역시도 휠체어 하나 제대로 사용하기 힘들지 않나"라고 쏟아냈다. 

맞춤형 지원이 절실하다는 게 유 활동가의 말이다. 

현재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는 유 활동가 이외 13명의 장애인 활동가가 일하고 있다. 이들은 장애인들의 소소한 일상까지 상담 중이다. 예를들어 여행을 가고 싶은데 적당한 장소를 추천해주거나 혹은 집에서 혼자 떡볶이를 만들어 먹어야 하는데 필요한 꿀팁 등 장애인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에 상담이 이뤄지고 있다.

절차는 간단하다. 활동가와의 상담을 원할 경우 센터 방문 후 상담 절차를 통해 활동가를 배정 받고 상담을 하는 방식이다. 

인터뷰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던 유 활동가는 가장 어려운 점에 대해 묻자 "사회적 관심과 편견"이라고 했다. 

유 활동가는 "자라면서 집에서 차별은 없었다. 하지만 학교 생활은 달랐다. 학창시절에 받은 차별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대부분의 장애인들이 겪는 아픔"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연하게 누려야 할 기본 권리를 장애인들이 누리지 못하고 있다. 이동권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이번 추석에 지방에 내려가야 하는데 KTX를 타려면 미리 장소로 내려가 역무원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만약 10분 전에 도착하지 못하면 이용할 수 없다. 비장애인들은 출발 10초 전에 탑승만 하더라도 이용이 가능한데 말이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마지막으로 그는 장애인 1인 가구에 대한 지원기준을 세우고 지원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 활동가는 "장애인 1인 가구가 꾸준히 늘어남에 따라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나아가 지역별 협의체를 구성하고 장애인 1인 가구를 위한 특성에 맞는 전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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