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미리캔버스/디자인=1코노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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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1인 가구의 삶을 위협하는 각종 범죄, 그중 대표적인 두 가지가 스토킹과 주거침입이다. 이번 신당역 살인 사건 이후 스토킹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 등 대책 마련 움직임이 활발하다. 그간 스토킹처벌법의 법률상 미비한 사항에 대항 지적이 끊임없이 나왔지만, 결국 잔혹한 살인 사건이 발생한 후에야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전문가들은 여성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각종 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스토킹범죄'는 물론 '주거침입범죄'에 대해서도 처벌 강화 등을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정부와 검·경의 시선은 스토킹범죄에만 쏠려 있다. 검찰과 경찰은 지난 22일 스토킹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첫 회의를 열었다. 검경은 스토킹범죄 엄정 대응과 피해자 보호 조치 철저를 중심 목표로 협의를 진행했다. 

특히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 조치를 강화하기 위한 잠정조치, 구속 등을 적시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또 피해자에 대한 위해 우려가 높은 스토킹 사범은 구속 기소를 원칙으로 삼기로 했다. 

이에 앞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현행법상 사각지대인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스토킹 행위에 대해서도 처벌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스토킹 처벌법상 반의사불벌죄 조항을 폐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바 있다. 가해자에 대한 위치추적도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도 긴급 당정협의회를 열고 스토킹 범죄와 관련한 대책 강구에 나섰다. 스토킹 관련 사건에 대한 전수조사 점검, 피해자 지원 보호대책, 전담 경찰관 보강 등을 논의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원장은 "반의사불벌죄로 인한 피해자 보호와 인권 보장에 대한 실효성 부족 등 많은 문제점이 지적됐다. 이번 사건으로 스토킹처벌법이 얼마나 허점이 있는지 드러난 만큼 국민 안전을 제대로 지킬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스토킹범죄 대책 논의가 활발하지만, 대체로 동시에 일어나는 주거침입범죄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가 주거침입에 대해 단순화하는 등 너그러운 성향을 보인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주거침입은 스토킹, 성범죄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크다. 하지만 스토킹범죄와 마찬가지로 수사 단계는 물론 재판에서도 가볍게 다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에 사후약방문이 되어버린 스토킹범죄 대책과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주거침입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스토킹범죄의 경우 스토킹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끊임없이 강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법이 범죄의 실상을 담아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한국노총,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노동자회 등이 모인 여성노동연대회의는 스토킹처벌법에 명시된 스토킹 정의 자체가 보수적이어서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또 피해자의 의사 표현 없이는 가해자를 처벌하지 못하는 반의사불벌 조항을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원의 처벌 역시 약해 범죄 예방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스토킹 범죄로 처벌받은 건수는 5434건이다. 현행 스토킹 처벌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 흉기 또는 그 밖의 위험한 물건을 이용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기소된 피고인 대부분은 유죄 판결을 받고도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처벌 규정에 비해 선고되는 형량이 낮다 보니 범죄 예방 효과가 거의 없다. 

일례로 최근 창원지법 진주지원은 스토킹 처벌 경고를 무시하고 여자친구 집 배관을 타고 침입해 폭력을 행사한 20대 남성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고 잠정조치 4호 처분도 기각한 사실이 알려져 공분을 사고 있다. 

진주지원은 해당 사건에서 잠정조치 청구가 스토킹 범죄의 원활한 조사와 심리 또는 피해자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지난 4월 무려 4차례나 피해자 A씨의 집에 침입해 내부를 홈쳐보고 현관문을 통해 소리를 들으려 했던 B씨를 체포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도주우려가 없다며 기각했다. 

인천에서도 한 차례 피해자의 집에 침입해 감금하고 폭행한 남성이 중감금치상 혐의로 재판을 받는 중 다시 피해자를 감금하고 반려견의 변을 강제로 먹이는 등 장시간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법이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한 사이에 2차 폭행이 가해진 것이다.  

피해자 보호체계의 허술함은 다른 자료에서도 드러난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6월까지 1366센터, 가정폭력·성폭력 상담소에서 지원한 스토킹 피해 상담은 총 9882건에 달한다. 하지만 동기간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에 입소한 스토킹 피해자는 단 8명이다. 성폭력 피해자 보호시설에 입소한 스토킹 피해자는 전무했다. 

주로 혼자 사는 여성 1인 가구를 대상으로 일어나는 스토킹범죄를 얕보고 방치한 탓에 신당역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주거침입범죄 역시 같은 상황이다. 

정재훈 서울여자대학교 교수는 "여성 1인 가구에게 안전은 중요한 관심사"라며 "1인 가구시대로의 전환 속도를 감안하면 스토킹·주거침입범죄 등에 대한 처벌 규정 강화가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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