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미리캔버스. 여성가족부/디자인=안지호 기자
사진=미리캔버스. 여성가족부/디자인=안지호 기자

 

여성가족부가 1인 가구를 '가족'의 한 형태로 인정하도록 법적 정의를 개정한다는 입장을 철회했다.

1인 가구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근본적 조치인 법적 근거 마련을 포기한 것이다.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다양한 가족유형별 맞춤형 지원을 강화하겠다며 1인 가구 지원을 언급한 지 단 두 달만이다. 

국민의힘 정경희 의원실에 따르면 여성가족부는 가족의 법적 정의를 삭제하는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에 대해 "현행 유지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1인 가구를 가족의 한 형태로 인정하길 포기한 셈이다. 

지난해 여성가족부는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에 가족 다양성 증가를 반영해 모든 가족이 차별 없이 존중받고 정책에서 배제되지 않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며 1인 가구를 가족의 한 형태로 인정하기로 했다. 

1인 가구 수가 급증하면서 다인 가구 중심의 가족 정책이 실효성을 잃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1인 가구 수가 전체 가구의 30%를 넘어서며 대한민국 가구 표준이 됐음에도 각종 사회·복지체계는 다인 가구를 기준으로 운영돼 역차별을 받고 있다. 

이를 위해 여가부는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을 추진했다. 법안 발의는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 등이 했다. 현행 건강가정기본법 제3조 1항에 있는 가족을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뤄진 사회의 기본단위'라고 정의한 조항을 삭제하고 '가족의 형태를 이유로 차별받지 아니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22년도 여가부 주요업무 추진 계획에도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 정책과제인 가족의 개념 확대 등 가족형태에 따른 차별 해소, 가족 다양성 공감대 확산을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나와있다. 

새로 취임한 김현숙 여가부 장관 역시 지난 7월 대통령 업무보고에 이어 8월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업무보고에서도 1인 가구 등 가족유형별 맞춤형 지원 강화를 강조한 바 있다. 

그런데 여가부는 돌연 이를 포기했다. 그러면서도 다양한 가족 형태를 포용하는 제4차 건강가족기본계획은 그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여가부는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법적 가족 개념 정의에 대한 소모적 논쟁이 아니라 실질적 지원에 방점을 두겠다"고 설명했다. 

가장 중요하고 근본이 되는 법 개정은 어려우니 포기하고 가족 다양성을 포용하는 정책 서비스에 집중하겠다는 말이다. 

현장에서는 '어불성설'이라는 반응이다. 

한 서울시 1인 가구지원센터 관계자는 "돌봄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어도 법적으로 안되는 경우가 많다"며 "명확하게 1인 가구 대상으로 내려오는 예산이 적어 물리적으로 서비스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여가부는 2023년도 예산안에서도 1인 가구를 별도로 언급하지 않으며 소극적인 행태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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