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화 칼럼니스트
한유화 칼럼니스트

"우리는 세상을 납득시킬 필요가 없다. 삶의 모양 중 하나인 비혼을 납득시키거나 설명하려고 애쓰지 말자. 내가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이유를 남들에게 설명할 필요가 없듯이."

책 <비혼수업>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그건 그렇지. 결혼하지 않는 계획에 대해서 타인을 납득시킬 필요는 없었다. 아니, 조금 다르게 말하자면 굳이 납득시킬 '필요'는 없어도 '니즈(needs)'는 아주 강했다. 나에 대해 듣고자 하는 타인의 니즈보다 더 큰 것은 사실 나 자신의 니즈였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결정을 납득시키고 싶은 대상이 있지 않나, 이해시키고 싶은 사람이 있지 않나. 아이스크림을 좋아한다고 해서 그 이유를 남들에게 설명할 필요는 없지만 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같이 먹고 싶은 사람들이 있지 않느냐 말이다. 

가끔 비혼 계획을 표현하는 분들을 만나면 왠지 모르게 반갑고 동지애마저 피어오른다. 내 목소리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내 주변에 모이게 되고 그렇게 쌓이는 인간관계는 내 삶의 형태를 지탱해 주는 감사한 연대가 되어주겠지만, 그럴수록 반향실(에코 체임버, Echo Chamber⑵) 문을 열고 나가서 더 다양한 목소리와 소통하고 싶어 진다. 내가 쉽게 납득시킬 수 있는 사람들로만 이루어진 인간관계, 나와 다른 의견을 보이는 사람이 전혀 없는 삶은 위험할 수 있다. 

나는 결혼하지 않을 계획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혼한 친구들의 삶에 관심이 없는 것도 아니고 그 선택에 공감하지 않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마찬가지로 결혼한 내 친구들도 비혼으로서의 내 삶이 궁금할 거라고 믿는다. 주변 사람들이 내 삶에 대해 크고 작은 관심을 가질 때, 순수한 애정과 선의까지도 비뚤어진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않기 위해서라도 나는 조금은 탄탄하게 준비되어 있고 싶다. 아마도 계속해서 나는 나 자신과 내 주변을 납득시키기 위해 노력하지 않을까, 내 이 마음이 사랑에서부터 출발하는 한은.

내가 정성스럽고 조심스럽게 나를 표현하는 데도 불구하고 누군가 내게 눈총을 쏘며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사실이 어떤 큰 의미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납득시키지 못했다고 해도 그게 반드시 내 삶의 설득력이 약하다는 뜻은 아니다. 반향실 안에서만 머무르지 않기 위해 소음이 가득한 세상으로 문을 열고 나가는 나 자신의 용기를 칭찬하고, 조금씩 더 마음에 드는 표현을 익히게 되는 스스로에 만족하자. 

"무언가를 이해하지 말아야 월급을 받을 수 있는 사람한테 그걸 이해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by 소설가 업튼 싱클레어(Upton Sincliar)

슬프게도 간혹, 결혼해서 가정을 꾸린 것을 자신의 삶에 있어서 가장 큰 성과이자 삶의 의미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마치 혼삶을 이해하게 되면, 그와 대조적인 자신의 삶이 부정 당하는 것처럼 생각하게 되기 쉽다. 단지 납득하기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 나를 공격해 온다면 그때부터는 내 영역이 아니다. 그것은 단지, 그 상대방의 포용력 부족을 드러낼 뿐 아니겠는가. 자기 스스로가 납득하는 것들에 집중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야말로 혼삶을 견고하게 만드는 비법이다. 

[저자 소개] 네이버 블로그 <직장인 띄엄띄엄 세계여행> 운영, 34개국 250여 회 #혼행 전문 여행블로거 

'남의집' 소셜링 모임 <여행블로거의 혼삶가이드>의 호스트

혼삶이 두렵지 않은 합기도 4단, 23년 경력의 '무술인'

현) 비욘드바운더리 글로벌 커머스 본부장

전) 이랜드차이나 상해 주재원, 중국 리테일 런칭 전략기획 

후) 독립출판 레이블 리더 

 <위 글은 외부 기고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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