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시대, 고립 예방 '부족'…"먼저 손 내밀어주세요"
"은둔형 외톨이 바라보는 시각 바뀌어야"

사진=유튜브 서울시복지재단TV 화면 캡쳐
사진=유튜브 서울시복지재단TV 화면 캡쳐

 

1인 가구 수 700만 시대, 혼자 사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사회적 고립' 문제는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다. 사회적·인적 네트워크가 끊어지고 단절된 사람들이 돌봄 사각지대에 방치될 경우 고독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이러한 문제를 막기 위해 정부는 고독사예방법을 시행했지만, 아직까지 실태 파악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다양한 지원사업 역시 체감도가 떨어져 사회적 고립 해소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비난도 나온다. 

사회적 고립, 은둔형 외톨이를 경험한 이들은 주변의 '도움'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고립 당사자를 이해하고, 단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정서적 지지와 경제적 도움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우리 사회는 사회적 고립 문제에 대해 적절하게 대응하고 있는지, 실제 경험자들은 어떻게 바라보는지 들어볼 수 있는 토론의 장이 6일 열렸다. 

이날 서울시복지재단은 실시간 유튜브 방송을 통해 '사회적 고립 대응, 적당한가'를 주제로 '2022년 서울시 사회적 고립지원 포럼'을 개최했다. 

사회적 고립 관련 정책의 현주소와 시민들의 생각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먼저 유승규 안 무서운 회사 대표가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며 은둔형 외톨이 지원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유 대표는 "은둔 생활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을 했지만, 같은 상황이 수십 번 반복됐다. 그러다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었다"며 "진심으로 도와줄 사람이 꼭 필요했고, 도움을 받았기에 사회에 복귀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은둔형 외톨이 추정인구는 우리나라는 13만1610명, 일본은 54만1000명에 달한다. 일본의 경우 히키코모리 지원 민간단체만 1000개에 육박한다. 누군가 도움을 청하면 손을 잡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은둔형 외톨이라면 언제든 '도와주세요'라고 주변에 말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은둔형 외톨이를 바라보는 시각과 그들이 주변에 자연스럽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사회적 환경 변화, 도움에 응할 수 있는 민간단체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정하 정신장애와 인권 파도손 대표도 고립 경험을 공유했다. 

이 대표는 "절망의 다른 이름은 고독, 폐인, 극단적 선택 충동, 트라우마의 중첩이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정신 장애에 대한 전문적인 돌봄 서비스가 없다. 결국 비자발적으로 고립된다. 우리 사회는 다른 치료가 없다. 강제 입원을 당하고 치료를 치료를 받았지만, 퇴원 후 집에 돌아와도 단순한 일상생활조차 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고립을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동질감을 가진 집단과 만남, 조력자의 존재였다. 죽고 싶지만, 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되고, 정서적 지지와 경제적 도움을 받으면서 서서히 회복할 수 있었다"며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받고 주기도 하면서 일상을 살아감의 의미를 느꼈다"고 회상했다. 

이 대표는 "정신장애 고립가구는 전통적인 정신의학적 처치나 약물치료로 치유할 수 없다. 당사자를 이해해 주는 동료, 사람과의 연결이 필요하다. 당사자 중심의 사회서비스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정신장애 고립가구의 경우 비자발적인 고립 상태를 겪고, 스스로 사회에 복귀하기도 어렵다. 정부나 지자체의 돌봄 서비스는 단순히 사회와 격리하고 강제 입원 치료에 그친다. 

이 대표의 말처럼 이러한 단기적 지원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잠시 뒤로 미루는 '조치'에 불과하다. 근본적인 대응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 

정책 방향 자체가 고립 당사자의 입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맞춤형 지원이 가능하도록 지역사회 단위의 서비스로 고립자에 대한 정서적 지지와 사회와 연결 회복 지원이 요구된다. 

자유토론에서는 서울시민 4명이 사회적 고립 지원이 충분한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20년간 혼삶을 살아온 70대 김독거(가명)씨는 "연말에 김장철이 되면 여기저기서 몰려와서 김치를 5kg씩 막 준다. 단칸방에 냉장고라고 해봐야 작은거 하나인데 어떻게 하라는 거냐"며 "선전용 지원 말고 정말 필요한 지원을 해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60대 1인 가구를 대표해 참석한 장일용씨는 "혼자 살면서 고립된 적이 있다. 우울증도 3년 정도 겪었다. 고독하고 싸우는 삶,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라며 "좋은 복지사들을 만나면서 봉사활동도 다니고 친구도 생기게 됐다. 정신적인 부분에서 먼저 도움의 손길을 뻗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40대 모몽(가명)씨는 "1인 가구 병원 동행이 있지만 실제로 이용하기는 쉽지 않다. 자조모임도 그 안에 파벌이 생기고 트러블이 생겨 피로해진다. 혼자서도 즐거운 삶이 될 수 있도록 돕는 정책이 필요한 때다"고 설명했다. 

이어 "1인 가구 지원 서비스가 동네 단위로 작은 단위로 이뤄졌으면 한다"며 "지원 프로그램도 바우처 형태로 지원해 1인 가구의 선택 폭을 넓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20대 다람쥐(가명)씨는 "1인 가구의 삶에는 그림자가 크다. 가족관계가 느슨해지고 고립, 단절에 취약해진다. 그런데 정책은 너무 수동적이다"며 "진짜 단절되고 고립된 사람은 먼저 도움을 청하기도 생각도 하지 못한다. 정책적으로 먼저 이런 사람을 발굴하고 도움의 손길을 먼저 내미는 정책이 필요하다. 일례로 심리상담은 대기도 길고, 상담 후에 다른 지원도 없다. 1인 가구에게 도움을 주고 교류를 지속할 수 있는 장을 열어둬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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