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미리캔버스, 영국 1인 가구 신락균/디자인=안지호 기자
사진=미리캔버스, 영국 1인 가구 신락균/디자인=안지호 기자

 

혼자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삶에 있어 많은 것을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해 나아가야 한다. 무엇보다 1인 가구 수는 급증하지만 아직까지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회서비스는 부족하다. 그래서 1인 가구가 1인 가구에 관심을 갖고 공감과 연대감을 이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1코노미뉴스]는 이러한 사회적 요구에 맞춰 우리나라는 물론 해외에 나가 있는 '1인 가구의 삶'을 날것 그대로 조명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영국 1인 가구 신락균 = 최근 몇 년간 전 세계 경제는 2008년 금융위기 이래로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및 장기화로 인해 물가는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도저히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특히나 우리 생활에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곡물 가격의 상승, 유가상승 등은 안 그래도 코로나 봉쇄가 해제된 이후 서서히 오르던 물가에 기름을 부어버린 꼴이 됐다. 유럽 전체적으로 타격이 가장 심했고, 형식적으로는 유럽에서 빠져나왔다고 한들 영국도 예외는 아니다.

영국 슈퍼마켓 Lidl의 가공육 코너에서 장을 보는 중년의 여인./사진=신락균
영국 슈퍼마켓 Lidl의 가공육 코너에서 장을 보는 중년의 여인./사진=신락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막 터지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영국에서는 식용유를 구할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진 적이 있었다. 유럽에서 대두를 수입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필자도 5월경에 한동안 슈퍼마켓에서 식용유를 구할 수 없어서 여러 곳을 전전해야만 했다. 그나마 식용유를 파는 곳의 식용유 가격은 기존 가격의 2배가 되어 있었다. 또한 기름값이 올라간다는 소식이 들리자마자 주유소마다 주유하려는 사람들이 몰리는 바람에 주유소 앞을 지나갈 때마다 차량 행렬이 이어지는 진풍경을 보기도 했다.

지난 7월 영국 통계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영국의 2022년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무려 10.1%를 기록했다. 최근 70년간 인플레이션율이 10% 이상을 기록했던 적은 1951~52년과 오일쇼크가 왔었던 1973~77, 1979~82년 단 세 번뿐이다. 2008 금융위기 때도 인플레이션율은 4% 중반이었다. 물가가 10% 올랐다고 하면 1,000원 하던 것이 1,100원이 되었으니 그런 가 보다 할 수도 있으나 소비 품목 별로 뜯어보면 실질적으로 서민들이 겪는 물가 상승률은 그 이상이다. 기름값 45%, 우유 40%, 밀가루 31%, 햄 28%, 버터 24%, 식빵 17% 등이다. 필자 역시 슈퍼마켓에서 장을 볼 때면 비슷한 양을 사도 연초에는 다 합쳐서 10파운드 미만이면 살 수 있었던 것들을 이제는 15-16파운드를 주고 구매한다. 

영국 슈퍼마켓 Lidl의 파스타 코너에서 장을 보는 사람들./ 사진=신락균
영국 슈퍼마켓 Lidl의 파스타 코너에서 장을 보는 사람들./ 사진=신락균

 

1인 가구의 특성상 양이 적기 때문에 음식을 한 번에 많이 사두지 않고 작게 포장된 것들을 자주 구매하는데 슈퍼에 갈 때마다 오른 가격을 보면 살지 말지 적잖이 망설이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물가 상승은 생활 방식 전반에도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영국의 대표적인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FT)가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전반적인 물가 상승 및 이로 인한 생활비 상승으로 인해 사람들은 고기를 덜 먹게 되고,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살 때도 비싼 브랜드 제품을 사는 대신 PB 제품을 사고, 음식을 한 번에 몰아서 하며, 자가용도 덜 타게 된다고 응답했다. 심지어 친구들과 만나서 놀고 사회생활을 하는 횟수도 줄어들었다고 한다. 영국의 경우 코로나 통제의 실패로 두 번의 국가적인 록다운을 거치면서 국민적 차원에서 대면 활동에 대한 욕구가 억눌렸는데 이번에는 역대급 물가 상승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자가 록다운(self-inflicted lockdown)'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셈이다. 코로나 시기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에는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이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영국의 슈퍼마켓 체인 모리슨(Morrison)은 전례 없는 인플레이션 상황 속에 작년 동기간 대비 이익이 반토막이 났다. 또 다른 대형 체인 테스코(Tesco)는 회사의 이윤과 제품 가격 동결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결국은 올해까지 가격을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단, 300여 개의 일자리 구조조정도 포함해서 말이다. 물론 테스코가 구조조정이라는 결정을 한 데에는 11월에 단행될 최저 임금 인상도 부분적으로 작용했지만 가장 큰 요인은 인플레이션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급격한 물가 상승은 이처럼 노동 시장에까지 영향을 주게 되고 실직될 노동자들이 맞이할 올겨울은 더 혹독할 것이다.

1인 가구 역시 물가 상승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특히 사회 초년생의 비율이 높고 혼자 거주하는 비율이 높은 2~30대 젊은 층의 경우 중장년층보다 상대적으로 경제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다. 사회 초년생의 경우 한창 친구들과 놀면서 스트레스를 풀기도 하고 비슷한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 동호회 활동이나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자기계발을 하는 시기인데 급격한 물가 상승으로 인해 기본적인 사교활동까지 제약을 받는 수준이라면 그래서 이들이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상황이 늘어나게 된다면 눈에 보이는 경제적, 물질적 피해는 피해대로 받으면서 코로나 때 겪었을지도 모를 정신적인 고립감, 외로움, 우울감 등으로 인해 받는 심리적인 피해도 상당할 것이다. 

안개가 자욱하게 낀 영국의 아침. 점점 날씨가 추워지는 요즘./ 사진=신락균
안개가 자욱하게 낀 영국의 아침. 점점 날씨가 추워지는 요즘./ 사진=신락균

 

보수당 내 기득권 세력만 바라보고 새로 출범한 트러스 내각의 야심찬 감세정책이 전국적으로 거센 반발을 사면서 시작부터 삐걱거렸고 경제는 곤두박질쳤다. 얼마 전 트러스 총리는 기자 회견을 열어 두 번째 유턴을 단행했다. 지난 정부의 25% 법인세 기조로 다시 돌아가겠다고 한 것이다. 이후 오른팔 콰지 콰텡 재무 장관이 사임하고 보수당 중진 제레미 헌트 의원이 새로운 재무 장관으로 임명됐다. 사실상 총리의 생명이 끝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고 야당에서는 조기 총선을 단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버티고 있는 모양새다. 새로 임명된 헌트 재무 장관이 월요일(17일)에 내놓은 새로운 중기 재정 계획의 골자는 대부분 콰지 콰텡 전 장관이 내놓은 감세 정책을 폐기하거나 그 시행을 국내 경제가 안정될 때까지 보류함으로써 재정을 확보하는 것이다. 과연 그가 내놓은 재정 정책이 19%까지 떨어진 보수당 지지율 반등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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