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의 한 부동산 및 올라온 주택 매물 사진./사진= 신락균
런던의 한 부동산 및 올라온 주택 매물 사진./사진= 신락균

 

 

혼자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삶에 있어 많은 것을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해 나아가야 한다. 무엇보다 1인 가구 수는 급증하지만 아직까지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회서비스는 부족하다. 그래서 1인 가구가 1인 가구에 관심을 갖고 공감과 연대감을 이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1코노미뉴스]는 이러한 사회적 요구에 맞춰 우리나라는 물론 해외에 나가 있는 '1인 가구의 삶'을 날것 그대로 조명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통계청에 따르면 영국에는 약 4만 명가량의 한국인이 살고 있다. 2019년까지 4만 명을 약간 넘긴 한국인의 수는 코로나19 이후 하락세를 보여 2021년 현재 약 3만 6천명 정도이지만 그래도 유럽에서는 한인이 많이 사는 국가 중 하나이다. 젊은 사람 중에서는 워킹 홀리데이 비자를 갖고 일하고 있는 소위 '워홀러'가 많고, 취업비자를 받아서 영국에 정착한 직장인도 있다. 일하는 분야도 다양한데 카페, 식당, 호텔, 무역, 관광, 디자인 등 종사하는 분야가 많다.

페이스북 등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살펴보면 최근에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나 웹 디자이너 등 영국에서 부족 인력 직업군으로 분류된 IT업계 종사자도 영국으로 넘어와 커리어를 쌓는 경우도 최근 늘었다.

또한 한국에서 파견된 공공기관이나 사기업의 주재원과 그들의 자녀도 영국에 거주하는 한국인 중 하나다. 현지에 정착해 영국 시민권을 취득했거나 그 자녀들을 포함하면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한인의 수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영국에 사는 또 다른 유형의 한국인은 바로 유학생이다. 

유학생은 대부분 혼자 산다. 필자의 경우 처음 런던 유학 생활을 시작했을 때 스페어룸(Spare Room) (한국으로 치면 직방, 다방과 같은 부동산 어플)을 통해 학교에서 약 1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이층 집에 있는 방 한 칸을 얻었다. 집 안의 방은 총 여섯 개였고, 프랑스, 폴란드, 슬로베니아, 중국, 홍콩에서 온 사람들이 각 방을 차지하고 있었다.

런던의 한 부동산 및 올라온 주택 매물 사진./ 사진=신락균
런던의 한 부동산 및 올라온 주택 매물 사진./ 사진=신락균

 

한국에서 2010년 중반부터 공유 경제라고 하면서 떠오른 셰어하우스가 이곳에서는 벌써 오래전부터 있었던 주거 형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원룸'을 영국에서는 '스튜디오'라고 하는데 방 한 칸을 빌리는 것보다 비싸고, 예산이 많지 않은 대다수 젊은 가구는 방 한칸 만 빌리고 나머지 공간은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방식을 택한다.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하우스메이트를 잘 만나는 것이다. 생활 방식이 맞지 않거나 성격이 맞지 않는 하우스메이트를 만나면 집에서 편히 쉬기는커녕 집에서도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다. 물론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면 그들 역시 난생처음 보는 사람들과 한 지붕 아래에서 살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비싼 임대료를 아끼려고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셰어를 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런던에서는 방 한 칸을 임대하는 것 조차도 비싸다. 셰어하우스는 주거 문제에 새로운 대안이 아니라 시장 경제와 급격한 도시화가 낳은 냉정한 결과일 뿐이다. 혈혈단신 유학생 입장에서는 고작 방 한 칸 빌리는 비용으로 매달 100만 원 안팎을 낸다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다. 런던 중심으로 가면 임대료는 급격하게 높아진다.

런던으로 유학을 온 필자의 대학 동기는 런던 시내 중심에서 멀지 않은 '켄티쉬 타운'에 거주하고 있는데 학교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일주일에 세 번, 저녁에 바에서 알바를 하면서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었다. 그런데 2학기가 되면서 학교 시간표가 바뀌는 바람에 수요일 하루는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생활비를 이전만큼 벌지 못하게 되었다면서 상당히 아쉬워하는 모습을 내비쳤다. 생활비의 절반 이상이 주거비로 나가다 보니 저절로 다른 곳에서 지출을 줄이게 된다. 식당에서 음식을 사 먹는 대신 집에서 해결하거나 점심을 싸가지고 다닌다.

영국 대표 서민음식 피쉬앤칩스마저 이미 만 원을 넘은지 오래다./ 사진=신락균
영국 대표 서민음식 피쉬앤칩스마저 이미 만 원을 넘은지 오래다./ 사진=신락균

 

한국에 비해 외식 물가가 비싼 영국에서는 점심을 직접 챙겨오는 것은 흔한 일이다. 대학생들은 대부분 그렇게 한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점심시간이 되면 건물 로비에 점심을 싸온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끼니를 해결하고 다음 수업까지 기다리곤 한다. 필자 역시 학교 수업이 있었던 6개월 정도는 오전 수업이 있으면 아침에 일어나 샌드위치를 만들어서 싸 가서 점심으로 해결하곤 했다.

높은 주거비는 유학생의 문제만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어쩌면 나은 상황이라고도 볼 수 있다. 20대 초반의 학생이라면 아직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시작하지 않은 경우가 많기에 부모님의 경제적 지원이나 학자금 대출 등을 받아서 어느 정도 숨통을 트일 수 있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독립한 직장인의 경우 생활비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임대료 문제가 더 크게 다가올 것이다.

필자 주변에도 임대료가 급격히 상승했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중 한 분은 워킹 홀리데이 비자를 얻어 런던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임대료, 교통비, 생활비를 제외하면 저축을 거의 할 수 없어서 기대했던 것만큼 영국에서의 삶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만약 물가가 계속해서 오르고 정부의 잘못된 대처로 시장에 불안한 신호를 계속 보낸다면 시민들의 고통은 계속해서 커질 것이고, 영국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 및 유학생의 유입도 줄어들 것이다.

고작 일주일 사이에 웨스트민스터에서는 많은 일이 일어났다. 대처를 표방한 트러스 총리는 영국 역사상 최단기 재임 총리라는 불명예를 갖고 사퇴했고 지난여름 보수당 대표 경선에서 그에게 밀렸던 리시 수낙 전 재무 장관이 영국의 새로운 총리가 됐다.

영국 역사상 최연소, 최초의 아시아계 총리로서 그의 기대하는 바가 높은 듯하다. 전임 총리가 짧은 시간에 영국 경제에 가져온 충격이 너무나도 크다.

언론에서는 쓸 수 있는 부정적인 단어는 모두 써 가면서 총리를 비난했고 결국에는 사퇴하기에 이르렀다.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하는 야당은 남은 임기 국정운영을 보수당에 더 이상 맡길 수 없다며 조기 총선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보수당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불리한 상황에서 임기를 시작하는 수낙 총리가 남은 임기 동안 어떻게 당을 추스르고 신임을 되찾을지, 영국 경제를 어떻게 안정화 시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위 글은 외부 기고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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