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픽셀스
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픽셀스

# 서울 강북구에 홀로 거주하고 있는 이다연(29.가명) 씨는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10월 29일 밤 SNS를 통해 소식을 접하게 됐다. 모자이크가 전혀 되지 않은 사진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왔던 것. 당시 상황에 충격을 받은 이 씨는 지금까지 잠을 설치고 있다. 이 씨는 "사고 장면이 계속해서 머리에 맴돌아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면서 "내가 그 현장에 있었다면 '얼마나 무서웠을까, 내 친구가 저기에 있었다면 얼마나 슬플까'와 같은 상상이 떠나질 않아 힘들다"고 호소했다.

지난 10월 29일 발생한 서울 이태원 핼러윈 참사 소식으로 인해 사회 전체가 트라우마를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건 당일 현장에 있었던 목격자, 경찰, 소방대원뿐만 아니라 연일 보도되는 뉴스, SNS를 접한 시민들도 사건 직후 일정 기간동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 정신적 고통을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PTSD는 사람이 자연재해, 사고, 전쟁 등 심각한 사건을 경험한 후 그 사건에 공포감을 느끼고 사건 후에도 지속적인 재경험을 통해 고통을 느끼며, 그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에너지를 소비하게 되는 질환이다. 이는 정상적인 사회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증상은 사건 발생 후 한 달 또는 1년 이상 경과 후에 시작될 수도 있다. 환자는 해리 현상이나 공황발작을 경험할 수 있고, 우울증, 충동조절 장애, 약물 남용 등이 나타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한국임상심리학회는 지난달 31일 이태원 참사로 인한 트라우마 회복을 위해 심리적 안정을 위한 지침을 안내했다.

◇갑작스러운 사고나 재난을 경험한 후 나타나는 반응들

먼저, 신체적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불면증, 몸의 떨림, 피로감, 식욕저하 또는 폭식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소화불량, 심장박동 증가, 활력저하 등의 신체적 변화가 일어난다.

이어 심리적인 변화로는 불안, 공포, 분노, 절망감, 과민함, 악몽, 죄책감, 비현실감 등을 경험하게 된다.

◇도움이 되는 행동

이처럼 참사를 겪고 난 후 나타나는 신체적 변화와 심리적 변화에 도움이 되는 행동으로는 호흡법이 있다.

스트레스 상태에서는 근육이 긴장되고 호흡이 불안정한 상태가 된다. 호흡을 깊게 하거나 복식호흡을 하는 것은 긴장을 완화시켜 심신의 안정에 도움이 된다.

또한 충분한 휴식과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트라우마 회복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자신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의 삶에서 힘든 시기라는 것을 인정하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격려해야 한다. 부정적인 생각이 너무 크게 든다면 주의를 분산할 수 있는 활동을 해주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스스로를 격려하기 힘들다면 나를 이해해줄 수 있는 주변 사람을 만나서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좋다. 주변 사람들과 충분한 대화를 통해 주변 사람들의 지지를 경험하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피해야 하는 행동

반면, 피해야 하는 행동도 중요하다.

계속해서 혼자 있으려고 하는 행동은 피하는 것이 좋다. 이는 스트레스 반응을 더 가중시킬 수 있으며, 부정적인 생각에 더 몰두하게 된다. 또한 경찰, 소방대원 등 사건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은 스스로를 자책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건의 원인을 자신의 탓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술이나 담배에도 의지하는 것은 자신의 건강을 해칠 뿐만 아니라 트라우마 회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울러 사고와 관련된 지나친 몰두는 트라우마와 관련된 정서를 더 활성화 시킬 수 있다. 하지만 사고와 관련된 모든 것을 무조건 피하는 것도 방법은 아니다. 현재의 고통이 자연스러운 반응임을 이해하려고 노력해봐야 한다.

◇가족 및 주변 사람들의 역할

학회는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역할의 중요도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생존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고 마음의 고통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또한 생존자의 고통이 지속된다면 심리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생존자가 죄책감에 들지 않도록 말과 행동에 주의하도록 하고, 생존자의 현재 상태에 관심을 갖고 보살펴야 한다. 마지막으로 생존자의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나 조언 등을 제공해주는 것이 좋다.

한국임상심리학회는 "전문적인 심리서비스를 제공하는 집단"이라며 "이번 참사로 고통받는 분들의 마음 회복을 위하여 국가 재난 정신건강 지원체계에 적극 협조하고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국가트라우마센터 홈페이지 화면 캡쳐.
국가트라우마센터 홈페이지 화면 캡쳐.

정부는 이태원 사고와 관련해 통합심리지원구성단을 꾸리고 가이드라인을 세웠다.

국가트라우마센터가 총괄하는 이번 통합심리지원단 구성은 ▲서울시 정신건강복지센터 ▲서울 기초정신건강복지센터(25개소) ▲서울시 자살예방센터 ▲권역트라우마센터 ▲기타 광역 및 기초정신건강복지센터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한국심리학회 ▲정신건강사회복지학회 ▲정신간호학회다.

국가트라우마센터에서 유가족, 부상자 및 가족 명단을 해당 지역에 전달하면 지원에 나선다. 목격자 등 일반국민은 정신건강위기상담전화(1577-0119)에서 상담 시행, 심층 상담 필요시 거주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 또는 전문학회로 연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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