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선 일본 전문 칼럼니스트
정희선 일본 전문 칼럼니스트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등장하는 과제 중 하나인 '지방 소멸 위기'는 한국에서도 최근 높은 관심과 우려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와 지방 소멸 위기를 겪고 있는 일본의 현황과 새로운 시도를 참고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 일본의 지자체들이 힘을 쏟는 일 중 하나는 도시의 관광 자원을 개발하는 것이다. 지방 도시로 젊은이들의 이주를 촉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인데, 그 이유 중 하나는 지역 내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을의 관광 자원이 풍부하게 개발되어 방문 인구가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마을은 활기를 띄게 되고 일자리도 늘어난다. 관광 자원 개발은 지방 도시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는 활동으로 필자가 관심있게 지켜보는 영역이다. 그 중에서도 최근 데이터를 활용하여 지역의 부활을 꿈꾸는 시도가 눈에 띄어 공유하고자 한다. 

효고현 토요오카시 (兵庫県豊岡市)에 위치한 키노사키 온천 (城崎温)은 온천 관광지로서 살아남기 위해서 숙박 데이터를 지역 내에서 공유하는 플랫폼을 개발하였다. 온천지의 젊은 료칸 (온천이 딸린 여관을 의미함) 경영자와 여행 시스템 제공 기업 등과 공동으로 개발, 2020년 6월부터 웹 플랫폼 ‘토요오카 관광 DX 기반 (豊岡観光DX基盤)’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플랫폼은 지역 내 료칸들의 자사 사이트나 온라인 여행사를 통해 들어온 예약 일정, 인원, 금액, 예약자의 거주지역 등을 자동으로 수집함으로써 온천지 전체의 예약 상황을 가시화하고 수개월후 까지의 수요를 예측한다. 각 료칸은 타사 및 지역 전반의 데이터를 참고하여 수요를 예측하거나 숙박료 설정 등에 활용한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어떻게 데이터를 활용했는지 살펴보자. 키노사키 온천은 오사카를 중심으로 한 간사이 지방에서의 관광객이 대부분이었다. 검색 광고 또한 여태까지 간사이 거주자를 주요 타깃으로 하였지만 데이터를 통해 도쿄에서 온천을 방문하는 고객 늘어난 작은 변화를 발견하였다. 키노사키 온천의 홍보를 담당하는 부서는 데이터에 근거해 8월 도쿄 도민을 대상으로 하는 검색 광고의 노출을 크게 늘렸다. 이러한 전략이 맞아 떨어져 숙박객 중 도쿄 도민이 차지하는 비중이 7월 3.7%에서 9월에 5%까지 상승하였으며 전체 소비액 또한 높아졌다. 

홍보담당자는 "언제 어디에서 관광객이 오는지에 관해 여태까지는 정확한 파악이 불가능하였는데, 시스템을 도입한 후 관광객에 대한 정보가 쌓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플랫폼에 참가하는 료칸은 자사 데이터를 제공하는 대신 같은 가격대의 료칸이나 지역 전체의 평균 데이터 등을 열람할 수 있다. 개별 료칸명은 특정하지 않고 예약자명과 같은 개인정보도 공개하지 않는다. 76개 온천지의 숙박 시설 중 이미 45개가 데이터 제공에 동참했으며 이는 온천지를 찾는 숙박객의 70~80%에 해당하는 정보이다. 

인기 료칸인 료쿠후카쿠 (緑風閣)에서는 플랫폼의 데이터를 활용하여 매출 향상을 노린다. 예를 들어, 일본의 연휴였던 9월 17과 18일, 같은 가격대의 료칸의 예약률과 가격 등을 파악해 보니 해당 기간 동안 수요가 상당히 높을 것으로 전망하였다. 이에 따라 료쿠후카쿠는 원래 2만 엔 (약 20만 원) 아래로 저렴하게 판매하려던 방의 판매는 취소하고 숙박 가격을 높였음에도 불구하고 24실이 예상대로 모두 팔렸다. 관계자는 "데이터의 뒷받침이 있었기에 전략을 세우기 쉬워졌다"라고  말했다. 

매출 향상 뿐만 아니라 비용절감에도 데이터는 도움이 된다. 료쿠후카쿠는은 8월 초 시점에 예약이 전혀 없었던 9월 6일을 과감하게 임시 휴업일로 지정했다. 다른 료칸들의 데이터를 살펴보니 온천지 전체에서도 가동률이 10% 이하로 낮아 해당일에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예상대로 온천에 손님들은 오지 않았고 필요없는 식재료를 구입하지 않아도 되었으며 직원들을 쉬게 할 수 있었다. 

숙박 데이터는 사업자에게 있어서는 최상급의 기업 비밀이라고 할 수 있다. 자사의 데이터가 특정되지 않는다고 해도 라이벌 관계에 있는 료칸끼리 데이터를 공유하는 것에 저항감은 크다. 그럼에도 키노사키 온천 마을의 료칸들이 데이터를 공유하기 시작한 배경에는 점점 줄어드는 관광객 수에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게다가 2020년 덮친 코로나 사태로 키노사키 온천의 방문객 수는 44만 8천명으로 전년 대비 반으로 줄었다. 

일본 환경성의 조사에 의하면 일본 국내 온천지의 숙박시설은 2020년 1만 3천개 이하로 감소, 지난 25년간 전국 내 18%의 료칸이 문을 닫았다. 관광지 내 숙박 시설의 폐업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동시에 이제 감각과 경험만으로 경영을 하는 시대는 지났다. 데이터에 근거하는 치밀한 전략으로 관광 자원을 개발하고 지역 침체를 막으려는 새로운 시도를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이다. 

<위 글은 외부 기고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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