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사진=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에 사는 한호준(남, 29)씨는 지방에서 2년 전 취업을 목표로 상경했다. 처음에는 공기업을 목표로 뒀다가 이제는 이름있는 중소기업이라도 취업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씨는 "부모님께 너무 죄송해서 어떻게라도 버텨볼까 하는 데 싶지가 않다. 내년 상반기까지 원하는 곳에 취업하지 못한다면 다시 고향으로 내려갈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취업도 문제지만 치솟는 물가에 서울 생활이 팍팍해졌다"고 하소연했다. 

취업난과 물가 급등으로 청년들의 삶이 갈수록 피폐해지고 있다. 전 연령대 가운데 체감고통지수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왔다. 

14일 전국경제인연합회와 국가통계포털 등에 따르면 국민이 느끼는 경제적 어려움을 수치화한 경제고통지수를 활용해 세대별 체감경제고통지수로 산출한 결과 올해 상반기 기준 청년층(15∼29세) 체감경제고통지수가 25.1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대별 체감경제고통지수는 연령대별 체감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을 합한 수치다. 

조사결과 60대가 16.1로 그다음 높았고, 30대(14.4), 50대(13.3), 40대(12.5) 순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급격히 상승한 물가가 청년 체감경제고통지수를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올해 상반기 청년층이 체감한 물가상승률은 5.2%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 대비 10배 수준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청년층이 물가상승을 다른 연령대보다 크게 체감한 원인으로는 이들의 소비지출 비중이 높은 음식·숙박(21.6%), 교통(12.0%), 식료품(8.5%)의 가격 상승이 지목됐다. 

전경련은 "청년층이 많이 소비하는 분야에 물가 상승이 집중되면서 취업 준비 중이거나 소득이 적은 이들이 생활비 상승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얼어붙은 취업시장도 청년층의 경제적 어려움을 보탰다. 

올해 상반기 청년 체감실업률은 19.9%로, 코로나 전에 비해선 낮았지만 다른 연령대에 비해선 높게 나왔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 등에 따르면 지난달 20대 실업자 수는 23만1000명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5000명 늘었다. 

10대, 30대, 40대, 50대, 60세 이상에서 줄어든 것과 대조적 모습이다. 

20대 실업자는 지난 9월에도 1년 전보다 4만1000명 늘어난 25만2000명을 기록했다. 

지난달 20대 실업률은 5.7%로 1년 전과 같다.

10대(2.4%, -0.4%포인트), 30대(2.7%, -0.3%포인트), 40대(1.8%, -0.3%포인트), 50대(1.5%, -0.6%포인트), 60세 이상(1.5%, -0.5%포인트)은 실업률이 개선됐으나 20대만 제자리걸음을 한 셈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고용 지표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고, 9월과 10월에는 대기업 공채로 구직자가 늘면서 실업자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정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고 입을 모았다. 

김영재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장은 "모든 생애주기별에서 물가 관련된 이슈는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중 20대 청년의 경우 결국 돈이 필요한 만큼 청년들이 노력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구조상의 문제와 결부되어 나타나게 된다. 청년층이 체감하는 경제적인 어려움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정책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좀 더 적극적인 근본 원인을 찾아 해결해야 한다. 공공재를 활용한다고 하지만 갯수만 늘어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다양한 제도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한 부분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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