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계약 포기하고 전세에서 월세로

사진=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사진=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 1인 가구 선모(29)씨는 연초 쏘렌토 하이브리드를 캐피탈 할부 60개월에 2.9%로 계약했다. 그런데 선씨의 차는 주문이 밀려서 지금까지도 출고대기 중이다. 문제는 그동안 금리가 치솟았다는 점이다. 선씨가 캐피탈사에서는 알아보니 금리는 차량 인수 후 정식 금융계약이 체결되면서 확정된다. 현재 신차 할부 금리는 7% 이상. 선씨가 생각했던 것보다 2배 이상 이자가 높아졌다. 여러모로 자금압박이 커진 선씨는 계약 파기를 고민 중이다. 

#. 1인 가구 정모(37)씨는 최근 월셋집을 알아보고 있다. 전세보증금 대출 이자 부담이 커져, 내년 1월 월세로 이사를 결심해서다. 정씨는 4년 전에 전세보증금 4억원 중 2억원을 대출로 마련했는데 금리가 치솟으면서 월 상환액이 두 배가량 증가했다. 정씨는 "월세살이 끝내고 전세로 가면서 이제 조금 더 노력해서 내 집 마련해보자 했는데, 불과 4년만에 다시 월세라니 뭔가 착잡한 기분"이라며 "집을 줄여서라도 월세로 가야지 안그러면 생활비를 감당할 수 없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20·30대 청년층 사이에 불었던 '영끌' 바람이 연말로 갈수록 거센 역풍이 되고 있다. 금리 인상이 본격화된 지 1년 만에 월 이자 상환액이 두 배를 넘어가면서 부채 압박이 심각해졌다. 금리가 더 오를 경우 자금력이 부족한 청년층부터 부채 부실화 가능성이 높다. 

이미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지난 6월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신용 잔액은 1869조4000억원에 달한다. 이대로 금리 인상이 계속될 경우 가계부채 폭탄이 터질 수 있다. 

특히 취약차주와 청년층 다중채무자 등의 부실화 위험이 높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면 취약차주 비중은 20.2% 늘어난다. 부채액이 큰 주택담보대출을 보유한 20대 취약차주 비중은 33.1%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017~2021년 청년층 부채 증가율이 48.3%로 전체 부채 증가율의 2배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금리 인상이 아직 '정점'을 찍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장 오는 24일 한국은행은 올해 마지막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금융권에서는 가계 대출금리 부담 등을 고려해 '베이비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예상하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고물가 상황, 미국과 금리 격차 등을 고려할 때 내년에도 금리 인상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미 미국 연방준비은행은 인상 중단 가능성에 대해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한국은행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를 상회하는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상 중단은 어렵다고 언급했다. 

자금 압박이 거세지면서 연말, 자금력이 부족한 20·30대 영끌족부터 그 여파가 나타나는 분위기다. 신차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에 신차 구매를 포기하는 고객이 나오고 있다. 연초 2%대 금리로 신차를 계약했는데 신차 출고를 기다리는 동안 금리가 최고 10%대까지 치솟아서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캐피탈은 대부분 고정금리라 금리인상 여파를 받는 기존 계약자는 일부일 것"이라며 "다만 신차는 출고대기가 길면 계약초기와 출고시점 간 격차가 클 수 있어 계약 포기 사례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금리 상황에서 자동차 계약 시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자동차 할부금융은 연체이자율이 높아, 자칫하면 월급의 절반가량을 할부금 갚는데 뜯기는 '카푸어'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부동산시장도 마찬가지다. 금리 인상을 버티지 못하고 급매로 나오는 물건의 중심에 영끌족이 있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영끌족의 사연이 줄을 잇고 있다. 

경기도 광교에 한 아파트를 매입한 A씨는 "전세 6억2000만원을 끼고 대출로 10억원대 매매했다가 지금 거지되게 생겼다"며 "세입자 보증금을 돌려주려면 최소 2억 이상 돈이 필요한데 더 이상 빌릴 곳도 없다. 너무 막막하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게시자 B씨는 "이자 감당이 안 된다. 집을 내놨는데 3달째 거래는 안 되고 집값이 계속 떨어져서 부동산에서는 더 낮추라고 하는데, 지금 매도하면 남는 건 빚뿐이다. 멍청하게 은행에 돈만 벌어다 준 것 같아 하루하루 화만 쌓인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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