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캠든으로 이사온 첫날 동네 나들이 ./사진=이다정 
1월, 캠든으로 이사온 첫날 동네 나들이 ./사진=이다정 

 

혼자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삶에 있어 많은 것을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해 나아가야 한다. 무엇보다 1인 가구 수는 급증하지만 아직까지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회서비스는 부족하다. 그래서 1인 가구가 1인 가구에 관심을 갖고 공감과 연대감을 이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1코노미뉴스]는 이러한 사회적 요구에 맞춰 우리나라는 물론 해외에 나가 있는 '1인 가구의 삶'을 날것 그대로 조명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영국 1인 가구 이다정= 해외에서 혼자 살아남기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나만의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필자에게도 영국에서 안정적인 나의 공간을 찾기에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꼭 영국이 아니더라도 해외 홀로 서기를 꿈꾸는 일코노미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를 두편에 걸쳐서 이야기 하고자 한다. 

작년 11월 중순, 런던에 도착하자마자 필자의 입국 날짜에 맞추어 여행온 프랑스 친구와 함께 1주일간 런던 여행을 했다. 그리고 그 여행 도중 만난 인연 덕분에 예술가의 집에서 한 달간 오페어 Au-pair를 하며 국내에서 진행하던 스타트업 프로그램을 마칠 수 있었다. 

오페어란 프랑스어로 '동등하게'란 뜻이며 외국인 가정에서 일정 시간 아이를 돌봐주고 그 대신에 숙식과 소정의 급여를 받으며 자유시간에는 그 나라의 문화를 배울 수 있는 일종의 문화 교류 프로그램이다. 영어권 국가외에도 많은 유럽국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필자처럼 저예산을 가지고 타지 생활을 시작한다면 추천해주고 싶다.

평소 아이들을 좋아하는 내게 평일 3시간 남짓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것은 하루에 힐링이나 마찬가지 였다. 지금 드는 생각이지만, 만약 패션디자이너로서 취업하지 않고 나의 비즈니스를 지속했다면 계속 오페어를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앞서 언급했듯이 현재 런던에서 집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이고, 다른 물가보다 주거비용이 가장 많이 들기 때문이다. 단 오페어를 시작하기에 앞서 그만큼 좋은 가족을 만나는 것이 중요하고, 아이를 내 가족처럼 애정을 가지고 돌볼 수 있어야 한다.

필자의 첫 런던 거주지는 남동부 위치한 Woolwich 울위치 지역이었는데 센트럴 런던에 가기 위해서는 1시간 이상 기본으로 튜브를 타야 했다. 그때 런던이 새삼 얼마나 큰지 실감했었다. 

그리고 지난 1월에 Camden 캠든으로 이사를 왔다. 센트럴 런던 근처 북쪽에 있는 동네인 캠든은 필자가 다니던 회사가 있는 곳으로 다양한 디자인 오피스들이 있어 쇼룸 미팅이 있는 경우 거의 대부분 걸어서 텍스타일 방문이 가능했다. 캠든은 회사 때문에 이사 오게 되었지만 꽤 애정이 많은 동네다. 항상 바쁜 시티와는 달리, 관광객들이 붐비는 캠든 마켓 지역만 벗어나면 곳곳에 좋은 로컬 카페들이 숨어 있는 레지던트 지역이다.

연초만 해도 영국의 경제가 그리 나쁘지 않아서 집을 구하기 수월했었다. 물론 그렇다고 모든 게 순탄치는 않았다. 필자는 캠든에서 '어쩔 수 없이' 두 번 이사를 해야했다. 

영국 친구의 추천으로 영국의 대표적인 집 구하는 플랫폼인 Spare Room을 통해 집을 구했다. 캐나다에서는 집을 보러 다닐 때 Inspection이라는 말을 사용했는데 영국에서는 Inspection이라는 어감이 집을 조사한다는 어감이 강하기 때문인지 Viewing이라고 말한다. 비싼 물가로 플랫쉐어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메세지를 보낼 때에는 자기소개와 직업 등 같이 사는 사람들에게 알려야하는 사항들은 포함해주는 게 좋다.

사진= 스페어룸 모바일 웹 메인 페이지와 메세지 예시 이미지 캡처 
사진= 스페어룸 모바일 웹 메인 페이지와 메세지 예시 이미지 캡처 

여기서 뷰잉을 위한 팁을 이야기 하자면 급하게 집을 구한다면 스페어룸 1주일 얼리버드 패스(약 10파운드)를 구입을 추천하고 싶다.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임대인이나 부동산 광고에 연락을 보낼 수 있어 집을 구할 수 있는 확률이 높다. 필자는 지금까지 얼리버드 패스를 3번 구매해 집 구하기에 성공했다. 또한 스페어룸 등 온라인에 올라온 집 사진을 너무 믿지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집은 사진과 다르기 때문에 사진으로 봤을 때 확신이 서지 않는 플랫은 굳이 시간과 교통비를 들여 가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이 넓은 런던의 뷰잉을 하러 갔다가 실망하는 것보다 더 괜찮은 집을 찾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구한 필자의 첫 번째 집은 OCD가족의 집으로 뷰잉갔던 집들 중 가장 깨끗했고 회사랑 제일 가까워 급히 선택했다. 대학교 기숙사 보다 작은 싱글룸이라 청소 시간 단축이라는 장점이 있었다. 그리고 엔조라는 사랑스러운 반려견과 함께 살았는데 필자가 재택근무를 할 때마다 방문에 얼굴을 들이밀고 필자를 지켜보곤 했다. 매사에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는 필자지만 영국의 추위는 어쩔 수 없었다. 문제는 수동식 보일러였다.

첫 번째 집의 반려견 엔조Enzo 와 싱글룸./ 사진=이다정 
첫 번째 집의 반려견 엔조Enzo 와 싱글룸./ 사진=이다정 

 

영국의 대부분의 집은 Central Heating 중앙난방이었는데 이 집은 따뜻한 물을 사용하기 최소 40분 전 보일러를 틀어야 했다. 연초에 투잡을 하고 있었기에 저녁에 늦게 일 끝나고 돌아오는 날이면 꽤 곤욕이었다. 

어느 날은 투잡 후 집에 돌아와 보일러를 켜고 40분을 기다리고 목욕하러 욕실에 갔다가 수건을 두른 채 경찰과 대면했어야 했다. 1층에서 집주인의 부부싸움이 있었고, 아주머니가 경찰에 신고를 해서 경찰이 방문을 했던 것이다. 영국의 대부분의 집은 복층으로 이루어져있는데 2층에 살던 나는 1층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었고 영문도 모른채 샤워도 못하고 1시간을 경찰과 이야기하고 아주머니 옆을 지켰다. 이런저런 일이 있었지만 이보다 더한 일들도 있었던 해외살이에 그러려니 했던 것 같다.

지난 4월, 영국은 40년 만에 9% 최고치의 물가 상승을 겪었고, 이를 이유로 집주인은 4개월 만에 100파운드를 집세 인상을 요구했다. 함께 살았던 반려견 때문에 행복했지만 따뜻한 물도 바로 사용할 수 없는 싱글룸에서 100파운드를 더 내야 했다. 

고맙게도 이사를 도와주었던 친구와 함께 찍은 사진 (좌측) / 캠든에서 두 번째 집에 집주인이 선물해준 초콜렛과 웰컴노트 (우측) 사진=이다정 
고맙게도 이사를 도와주었던 친구와 함께 찍은 사진 (좌측) / 캠든에서 두 번째 집에 집주인이 선물해준 초콜렛과 웰컴노트 (우측) 사진=이다정 

 

결국  근처에 같은 가격에 작은 테라스가 있는 더블룸을 구했다. 싱글룸에서 더블룸으로 그리고 중앙난방이 있는 곳에서 사니 삶의 질이 확 달라졌다. 점차 그렇게 워라벨이 완성되어가는 듯했지만 그 좋은 시간은 오래 가지 못했다.

나의 두 번째 캠든 집의 집주인의 어머니의 지병 악화 때문이었다. 지병이 재발하여 다시 한번 대수술을 하셔야하는 상황이었는데 영국에서는 수술을 받기전 최소 2주 자가격리를 해야 하고 위생에 철저히 신경을 써야 한다. 결국 집주인은 그의 어머니의 건강을 위해 룸렌트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고 나는 2주 안에 집을 다시 구해야 했다.

캠든에서 두 번째 집./ 사진=이다정 
캠든에서 두 번째 집./ 사진=이다정 

 

지난 10월, 41년 만에 물가 상승치 11.1%를 찍은 영국에서 집을 구하기란 쉽지 않았다. 2주 동안 퇴근 후 뷰잉을 가고 밤에는 집을 알아봐야 했다. 집주인 어머니는 너무 미안해하시며 필자가 이사 나가는 날 점심을 대접해주셨다.

이 경험들로 통해 필자는 이사 전 먼저 꼭 법적 효율이 있는 계약서를 요청해야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영국은 talent 세입자를 보호하는 법이 비교적 잘 제정되어있다. 임대인은 세입자의 Deposit 보증금을 보호하는 a tenancy deposit protection (TDP)에 등록해야한다. Assured shorthold tenancy (단기 임대차 계약) 의 경우 법률상 임대인이 보증금을 받은 14일 이내에 기관에 등록을 하지 않으면 법원의 결정에 따라 보증금 전액을 세입자에게 돌려주어야 하거나 보증금의 3배에 해당하는 패널티가 적용될 수 있다. 또한 계약서를 작성하면 계약기간 내에 집주인은 마음대로 렌트비용을 올릴 수 없고, 임대계약 종료를 위해서는 최소 4주를 주어야 한다. 

이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집을 보러 갔을 때 사람들이 좋다는 이유로 따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들도 이 법을 알고 있기 때문에 따로 계약서를 쓰지 말자고 했던 것 같다. 누구도 필자 같은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글을 끝맺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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