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도식으로 되어있는 4번째 집 문앞 뷰./사진=이다정 
복도식으로 되어있는 4번째 집 문앞 뷰./사진=이다정 

 

혼자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삶에 있어 많은 것을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해 나아가야 한다. 무엇보다 1인 가구 수는 급증하지만 아직까지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회서비스는 부족하다. 그래서 1인 가구가 1인 가구에 관심을 갖고 공감과 연대감을 이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1코노미뉴스]는 이러한 사회적 요구에 맞춰 우리나라는 물론 해외에 나가 있는 '1인 가구의 삶'을 날것 그대로 조명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영국 1인 가구 이다정= 앞편에도 언급했듯이, 영국의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런던에서 집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NOS에 따르면 영국의 평균 임금은 지난 3~5월 새 4.3% 올랐지만 오른 물가를 고려하면 실질 봉급은 2.8% 줄어든 수준이다. 또한 주택담보대출을 갚으려 플랫쉐어를 하는 주택소유자들이 많은데, 금리인상으로 그들이 매달 내야 하는 이자도 늘어났다. 이는 당연히 필자 같은 1인 가구에도 많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었다. 렌트비용이 연초에 비해 최소 월 200파운드 이상 올랐고, 런던 중심지에 살던 지인들조차 모두 시티와 조금 더 멀어진 곳으로 이사를 했다. 말 그대로 내가 집을 구해야 하는 시기였던 9월에는 '집 구하기 대란'이 일어났다. 

이도 그럴 것이 9월은 영국의 학교들이 새 학기를 시작하기 때문에 많은 학생이 집을 구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약 1~2주일간 퇴근하고 집을 보러 갔어야 했는데, 집을 보러 갈 때마다 방 하나를 위해 최소 10명 이상의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고 인터뷰도 해야 했기에 여간 피곤한 게 아니었다. 집 보기에 지쳐갈 때쯤 거의 마지막으로 방문했던 집은 집주인이 없이 플랫 쉐어하는 집이었다. 플랫 쉐어 특성상, 집주인이 같이 살지 않아 에이전시가 있는 경우에는 학생들은 일정 소득이 없기 때문에 프로페셔널(직장인)을 선호한다. 그 방 하나를 보기 위해 20명이 넘는 사람들이 왔고 한 명씩 방을 보기 위해 1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기다리는 동안 플랫 메이트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한 명은 쥬얼리 디자이너 또 다른 한 명은 작가였기에 그 모두에 관심사가 있는 필자는 뷰잉을 기다리는 동안 그들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은 집을 보고 나서 먼저 떠나려는 나에게 벌써 가냐며 아쉬워했고 운 좋게도 제일 마음에 들었던 그 집에 간택되었다.

Beth와 그녀의 사랑스러운 아기들./ 사진=이다정 
Beth와 그녀의 사랑스러운 아기들./ 사진=이다정 

 

그 전 같은 불상사를 피하고자 집 계약서도 미리 요청했고 deposit(보증금)을 냈다. 플랫 쉐어로 살고 있는 친구 집에서 1주일간 있을 예정이었는데, 감사하게도 절친이자 동료인 Beth가 집에 게스트룸이 있다고 일주일간 자기 집에 머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해줬다. 그렇게 나는 Beth의 사랑스러운 가족들과 일주일간 즐겁게 지냈다.

예전 살던 집이랑 회사가 멀지 않았기에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회사 출근할 때마다 자전거에 짐을 조금씩 실어 회사에 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더운 날에 일주일간 짐을 날은 내가 대견하고 웃기다. 그리고 대망의 이사 날에는 Uber를 이용해 어렵지 않게 이사를 했다. 필자는 가구는 없지만, 직업 특성상 1인 가구치고는 짐이 꽤 많은 편인데도 Uber XL로 어렵지 않게 이사할 수 있었고, 20파운드 안팎이 들었다. 이사가 끝나고 도와준 친구와 함께 동네 나들이를 했다. 이슬링턴은 캠든보다 더 북쪽에 위치해 있다. 내가 살게 된 곳은 Archway로 예전 살던 집과 걸어서 2~30분 거리로 그리 멀지 않다.

Beth와 그녀의 사랑스러운 아기들과 고양이./ 사진=이다정 
Beth와 그녀의 사랑스러운 아기들과 고양이./ 사진=이다정 

 

즐겁게 이사를 도와준 친구와 시간을 보내고, 저녁에 돌아와 짐을 풀려고 했는데 웬걸, 급하게 짐만 두고 나와서 몰랐는데 방이 정말 더러웠다. 살면서 이렇게 더러운 방은 처음이었다. 더러운 정도가 아니라 책상은 망가져 있었고 집안에 정체불명의 가루들, 플라스틱으로 만든 야매 봉(Bong 흡연을 위해 사용되는 파이프 또는 용기가 서랍 안에 발견되었다. 이 전에 Tenant가 방안에서 대마초 흡연을 지속적으로 하여 집에서 쫓겨내었다는 것을 들었지만 이건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영국에서는 2020년 6월 1일 이후부터 보증금 반환에 있어 인벤토리 확인, 신용조회, 청소 비용 등을 요구하는 것이 전면 금지됐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집을 떠나기 전후 세입자를 위해 청소를 해놓고 가는 것은 기본 에티켓이라고 할 수 있다.

자전거로 이삿짐 나르던 오피스 출근 날 회사에 놓았던 짐들./ 사진=이다정 
자전거로 이삿짐 나르던 오피스 출근 날 회사에 놓았던 짐들./ 사진=이다정 

 

필자도 이사할 때마다 기본 청소는 물론 물청소까지 해놓고 이사를 했었기 때문에 매우 당혹스러운 상황이었다. 주말에 이사했던 필자는 당시 에이전트와 임대인과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주말 내내 청소하고 병이나 그 주 월요일에는 회사에 Sick Day를 사용했다. 영국 법에 따라 임대인은 집을 임대하기 전에 그 집의 유지 보수를 확인하고 청결한 상태의 제공을 해야 하며 이가 지켜지지 않을 시, 임대차 계약서를 증거로 클레임을 걸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필자는 사진을 증거로 임대인에게 보냈고 상황 설명을 했으며, 클리너 없이 직접 청소했기에 월세에서 Cleaning Fee를 제하기로 합의를 봤다.

 

그렇게 3일에 걸쳐 1년 동안 필자의 4번째 새집에서의 정착이 마무리됐다. 그동안 임대인과 같이 살다가 집주인이 없는 플랫에서 살다 보니 불편 사항의 해결 시간이 지체되었지만, 한결 편해졌다. 1년의 임대차 계약서를 작성했고, 앞으로 1년 남짓 남은 영국 생활에서 더 이상의 이사는 하지 않을 것이다. Woolwich에서 이사 후 쭉 캠던에서 둥지를 틀었던 필자는 더 이상 캠든 주민이 아니라는 사실에 아쉬운 마음이 들었었다. 하지만 곧 이슬링턴은 필자가 가장 애정하는 동네가 됐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더 자세히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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