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사진=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고물가, 고금리, 취업난으로 청년 1인 가구의 여가생활 불만족이 커지고 있다. 근로시간이 줄면서 여가시간은 많아졌는데, 오락·문화·음식·숙박·교통 비용이 일제히 치솟아서다.  

여가만족도를 중요시 여기는 1인 가구에게 이러한 상황은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고통으로 다가온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올 상반기 세대별 체감 경제고통지수'를 보면 15~29세는 25.1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23.4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올 상반기 청년 물가 상승률은 5.2%였다. 또 동기간 청년 체감실업률은 19.9%를 기록했다. 

고물가 여파가 본격적으로 반영된 하반기 들어, 청년층이 받는 경제고통지수는 더욱 커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통계청이 발표한 올 3분기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도시근로자 1인 가구의 소비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6% 증가했다. 이 중에서도 오락·문화비용은 42.1%나 올랐다. 음식·숙박도 23.4%, 의류·신발은 24.7%, 교통은 28.1% 상승했다. 교육 역시 28.6%나 증가했다. 

청년층의 여가비 부담, 자기개발 부담이 커졌다는 의미다. 

고물가 상황은 3분기 이후 다시 심해지고 있다. 지난 10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5.7% 상승하며 다시 상승폭을 키웠다.

여기에 청년 고용률은 지난 7월 이후 연일 하락세로 10월 46.4%에 그쳤다. 

'시간'은 많지만 '돈'이 없어서 여가생활을 못 한다는 청년 1인 가구들은 삶의 질 하락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로 직장인 진모(34)씨는 요즘 답답한 기분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예년 같으면 훌쩍 여행이라도 떠나는 데 요즘 물가가 너무 비싸서 주말에도 집에서 시간을 보내서다. 진씨는 "초겨울에 보통 여행비가 저렴한 곳이 많은데 요즘은 성수기랑 똑같다. 어딜 가나 숙박비만 수십만원이라 식비에 교통비를 더하면 엄두가 안 난다"며 "주머니 사정도 안 좋아서 솔직히 주말에 집에 가만히 있으면 오히려 돈이 모일 지경이다. 인생이 좀 재미없어진 기분"이라고 전했다. 

직장인 김모(42)씨는 우울감을 호소하고 있다. 김씨는 "주중에는 피곤하기도 하고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거의 혼자 집에서 쉰다. 대신 보상 차원에서 주말에는 지인들과 여행도 다니고 공연을 관람하기도 한다"며 "그런데 최근 여가비용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 멤버들도 같은 상황이라 다들 눈치만 보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20대 1인 가구 선모(29)씨는 "주중에는 바쁘지만 주말에는 여유가 있다. 경제적 압박감이 있을 때는 주말에 여가활동하는 게 부담이 된다. 그래서 요즘 혼자 시간을 보낸다. 집에서 유튜브, TV 등을 보는 것 외에 달리 활동을 하는 건 없다"고 말했다.

2022년 3분기 가계동향조사./표 = 통계청
2022년 3분기 가계동향조사./표 = 통계청

1인 가구는 주중에는 혼자 시간을 보내고, 주말에는 가족·친구 등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경향을 보인다. 주중에 혼자 지내면서 받는 외로움이나 소외감을 주말에 누군가와 만나 채운다. 또 본인이 평소 하지 못하는 경험으로 인해 갖는 불만을 주말에 사람들과 만나 간접적으로 공유하고 소통하면서 해소하기도 한다. 

이러한 1인 가구의 여가활동 위축은 정서적으로 악영향을 줘 삶의 질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나라는 '국민여가활성화기본법'을 제정하고 있다. 여가의 중요성을 고취시켜 국민이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받는 것을 기본이념으로 한다. 

정부는 1차 국민여가활성화 기본계획에 따라 국민 여가활동 증대를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5개년 계획으로 내년부터 2차 기본계획(2023~2027년)이 시행된다. 전문가들은 2차 기본계획에 1인 가구 시대 상황을 반영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1인 가구 수가 700만가구를 넘어선 상황에서, 경제적 압박감을 이유로 여가생활을 즐기지 못하는 1인 가구가 늘고 있다는 것은 국민여가활성화에 큰 장애가 된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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