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강좌 수강생들과 함께하는 크리스마스 파티./사진=신락균
한국어 강좌 수강생들과 함께하는 크리스마스 파티./사진=신락균

 

혼자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삶에 있어 많은 것을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해 나아가야 한다. 무엇보다 1인 가구 수는 급증하지만 아직까지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회서비스는 부족하다. 그래서 1인 가구가 1인 가구에 관심을 갖고 공감과 연대감을 이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1코노미뉴스]는 이러한 사회적 요구에 맞춰 우리나라는 물론 해외에 나가 있는 '1인 가구의 삶'을 날것 그대로 조명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영국 1인 가구 신락균 = 한국 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한국 드라마와 영화, 케이팝이 세계적인 인정을 받으면서 생긴 결과가 하나 있다. 바로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내 한국어에 대한 수요도 10년 전에 비하면 많이 늘었다. 지나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아도 '안녕하세요'와 '감사합니다'정도는 알고 있으니 말이다.

런던 중심가에서는 한, 중, 일 언어를 전문으로 가르치는 학원이 있고 수강생들도 꽤 많다. 필자는 영국에 유학을 온 이후로 런던 뉴몰든에 위치한 한국문화예술원이라는 문화예술 자선단체에서 외국인들에게 주 2회, 두 개 반으로 나누어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데 런던 중심가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수강생이 생각보다 많다. 

지금까지 약 1년 넘게 한국어를 가르쳐왔는데 수강생은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나뉘는 것 같다. 첫 번째로는 한국 문화(음악, 영화, 드라마 등) 전반에 관심을 갖고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공부하게 된 사례이다. 대개 젊은 여성들이 많은 듯하다. 필자보다 한국 드라마를 더 많이 봤고 더 많이 알고 있으며 한국 문화에 상당한 흥미와 열정을 보인다.

두 번째로는 한국인과 가족을 꾸린 사람들이다. 대개 한국인 아내를 둔 남편이 많은데 아내의 언어를 배우러 오는 중년의 남성들이 많다. 이런 부부의 경우 아내는 남편의 언어를 할 수 있지만 남편은 아내의 언어를 잘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과거에 한국어라는 나라가 가졌던 사회적, 경제적 지위가 영국, 미국 등의 서구 국가들보다는 많이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그것이 언어에도 반영되는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또한 거주하는 국가가 영국이다 보니 영어를 쓸 수밖에 없고 그렇게 한국어를 접하는 시간은 많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 한국어의 지위가 많이 올라온 것으로 보인다. 아내의 언어를 뒤늦게라도 배우러 오는 사람들이 많고, 어머니의 언어를 배우러 젊은 아들이 찾아오기도 한다.  딸이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손자를 얻은 할머니 한 분이 계신데, 손자와 대화를 하고 싶어서 한국어를 배우러 오셨다고 밝힌 적이 있다. 한글 읽기가 아직 자연스럽지는 않지만 열정은 넘친다. 

사진=신락균
한국어 강좌 수강생들과 함께하는 크리스마스 파티./사진=신락균

 

크리스마스와 연말이 다가오고 한국어 수업도 어느덧 종강을 앞두게 됐다. 수업을 마치고 나서 학생 중 한 명이 마지막 시간에는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들어보니 언어 학원에서는 대개 연말을 앞둔 마지막 시간에는 파티를 하면서 보낸다고 했다. 

4시부터 서서히 준비하기 시작한 파티는 오후 7시에 시작됐다. 학생들에게 10파운드씩 돈을 미리 걷어서 주문한 김밥, 떡볶이, 어묵 꼬치 등의 한국 음식을 먹으면서 대화를 나눴다. 같은 반이라 서로 알고 있는 학생들도 있고, 같은 반이지만 평소에는 말 할 기회가 별로 없던 학생들도 오늘 파티를 하면서 많이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어를 조금이나마 연습할 수 있도록 커다란 스크린에 기초적인 질문 목록을 띄워 놓고 학생들끼리 서로 한국어로 대화도 할 수 있도록 했다. 파티 중간에는 한국에 관한 짧은 다큐멘터리를 하나 시청했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 예정된 두 시간이 훌쩍 지나 세 시간을 향해 가고 있었다. 사람들이 서서히 집에 가기 시작하고 파티도 서서히 파하는 분위기가 되었다. 모두들 크리스마스 파티를 계획하고 실행에 옮겨주어 고맙다는 인사를 남기고 떠났다.

영국의 크리스마스는 한국의 크리스마스와는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서구권에서는 가장 큰 명절이기도 하고 그래서 전체적인 분위기와 스케일이 다른 것도 있지만 영국에서 보내는 크리스마스는 훨씬 가족적으로 느껴진다. 크리스마스가 있는 주에는 모두들 고향으로 돌아가기 시작하고, 크리스마스 당일에는 한국의 설날과 같이 모든 것이 멈춘다. 그렇기에 해외에서 보내는 1인 가구의 크리스마스는 왠지 더욱 쓸쓸하게만 느껴질 가능성이 높다. 

다행히도 12월의 영국은 크리스마스 전까지 크고 작은 파티를 많이 한다. 소박하게 친구들끼리 모여서 하는 홈파티, 동호회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작은 규모의 파티, 클럽에 가서 신나게 노는 큰 파티, 회사에서 하는 파티 등 아주 다양하다. 만약 이번 연말, 혼자 방구석에만 있는 것 보다 친구들 혹은 동료들과 작은 모임이라도 가지면서 혼자사는 외로움을 떨쳐버리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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