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화 청년 1인 가구 칼럼니스트
한유화 청년 1인 가구 칼럼니스트

'혼자가 편하지만 혼자 있고 싶지 않은' 모순의 순간들

'혼삶'을 산다는 것은 이런 정서적인 변덕을 스스로 잘 다뤄내기 위한 훈련의 연속이다. 훈련의 결과로 혼자 사는 삶에 근력 같은 것이 붙어가지만, 멀쩡히 잘해 나가다가도 갑작스럽게 혼자인 게 울컥 싫어질 때가 있는 법이다. 서러운 일을 당했을 때나 심심할 때도 그렇지만, 가장 누군가가 그리워지는 순간은 '좋은 사람과 또 와야 할 곳'에 혼자 다다랐을 때다.

아름다운 곳에서는 아름다운 사람이 그리워지기에, 멋진 풍경이나 맛있는 음식을 혼자서 만나면 종종 그리움이 불쑥 공격해 온다. 부정적인 정서가 자신을 공격해 올 틈을 주지 않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더라도, 잠깐 숨을 돌리는 사이에 문틈처럼 벌어진 정서적인 여유를 놓치지 않고 고독감이 발을 집어넣곤 한다. 그리움은 조용히 은밀하게 다가와서는 어느새 공격적으로 돌변한다. 

"저격수는 멈춰있는 대상을 노린다. 껌을 질겅질겅 씹으면서 표적을 지켜보다 조용히 한방. 향수 역시 머물러 있는 여행자를 노린다. 이 부드러운 목소리의 위험한 저격수를 피하기 위해 신중한 여행자는 어지럽고 분주히 움직이며 향수가 공격할 틈을 주지 않는다.  방심한 여행자가 일단 향수의 표적이 되면 움직이기 어려워진다." - 김영하, <오래 준비해 온 대답>, 2020, 복복서가

심심하면 외로워지는 혼삶

'시간적 여유를 고독감으로 혼돈할 수 있다.'는 글귀에 공감한 적이 있다. 싱글도, 결혼한 사람도 혼삶의 순간에서 간혹 이런 씁쓸한 여유를 맛보곤 한다. 혼자 어마어마하게 멋진 곳으로 여행을 가도 외롭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건 진짜 외로움이겠지만, 맛있는 거 좋은 거 예쁜 것들이 잔뜩 있는 여행지에서 씻은 듯이 외로움을 잊어버렸다면 아마도 그 전의 감정은 외로움이기보다 '심심함'이었을 수 있다. 혹, 여행지에서의 행복을 누리다가도 혼자이기보다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면 그 또한 외로움이 아니라 '그리움'일 수 있다.

"외롭다"는 감정은 누가 곁에 있고 없고 하는 것과는 상관이 없다.스스로 편안한 리듬으로 고독해질 수 있고,또 그 고독을 멈출 수 있는지가 훨씬 더 중요하다.자신이 좋다고 느끼는 상태를 얼마나 유지할 수 있느냐.외로움은 그 상태가 무너질 때 찾아온다.

-사이하테 타히, <너의 변명은 최고의 예술> 

장기적으로 결혼하지 않는 계획을 가진 혼삶을 사는 사람에게는 혼자 지내는 하루하루를 어떻게 채울 것인가 하는 일상 취미에 대한 문제가 중요하다. 하지만 심심한 상태를 피하기 위해 이것저것 욱여넣은 하루의 끝은 오히려 더 허전할 때가 많다. '누가 봐도 외로울 것 같아서'라는 생각으로 억지스럽게 시간의 빈자리를 메우는 것보다는 '내가 봐도 외로운지'에 초점을 맞춰볼까. 내 마음에 꽉 차지 않는 하루를 살았기 때문에 느껴지는 아쉬움과 그로 인한 정서적인 간극을 외로움이라는 손쉬운 단어와 혼동하지 않도록. 

그리움을 외로움으로 착각하게 될 때 

그리움과 외로움이라는 두 가지 감정은 완벽하게 분리되지 않는 것 같지만 사실은 명확한 차이가 있다. 외로움은, 그 정서가 다른 합병증을 만들지 않도록 해결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는 경우가 잦다. 하지만 그리움은 비교적 낭만적으로 다뤄낼 수 있다. 무언가를,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찾아올 때 그것을 원망하지도 회피하지도 않고 오히려 그리워할 대상이 있다는 것을 축복으로 여기며 감사할 내공을 쌓는 것. 그것 또한 혼자 하는 삶에서 스스로 얻어갈 수 있는 선물일 수 있다. 

원치 않는 상황을 겪어서 생기는 서러움이 외로움에 섞일 때도 있다. 하지만 '~해서 더 외롭다'는 생각은 정서적 하향곡선으로 들어가는 지름길이다. 고독감이 찾아올 때 다른 감정이나 이유를 함께 끌어오지 않고 얼마나 순수한 외로움으로 남겨두고 관리할 수 있느냐가 우리 혼삶의 모습을 좌우할 것이다. 외로움을 그런 종류로 다듬어서 일상에서 곁에 둘 수 있다면, 이후에 그 외로움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을지는 이미 우리에게 많은 노하우가 있다.

[저자 소개] 네이버 블로그 <직장인 띄엄띄엄 세계여행> 운영, 34개국 250여 회 #혼행 전문 여행블로거 

'남의집' 소셜링 모임 <여행블로거의 혼삶가이드>의 호스트

혼삶이 두렵지 않은 합기도 4단, 23년 경력의 '무술인'

현) 비욘드바운더리 글로벌 커머스 본부장

전) 이랜드차이나 상해 주재원, 중국 리테일 런칭 전략기획 

후) 독립출판 레이블 리더 

 <위 글은 외부 기고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무관합니다.>

 

저작권자 © 1코노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