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ON 응급구조사(paramedic) 노조의 파업 현장./ 사진=신락균 
UNISON 응급구조사(paramedic) 노조의 파업 현장./ 사진=신락균 

 

혼자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삶에 있어 많은 것을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해 나아가야 한다. 무엇보다 1인 가구 수는 급증하지만 아직까지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회서비스는 부족하다. 그래서 1인 가구가 1인 가구에 관심을 갖고 공감과 연대감을 이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1코노미뉴스]는 이러한 사회적 요구에 맞춰 우리나라는 물론 해외에 나가 있는 '1인 가구의 삶'을 날것 그대로 조명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영국 1인 가구 신락균= 파업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나라가 있는가? 필자는 영국에 오기 전까지 파업하면 프랑스를 떠올리곤 했다. 몇 년 전에 프랑스 전역을 휩쓸었던 '노란 조끼 부대'가 준 강렬했던 이미지는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프랑스 사람들은 파업을 하기 위해 일을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니 말이다. 그런데 바다 건너 영국 역시 크게 다를 바가 없는 듯하다. 틈만 나면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곤 한다. 대중들이 가장 불편을 느끼는 것은 아무래도 지하철과 철도파업이 있을 때다.

런던의 철도 시스템은 역사가 오래되어 그런 지 가끔가다 지연되는 경우가 있지만 정시성이 꽤나 높은 편이다. 그러나 파업 한 번으로 기차가 운행 자체를 하지 않으면 직장에 출근을 못하는 경우까지 생긴다. 필자도 영국 유학 초반에는 철도 파업에 별로 개의치 않고 학교에 간 적이 있었는데 지하철역에 도착해서야 파업한다는 게시판을 보고 런던 시내로 갈 수 있는 방법이 막혀버려 부랴부랴 버스 등의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른 아침, 다음 열차까지 40분이 넘게 기다려야 하는 사람들과 철도 파업 시간표./ 사진=신락균 
이른 아침, 다음 열차까지 40분이 넘게 기다려야 하는 사람들과 철도 파업 시간표./ 사진=신락균 

 

올해 12월은 유난히도 파업이 많다. 영국 뉴스에는 파업 이야기가 매일 톱뉴스를 장식한다. 뉴스에서는 12월 달력을 보여주며 파업 일정을 보도하는가 하면 매일 파업 현장에 리포터를 파견해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이번 겨울에 파업하는 노조가 많다. 파업으로 인해 발생할 각종 공공 서비스 이용 불편은 불 보듯 뻔하다. 병원에 가도 간호사가 없어 오래 기다려야 하고,  온라인으로 물건을 주문해도 제때 오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파업 중에서도 가장 주목을 받는 파업은106년 역사 최초의 NHS 간호 노조 파업이다. 간호사 뿐만 아니라 응급구조사(paramedic), 기타 보건 노동자들 모두 날짜는 다르지만 모두 파업을 한다. 영국 복지의 핵심인 NHS에서 한꺼번에 파업이 쏟아져 나오니 무슨 일이 있기는 있는 것이다. 파업의 핵심은 당연하게도 임금 인상이다.

노조는 현재 5%의 임금 상승을 원하고 있다. 올해 들어 러-우 전쟁 등의 영향으로 물가 상승률이 10%를 찍은 것을 감안하면 귀여운 요구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임금 말고도 이들이 추운 겨울에 거리로 나선 데는 다른 이유도 있다. 바로 지속적인 인력 부족이다. 영국에 등록된 간호사는 2022년 현재 704,520명으로 작년 681,525명에 비해 3.37% 증가했지만 그동안 증가한 간호 수요에는 미치지 못한다.

UNISON 응급구조사(paramedic) 노조의 파업 현장./ 사진=신락균
UNISON 응급구조사(paramedic) 노조의 파업 현장./ 사진=신락균

 

NHS Digital Statistics에 따르면 지난 6월 잉글랜드에만 부족한 간호 인력이 약 47,000명에 달했다고 한다. 코로나19등으로 인해 간호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었는데 의료 인력이 충분히 보강되지 않으니 그동안 수많은 고생을 겪었을 것이다.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간호 노조의 파업을 지지하는 사람은 많다. 그들이 지난 3년간 겪었던 고생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의료 인력과 병상의 부족 및 의사와 간호사의 과로 등이 크게 보도된 적이 많았고 아직도 이들의 워라밸은 개선되지 않았다. 

영국 정부와 국민들은 자국 복지의 핵심이라고 불리는 NHS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이는 제3자인 한국인의 시점에서 바라봐도 느낄 수 있다. 어떤 주택가 거리를 걸으면 창문에 Thank you NHS와 무지개가 그려져 있다. 그러나 NHS 노동자를 자랑스러워만 하고 고맙다고 감사만 하고 그들의 노력과 헌신에 정당한 보상을 주지 않는 것은 어딘가 많이 어긋났다고 할 수 있다. 다른 노조가 파업을 하는 이유도 비슷한 결이다. 지하철, 철도, 버스, 우편, 공항, 고속도로, 심지어 운전면허 시험관들까지 파업을 한다. 

이른 아침, 다음 열차까지 40분이 넘게 기다려야 하는 사람들
이른 아침, 철도 파업으로 다음 열차까지 40분이 넘게 기다려야 하는 사람들./ 사진=신락균 

 

이번 파업은 공공 서비스 종사자의 파업이다. 공공 서비스 노동자들의 파업이 가져올 불편은 전국적이다. 그만큼 파업 한 번이 끼치는 영향력도 크다. 대중들은 연일 불편을 호소한다. 하지만 자신들이 겪는 불편으로 인해 파업을 하는 노동자들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무조건적으로 서비스 재개를 요구하지는 않는 듯하다. 불편을 겪는 우리도 어딘가에서 누구를 위해 일을 하는 노동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국 사람들은 파업에 짜증이 조금 나기는 해도 이에 적응하고 같이 살아가는 법을 배운 것 같다. 사람들은 철도 파업이 있는 날이면 평소보다 일찍 나가거나 집에서 일하는 방식으로 대안을 찾는다.

페이스북에는 지역 커뮤니티 페이지에 동네 지하철역의 철도 파업 일정을 실시간으로 올려서 사람들과 공유하기도 하면서 파업에 대비한다. 며칠 전 뉴몰든 구급차 본부 앞 길거리에서 진행된 UNISON 응급구조사 노조 파업 현장에서는 차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경적을 울리거나 손을 흔들면서 파업을 응원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런 방식으로 영국 사람들은 노동자의 목소리를 들어주고 지지한다.

이번 겨울 영국은 유난히도 춥다. 지난주에는 흔하지 않은 눈까지 와서 깜짝 놀라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도 생존과 권리를 위해 거리로 나와 자신들의 노력을 알아 달라고 소리치는 사람들을 보니 괜히 마음 한구석까지 냉기가 들이친 듯하다. 우리가 누리는 일상의 편의, 그 뒤에는 불철주야 노력하는 공공 서비스 노동자들이 있다. 그들을 생각하며 이번 연말은 약간은 불편하게 살아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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