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선 일본 전문 칼럼니스트
정희선 일본 전문 칼럼니스트

일본경제신문 (닛케이)에 지난 11월에서 12월에 걸쳐 흥미로운 기획 기사가 실렸다. <인구와 세계>라는 시리즈의 기사는 경제, 사회, 군사 등의 기반이 되는 인구와 인구를 지탱하는 출산율이 감소하고 있다고 전하며, 인구 감소에 위기감을 느끼는 세계 각국의 움직임에 관하여 취재했다. 

시리즈 중의 한 기사에서는 한국의 심각한 저출산 상황에 관해 분석했다. 한국은 1명의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의미하는 '합계출산율'이 세계 최저를 기록했다. 2022년 11월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0.79명으로 일본 (1.3명)보다도 훨씬 낮은 수치다. 미국의 출산율도 1.6명까지 떨어지는 등 저출산은 세계적인 추세이지만 한국은 그 속도가 매우 빠르다. 

저출산의 원인은 열악한 육아환경과 결혼기피라는 두 가지 원인으로 나누어 생각해볼 수 있다. 출산으로 인해 경력이 단절되거나 출산과 육아를 위해 임시직이나 파트타임으로 전환하는 등 아이를 낳은 여성의 소득이 줄어드는 현상을 사회학자들은 ‘어머니의 벌 (마더후드 패널티, motherhood penalty)’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미국 프리스턴대 등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 여성의 출산 후 수입은 34% 줄었고 독일과 일본에서는 무려 60%가 줄었다. 

뿐만 아니라 육아와 가사는 여자의 몫이라는 인식 또한 출산을 기피하는 요인 중 하나인데, 특히 동아시아 국가에서 이러한 인식이 뿌리 깊다. 일본의 내각부가 2021년에 실시한 무의식의 편견 (언컨셔스 바이어스)에 관한 조사에 의하면 "가사와 육아는 여성이 하는 것"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남성은 30%, 여성은 20%에 달했다. 맞벌이를 하는 경우라도 남성은 가사와 육아보다는 일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도 남성은 30%, 여성도 20%에 달했다. 이렇게 여성에게 '육아 아니면 경력' 둘 중의 하나의 선택을 강요하는 문화는 자연스럽게 저출산을 초래하고 있다. 

한국, 일본을 포함하여 정부들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출산 수당과 같은 금전적인 보상을 지급한다. 하지만 수당만으로 출생률은 상승하지 않는다고 런던경제학부 (London School of Economics)의 마티아스 도프케 (Matthias Doepke) 교수는 주장한다. 그는 출생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육아수당을 지급하는 것보다 여성의 육아부담을 줄여주는 보육 서비스 등을 충실하게 만드는 것이 3배의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엄마만 육아의 짐을 짊어지는 사회에서 여성의 출산율은 높아질 수가 없다. 이에 따라 지난 30년간 일본 정부의 저출산 대책은 육아 환경 조성에 초점을 맞추었다. 보육원과 육아 수당을 늘리고, 최근에는 아빠들의 육아휴직을 장려하고 있다. 맞벌이 부부들이 아이들을 맡길 수 있는 환경을 개선하는 저출산 대책을 1990년대부터 시작했는데, 출산율 추락이 멈추기까지 약 15년이 걸렸다. 2005년 이후부터 일본의 출산합계율은 1.3~1.4명 사이를 웃돌고 있다.

일본에서는 최근 육아 환경을 조성 하는 것을 넘어 결혼을 장려하려는 쪽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신생아 수가 줄어드는 이유는 결혼을 안 하기 때문이다. 50세까지 독신으로 사는 사람의 비율을 나타내는 ‘생애 미혼율’이 일본 남성의 경우 25.7%, 여성의 경우 16.4%이다. 지금 일본 남성 4명, 여성 6명 가운에 1명은 평생 독신으로 살아간다고 보면 된다. 

<인구과 세계> 시리즈 기사 중에서 흥미로운 주장도 있다. 아시아에 만연된 '우선 결혼부터'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저출산의 원인 중 하나라는 것이다. 일본, 한국과 같은 전통적인 가족관에 엄격한 나라일수록 출산율이 낮다. 반대로 덴마크와 프랑스의 경우, 결혼하지 않은 파트너 사이에 낳은 아이의 비율은 1960년에 10%를 밑돌았지만 2017년 시점에서는 무려 50%를 넘었다. 국가에서의 행정 서비스 또한 아이가 태어나면 부모의 결혼 유무와 상관없이 동일한 지원을 시행하고 있다. 

기사는 다양한 삶의 방식과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인정하는 것 또한 저출산 극복에 공헌할 수 있다고 제시한다. 예를 들어, 덴마크의 인구통계에서는 가족의 형태를37종류로 분류한다. 법률혼을 한 부부와 자식으로 이루어진 가족 뿐만 아니라 법률혼을 하지 않은 커플과 이들의 자식, 남편이 결혼 전 파트너 사이에서 낳은 자식과 부인이 결혼 전 파트너 사이에서 낳은 자식을 포함한 가족, 동성 커플과 그들이 입양한 자식 등 이들을 모두 가족이라는 테두리로 묶고 동일하게 지원해주고 있다.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이 아이를 낳는 것을 금기시하는 동양의 문화가 출산율 저하의 하나의 원인이 된다고 지적한다. 

'아이를 낳을까, 낳지 않을까' 이러한 한 사람 한 사람의 선택이 쌓여 현재 저출산 사회가 됐다. 개인의 선택에 있어 사회의 제도 및 가치관이 미치는 영향은 크다. 한국, 일본, 중국 등 출산율 저하에 직면한 아시아 국가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전통적인 사회통념이 뿌리 깊게 남아있고 여성에게 요구하는 사회적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강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에 따르면 한국 여성이 가사와 같은 무상 노동에 쓰는 시간은 남성의 4.4배에 달하며, 일본 여성은 무려 5.5배에 이른다. 출산율 저하를 막은 프랑스의 경우는 1.7배에 불과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성평등 정도를 측정하는 2022년 '성 격차 지수 (Gender Gap Index)'에서 한국은 156개국 중 99위, 일본은 116위였다. 파격적인 출산 축하금 같은 경제적 지원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시대에 뒤떨어진 사회통념을 바꿀 각오가 없으면 출산율 개선과 경제 성장은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다. 

 <위 글은 외부 기고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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